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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메시지'로 자멸한 대한민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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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XI
POOL New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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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제가 주변국 정부라면 한국 정부는 귀싸대기 올려붙이고 싶은 미운 상대입니다. 경향신문에서 김흥규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정부는 끊임없이 '이중 메시지'를 발신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대해서 보자면, 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해-피해의 역사는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슬그머니 위안부 협상을 하면서 이번에는 "미래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마지못해 위안부 협상을 체결한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전혀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예전에 자신들을 비난했다는 걸 기억하며 한국을 더 들들 볶아댑니다.

중국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한국이 한때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중국 입장을 고려하며 "제안도 없었고, 검토도 하지 않으며 협의조차 없다"고 발을 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 번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해 놓고 어느 날 갑자기 중국과 한 마디 양해도 없이 배치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중국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괘씸한 한국을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합니다.

미국은 한때 한국이 "사드는 관심 없다", "사드는 한반도 지형에 맞지 않는 무기"라며 평가절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는 참여 안 한다"는 한국 정부에 기분 나빠 합니다. 그러던 중 북한 핵 실험을 본 한국이 겁에 질려 "사드 배치해 달라",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해 달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한국을 속으로 비웃고 있습니다. 어린 애처럼 매달리는 한국에 환율과 무역압력으로 마음 놓고 갑질을 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이 나라가 냉전 이후 겪어보지 못한 외교·안보 참사를 겪고 있습니다. 작년에 동남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힘으로 중국을 차단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은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을 매수하더니 자기편으로 돌려 세웠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의 양다리 전략에 미국과 중국이 모두 말려든 것이지요. 약이 오른 두 강대국은 더 확실하게 줄 서는 나라를 찾아 나서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입니다. 여기서 제대로 승부하겠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실패하면 동아시아 주변관리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양국은 자존심을 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드 문제의 본질입니다.

이 강대국들은 표리가 부동한 한국에 대해 깊은 감정적 앙금을 품게 됩니다. 이중 메시지로 미움의 대상이 된 것이지요. 차기 지도자는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일관된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