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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설과 '안보 대통령'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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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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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간에서 권력은 진공을 싫어합니다. 어디서 힘의 공백이 발생하면 반드시 다른 힘이 그 공간을 채우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전통적 보수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붕괴되니까 진보 정치지도자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겠다고 일제히 달려들고 있습니다. 서로 '안보 대통령'이 되겠다며 지금의 안보 정국에서 한몫 챙기겠다는 겁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로 보낸 것 하나로 대선 판이 요동쳤습니다. 4월에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대선 후보들이 기존의 당론을 바꾸고 말을 뒤집으면서 안보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황당한 궤변이 천연덕스럽게 펼쳐지는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한 인터넷 언론이 만들어 SNS 상에 확산된 가짜 뉴스에 동조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안타깝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입장 표명까지는 좋았는데, 그렇다고 "당장 전쟁이 나면 나부터 총 들고 나가 싸우겠다"는 발언이나 "사드 배치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정치 지도자답지 않게 아무 말이나 막 해대는 건 한반도 위기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버해도 한 참 오버한 것입니다.

어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방문한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 특별사무대표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가고 나니 트럼프의 '전략적 충동'의 시대가 왔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표현입니다. 지금 한반도 정세를 보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의 앞으로의 행보는 한결 예측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행보는 비논리적인 감성과 충동으로 가득 차서 도무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냉철함과 의연한 자세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차기에 국민 안전을 책임질 정치 지도자의 풍모라 할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가짜 뉴스에 정치 지도자가 먼저 편승하여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4월 한반도 위기를 마치 기정사실화 하는 이런 태도는 국민은 더 불안하게 할 뿐입니다.

칼빈슨 항모가 한국에 온 것은 지금 당장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력시위로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억제해 보자는 의도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조치를 검토할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자제를 한다면 미국은 작은 승리를 했다고 자족하며 사태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대통령 후보가 "총 들고 나가 싸우겠다"는 무책임한 말이나 하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그런다고 안보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