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종대 Headshot

피아식별도 못하는 장비로 연합훈련 한다는데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김종대의 군사]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의 난맥상

2017-07-10-1499672834-2064275-00503375_20170707.JPG

한국형 전차인 K-2(흑표)는 2005년부터 핵심 요소인 파워팩 국산화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방위사업청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차 양산된 흑표는 우선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했으나, 이 역시 일부 문제가 드러났다. 2015년 2월11일 오후 경기도 여주 양촌리 기동훈련장에서 열린 육군 20기계화보병사단 창설기념식에서 차기 전차 K2 '흑표'가 고속기동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97년 2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의 부품인 브레이크용 밸브를 생산하던 아이신 세이키 공장에서 화재가 났다. 재고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주일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요타의 생산라인이 멈출 중대한 위기였다. 즉시 도요타와 300여개 협력업체가 모여 부품의 설계도면을 공유하고 대체 생산라인을 찾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5일 만에 도요타는 생산을 재개했다. 표정을 관리하던 경쟁 업체들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말이다. 2001년의 9·11 테러 당시 금융회사 캔터 피츠제럴드는 직원의 상당수가 사망하여 데이터를 복구할 수조차 없었다. 살아남은 200여명의 직원은 48시간 안에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하면 회사가 파산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회사를 살리기로 결의했다. 그들은 사망한 직원의 집을 모두 찾아다니며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9·11 테러 직후보다 이 회사는 현재 5배 성장해 있다.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작은 밸브나 데이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조직은 재난을 극복한다.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의 국방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참여정부 시절 "10년 이내에 재래식 전쟁 분야에서 한국이 북한에 독자적인 전쟁능력을 갖춘다"는 소위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에 따라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사업 추진 당시에 K-2(흑표) 전차의 핵심 구성품인, 파워팩으로 불리는 엔진과 변속기를 국산화하기로 하고 2005년부터 국내 업체가 개발에 착수했다. 2010년까지 개발이 완료돼야 했으나, 2012년 방위사업청은 결국 국산 파워팩 적용을 포기하고 독일 파워팩을 수입하여 1차 생산분에 한해 적용하기로 하고 양산에 착수했다. 그 사이에 국산 파워팩, 특히 변속기의 문제점을 보완해 올해 1월에는 2차 양산분에 대한 변속기의 시험평가를 완료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했다.

엔진 없이 창고에서 잠자는 흑표 껍데기

그런데 지난해 1월부터 진행된 내구도 시험평가에서 처음에는 변속기 베어링이 파손되는 문제점이 발생해 석달 동안 시험평가를 중지했고, 다시 3월에 시험을 진행하자 이번에는 메인 하우징이 파손되고 기름이 샜다. 이를 보완하여 3차, 4차 시험을 진행하는 동안 또 하우징 파손이 재발했다. 이를 보완하여 7월에 다시 5차 시험을 재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험장비 자체의 오류로 변속기가 파손되어 버렸다. 결국 12월에 6차 시험이 재개되었는데 이번에는 클러치 오일 압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해 올해 2월에 실패한 변속기를 봉인하고 해외 기술자문을 거쳐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으로 판정을 유보했다. 이로 인해 전차 2차 양산은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이 와중에 변속기 개발업체에서 변속기의 봉인을 무단으로 뜯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발끈한 방위사업청이 해당 업체를 고발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개발업체 쪽에서는 변속기 내부의 볼트가 파손된 것으로 그 원인을 주장하고 있으나 봉인을 뜯은 불법 행위로 인해 시험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러는 동안 이미 개발해 놓은 전차는 속을 비워둔 채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다. 만일 국산 파워팩 개발에 실패하면 총 4840억원의 개발비 손실이 불가피하며 사업 기간 지연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도 예상된다. 1차, 2차 양산에 투입된 2조1500억에다가 3차 양산 비용까지 더하면 총 3조5000억원으로 최초 예측 사업비보다 62.8% 늘어날 전망이다.

2002년에 사업이 결정된 한국형 전차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며 문재인 정부 기간 내에 모든 사업을 완료하는 것도 불투명하다. 이 지경에 이르는 동안 방위사업청의 고위직은 단 한 번도 시험평가 현장을 방문한 적이 없고, 국방부는 "방위사업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거리를 둔다. 하나의 구성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국방부, 방위사업청, 육군, 개발업체, 협력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적도 없고, 누구 하나 이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한 바 없다. 방위사업청은 오직 절차와 규정, 계약서만을 근거로, 수없는 공문 발송과 처벌만 되풀이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를 시험평가만 무한히 반복할 예정이다.

정작 사업의 경상비는 계속 지출된다. 업체는 개발한 제품의 근원적 결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진단하여 개선하지 못하고 가혹한 시험평가 기준만 탓하고 있다. 누구 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독일에서 파워팩을 수입해 1차로 양산하여 야전에 배치한 전차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주유압 펌프, 연료 펌프에서 고장이 발생하고 변속기에서도 원인 미상의 금속 이물질이 발생하였는데, 올해 11월 품질보증 기간 이후에도 이 문제가 발생하면 독일의 공급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개발 중인 전차뿐만 아니라 이미 야전에 배치한 전차에서도 또 문제가 발생하여 이를 수습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 추가될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전차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은 문제점에 대해 공유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그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록히드마틴에 추가로 1.3억달러 물어줘야

