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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정치를 '편집'해 버리는 한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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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정치권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습니다. 어제(21일)는 정의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오후에 황교안 권한대행을 방문하여 특검 활동기한 연장을 수용하라고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언론사 기자들이 "오늘은 기사량이 넘치니 황 권한대행 방문을 내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의 요청을 받은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황급히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돌려 방문을 오늘로 연기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언론이 정치를 편집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야당 의원들이 합의한 일정이었고, 총리실에도 통보까지 된 중요한 방문 일정을 바꾸어버리면서까지 말입니다. 저는 이게 몹시 불편합니다. 마침 오늘 아침 목욕탕에서 그 민주당 의원을 만났습니다. 평소 제가 존경하는 대학 선배이기도 한 그 분께 어제의 일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언론의 기사량까지 조절해가면서 점차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해주십니다. 결국 정치란 언론사 내부 사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말씀. 이해는 되지만 선뜻 적응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데 멀리 갈 것도 없이 저희 의원실만 해도 보좌진이 언론사 구미에 맞는 기사거리를 하루 종일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기사거리가 발견되면 지체 없이 특정 언론사를 섭외하여 기사 게재 여부를 타진합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알릴 정보가 있으면 정식으로 보도 자료를 내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발언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특정 언론사와 짜고 기사를 키우기로 끊임없이 정보를 거래하는 유착관계가 더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것은 '언론 플레이'가 아니라 '더티 플레이(dirty play)'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언론을 불편부당하게 대하면서 정론을 말해야지 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서 미안한 일이지만, 이럴 때 저는 그들이 우리 사무실 직원이 아니라 언론사의 정보원 같아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영혼 없는 기사를 남발하는 것이 무슨 정치란 일인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언론의 폐해는 극단을 치닫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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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을 하기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방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소속 의원 15명은 이날 국무총리실을 방문했지만 황 대행 측 일정 때문에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