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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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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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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전날,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방부 출입기자실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국방부 간사 기자가 "북한 핵 실험이 임박했다"는 일부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다는데 그런 징후가 있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장관 답변이 "그런 일부 언론 보도는 짜깁기 수준"이라며 "북한이 핵 실험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부는 북한 5차 핵실험으로 지금이 비상사태라고 합니다. 5차 핵실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다가 지방에 내려간 국무위원들이 모이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 '비상'의 내용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비장한 선언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9일) 열린 긴급 국방 상임위에서 국방부 답변을 듣자하니 이분들이 북한 핵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나 한지, 도무지 모를 지경입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정보를 장관에게 제대로 보고하는지조차 의심이 듭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어떤 내용을 실험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전문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지난 4차 핵실험에 이어 이번 핵실험이 과연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해서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인가, 만일 그것이 성공한 것이라면 핵탄두 소형화가 더 앞당겨진 것 아닌가, 라는 판단에 있습니다. 이걸 판단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추출하는 5MWe 흑연감속 원자로의 가동상태와 삼중수소를 추출하는데 필요한 리튬6를 광산에서 채굴했는가 여부가 중요합니다. 핵 실험 하나만 볼 것이 하나라 핵관련 활동 전체를 종합해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시기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전략정보의 핵심사항입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리튬이 뭔지, 삼중수소가 뭔지 아예 알아듣질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걸 왜 묻는지 "질문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하다가 재차 질문하니까 "그건 실무 수준에서 파악해야 할 문제"라며 자신이 왜 그런 걸 확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정밀분석을 해 봐야 안다"고 대충 넘어가는 겁니다. 지난 4차 핵실험을 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정밀분석이 안 되는데 이번에는 정밀분석이 된다는 그 어떤 보장도 없습니다. 국방부 반응은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한 거지 자세한 알아서 뭘 할거냐"는 식입니다. 그냥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고백하는 게 낮지 계속 뭘 빙빙 돌려 이야기하는데 신뢰할 만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이 왜 비상사태인지, 근거가 없습니다. 딱히 북한에 대해 조치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정작 비상사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생뚱맞게 "국론 분열세력과 불순세력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말하는 그 의도가 뭔지도 아리송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체계적인 위기관리 방향도 없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말하는 대통령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뭘 알고서 대비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정부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도대체 뭣이 중한 것입니까?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