한국형 전차의 비극은 마치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파산을 예고하는 듯한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방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당함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던 참여정부 당시에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환수받기 위해 투자한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이 9년도 더 지난 지금 전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김장수 육군 참모총장이 베트남 전쟁 당시의 구형 무전기로 통신을 하는 육군의 실태를 거론하며 시급히 교체를 요구하여 착수한 사업이 전술지휘통신체계(TICN) 사업이다. 4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애초 계획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인 2021년에 야전에 배치가 끝나야 한다. 그런데 경쟁 업체 간 입찰의 공정성 시비로 법정 소송에 휘말리고 무전기(TMMR) 개발이 지연되어 이대로라면 사업 완료 시기가 2023년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업비는 5조4000억원으로 17.4% 증가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의 요구 성능(ROC)을 바꾸든지, 아니면 무리한 개발을 포기하고 해외 구매로 전환하든지,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엉터리 사업관리의 백미는 단연 미국의 F-35A 도입 계약 과정에서 절충교역(off-set)에 실패한 일일 것이다. 2014년에 공군의 차기전투기로 록히드마틴의 F-35A를 결정할 당시에 록히드마틴은 "구매국에 정찰위성 1기를 제공한다"며 우리 정부에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방위사업청을 통해 확인해보니 첨단 정찰위성이 아니라 수준이 낮은 통신위성임이 밝혀졌다. 통신위성을 무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전투기 구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록히드마틴 쪽은 2015년 6월에 "위성 제작비용이 상승되었다"며 1억3500만달러를 추가로 요구해 애초 '무상 제공'이라는 취지와 다른 행태가 나타났다.

게다가 이 위성은 록히드마틴이 한국에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록히드의 발주를 받은 에어버스사가 제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품질을 검증할 길도 없고, 지연이 되어도 우리가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결국 지난해 11월에 방위사업청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록히드마틴과 수정 협정(MOA)을 체결하여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주는데, 이럴 경우 군 통신위성 사업은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계약 체결 당시에 "록히드마틴이 무상으로 통신위성을 주는 것으로 알았다"고 황당한 답변을 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위사업청은 "앞으로 미국에서 정부 간 거래(FMS) 방식으로 무기를 도입할 경우 아예 절충교역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는 전세계 미국 무기 구매국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에 대해서만 무기 판매 대가로 다른 군사기술이나 장비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주요 국방사업이 파행으로 얼룩지는 사례는 북한 핵미사일을 억제한다는 킬체인의 핵심인 군 정찰위성 도입 사업이나 군단급 무인정찰기(UAV)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발이 지연되고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동안 무기 도입 사업 대부분에서 파행이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줄 무기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데도 무기를 사용하는 군은 특별한 항의도 없고 해결책을 요구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국방사업에서 부실이 발생하여 예산이 낭비되면 주로 혈세를 납부하는 국민들이 분노할 뿐이지 국방부 장관이나 군은 마치 남의 일 쳐다보듯이 한다. 정말 이상한 일 아닌가? 특별히 국방을 개혁할 의지도 없고, 불필요하게 갈등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한국군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현상만 유지하려고 한다.

역시 참여정부 당시에 사업이 시작된 한국형 기동헬기(수리온)의 경우, 육군은 이 헬기가 장비 중량이 너무 커서 실제 임무수행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야전에 배치된 이후에도 기체에 균열이 수시로 발생하는 등 탑승한 장병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면 개발업체와 협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서둘러 찾아냈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 문제가 제기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해결책이 아니라 불만만 제기하는 육군과, 이에 대해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업체 사이에서 수리온 헬기는 그런 상태로 운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암호장비 교체" 통보 5년간 뭉갠 합참

군의 전력 운용을 검열하는 총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합참의 직무유기는 경악할 수준이다. 미국은 2010년 4월부터 국방부와 합참에 "무기체계의 피아식별장치(IFF)의 운용체계를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연히 합참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2015년까지 네번의 통보를 묵살하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가 뒤늦게 계획을 수립하여 2019년에야 우리 무기체계의 암호장비를 교체하는 피아식별장치 성능 개량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전부 이 장치의 변경에 착수하였는데 유독 한국만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이다. 2026년쯤에야 사업이 완료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6년 이상 미국 무기체계에 대해 피아 구분을 할 수 없다. 미국 무기에 대해 육안이나 식별표(암호)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 이외에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연합훈련을 매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한-미 연합 기동훈련을 한다 한들 연합방위의 효과는 심각하게 저하되다가 주요 전투기, 함정, 미사일의 작동 불능 상황을 단기간 내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뻔히 드러나는 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느린 행정, 소통과 협력을 등한시하며 해결책을 모르는 군,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무기체계와 무책임한 업체가 어우러지는 우리 국방에 국방비를 8% 올려준다 한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책임이 문제의 본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근무하던 참여정부 당시와 비교하여 250조원의 국방예산을 투입하였음에도 국방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에 청와대에 방위사업 비서관 직제를 신설하여 총체적 품질 불량의 국방을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부실을 은폐하면서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억제와 미사일방어를 말하는 군사 전략가들의 허장성세를 이 정부는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청와대에 국방개혁 비서관과 함께 방위사업을 관장하는 비서관은 군 개혁을 위한 수레바퀴의 두 축이 되어야 한다.

2017-07-10-1499673253-6890874-00503376_20170707.JPG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은 장비 무게가 너무 무거운데다가 기체 균열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로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26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