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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트럼프의 관심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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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MOON
Carlos Barria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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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와 미국을 다녀 온 후에 저는 한 방송에서 "한미 정상 간에 외교·안보 분야의 갈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작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무역과 같은 경제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맨스필드 재단과 우두르 윌슨 센터 방문에서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갖게 된 느낌입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왜 사드가 그렇게 서둘러 배치되었는지, 소수의 군부 일각 외에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고 사드 배치의 비정상성을 설명하면 그들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미국에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며 압박을 가해도 됩니다. 외교·안보에 정답은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 문제는 다릅니다. 뚜렷한 통계를 통해 국가 이익의 핵심이 무엇이 명확히 드러냅니다. 갈등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 핵과 사드 문제는 우리 입장을 당당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이 일제히 나서서 이번 정상회담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면접시험 보러가는 것처럼 몰아붙이며 "다른 말 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내고 답은 한국이 하는 면접시험 말입니다. 그 결과 "사드 배치 한미 합의는 변함없다", "힘을 앞세운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너무 많이 나간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물론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CSIS 문 대통령의 연설은 훌륭했지만 사드 문제 언급은 불필요한 사족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7월 초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참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조짐은 이미 중국 측의 반응으로 예고되고 있습니다. 만일 문 대통령이 시진핑과 회담에서 미국에 가서 했던 말과 다른 기조의 말이 나오면 이번에는 미국이 화를 낼 것입니다. 저는 동맹파가 장악한 청와대 안보실에 이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나 보다가 화를 자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방위비분담금 문제는 트럼프의 잘못된 인식의 백미라 할 것입니다. 10년 간 40조원 넘는 미국 무기를 도입해 준 한국은 한국 노동자보다 미국 방위산업 노동자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해 왔습니다. 방위비분담금과 별개로 미국의 해외 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100억 달러의 평택기지를 제공했습니다. 말이 미군기지이지 가족까지 수용하는 신도시 하나를 지어 준 것입니다. 우리는 반환하고 가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이라는 폭탄도 떠안아야 합니다. 평택 미군 아파트 30년치 임대료는 국유재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우리가 보증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전기세와 유류세, 도로세도 면제받는 미군은 막대한 토지와 시설을 공짜로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갖 시중 다 들어주고 비용까지 떠맡는 나라에 감사는 못할망정 "돈 더 내라"고 말하는 몰염치에 대해 우리는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그렇게 많이 퍼주었는데 겨우 1조원 방위비분담금을 내세워 "더 내라"고 압박을 가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반박할 건 반박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푼돈이라도 뜯으려고 미국이 더 치사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강대국이 큰 덩치로 밀고 들어오는 이 시기에 대한민국 생존의 선명한 비전을 만들고 그들에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에 털리면서 눈치나 보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정세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선명한 비전과 강인한 의지를 다져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사는 길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