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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왜 '사드 문제'에 격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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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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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왜 사드 문제에 격분했을까요? 관련 사실들을 복기해보겠습니다. 집권하자마자 주변 4국에 특사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때 표방한 바와 같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주변국, 특히 중국에 대해 외교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에 특사로 다녀 온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국 상황과 중국 인민의 뜻에 따라 한국 정부의 우려사항을 해소할 것"이라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메시지를 전했을 것입니다. 이 말은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에 한국 정부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한국 정부와 충분히 대화하고 경제 보복 등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특사로 갔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사드 배치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미국에 제기하자 미국 정부도 "잘 이해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비록 성주에 사드 포대의 절반이 배치되어 있지만, 나머지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주변국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협력적 방식으로 해법을 내 와야 한다는 입장을 굳혔을 것입니다. 늦어도 6월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는 외교·안보 부처의 진용을 다 갖추고 사드 문제에 대한 처리 방향도 가닥을 잡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추가 배치될 4개의 사드 발사대가 이미 경북 성주 인근에 와 있다는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재검토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은 것 아닌가"라는 압박을 받았을 법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드 배치 결정과정의 진상파악도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 강행의 프로세스가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지난 정부 김관진의 청와대 안보실은 새 정부에 일체의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컴퓨터는 다 포맷을 해버렸습니다. 국방부는 여전히 지난 정부를 답습하며 제 갈 길 가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4강 주변외교고 뭐고 문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비협조로 인해 외교·안보에서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지가 의외로 적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법합니다. 여기서 진상 조사 지시는 아직도 진상 파악을 못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에게 분발을 촉구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러니 "격분했다"는 표현이 나올 법도 한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주 국정기획자문위원에 업무보고를 한 국방부가 사드에 대해 호되게 질책을 받을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자문위는 "우호적으로 대하더라"며 마치 "사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언론 플레이를 했습니다. 완전히 정권을 농락한 것입니다. 빨리 국방부 장관 인선을 발표해야 하고, 안 되면 차관이라도 먼저 임명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는 인물이 국방부를 장악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번 안보실장 인선이 늦어진 것은 아쉬움이 큰 대목이었습니다. 자꾸 안보진용을 갖추는 일에 미적거리면 갈등은 더 커집니다. 국방부와 정면충돌을 각오하고서라도 사드 배치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국회 국정조사로 가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