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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의 할머니가 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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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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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부지로 발칵 뒤집힌 성주에 급히 다녀왔습니다. 바로 공군 대공미사일 기지가 있는 산 중턱에 성산2리 마을이 있습니다. 참외 농사를 짓는 노인들이 많이 사시는 마을 한켠에 마을회관이 있고 그곳으로 직선거리 200미터 위쪽으로 군 기지가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그저께 오후에 약40명 정도의 주민들이 저를 맞이하였습니다. 사드가 뭔지, 전자파가 뭔지, 미사일방어란 게 뭔지 알 길이 없는 이 분들은 오직 농사일과 자식 걱정밖에 모르는 순박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뭔가 무시무시한 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하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저를 맞이하였습니다.

이 분들은 정부가 설명하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들에게 절박한 것은 "도대체 왜 우리 동네가 갑자기 사드 부지로 선정되었는지 알고 싶다"는 진실에 대한 갈증입니다. 왜 아무런 예고나 설명도 없이 우리 동네가 선택되었느냐는 것이지요. 만일 사드가 정부 말대로 안전한 것이고 필요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사전에 찾아와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저렇게 비밀리에 결정해 놓고 갑자기 총리와 장관과 언론사가 들이닥쳐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사드는 안전하다"고 외치는 것이 어쩐지 한 편의 연극 같아 보이는 겁니다. 이런 정부 행태가 무언가 숨길 것이 많아서 저러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과 불안감을 더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국방위원인 저조차 까맣게 몰랐고, 전혀 예상도 못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로 인해 마을 분들은 정부가 얼마나 비밀리에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었는지 실감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울에 사는 저조차 그 충격과 혼란이 이렇게 큰 데 하물며 여기에 사는 분들은 오죽하겠냐"며 걱정을 나누었습니다. 문득 옆을 보니 연로한 할머니 한 분이 옛날 돌아가신 저의 외증조 할머니와 몹시 닮아있었습니다. 연세를 여쭈어보니 95세랍니다. 이 분들에게 요즘 정부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정부가 하는 말은 온통 살을 베어버릴 것 같은 아픔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할머니가 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습니다. "나는 죽어도 그만이지만 자식들이 걱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일단 "내년 연말까지로 사드 배치 시한이 정해져 있으니 당장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며 "시간을 갖고 더 실상을 파악해보자"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씀을 드렸지만 제 마음도 몹시 불편합니다. "반드시 다시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다음주 화요일(19일)에는 제가 이 분들을 대신해서 정부에 현안 질문을 해야 합니다. 제가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성산2리 주민들이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합니다. 사실 지난 임시 국회에서 국방부가 사드에 대해 설명한 것은 하나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여기엔 무언가 우리는 모르는 고도의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그걸 반드시 알아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진실입니다. 오로지 진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