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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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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어느 초코과자의 광고 문구가 심금을 울렸다. '말하지 않아도 너의 마음을 다 안다(토닥토닥).' 이런 따뜻한 말과 영상이 나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퍼지게 했다. 그런데 그 말은 남·여 사이에서 혹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말인 것 같다. 대신 어투가 다르겠다. 광고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따뜻한 내용의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실제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원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인 것 같다. '내 마음을 그렇게 모르겠어?', '꼭 말해야지 아는 거야?', '그렇게 눈치가 없어?', '내가 어디까지 알려줘야 해?' 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나도 많이 사용해본 말들이라 예시들이 쉽게 생각이 난다 ㅎㅎ)

나는 그때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지도 않은 채,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택시를 타고 택시 기사분에게 나의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은 채, '내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나는 그 부분을 읽고 비유를 너무 잘 해서 웃음도 나고 속이 다 시원할 정도였다. 그 때 나 스스로도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말하기도 전에 미리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유아기적인 환상이고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과 반성을 했던 것 같다.

반면, 어떤 경우는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내 마음이 어떤지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이해가 안 돼?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그런데, 그때 잘 살펴볼 것이 있다. 내가 정말 내 마음이나 감정에 대해 온전히 이야기를 했는지. 아니면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원망의 말만 꺼내놓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서운한 감정이나 화나는 감정을 느꼈을 때, 우리의 감정만 온전히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떤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서만 열거하는 경우도 있다. "네가 그 때는, 이 때는, 저 때는, 이렇게 했잖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와 같은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는 말들 말이다.

아니면,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좋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 (예를 들어, 서운하다 혹은 무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해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너 혹시 나한테 화났어?', '너 혹시 나한테 불만 있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경우들을 보면 상대방은 말한 사람의 마음이나 의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기분만 상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면 말하는 사람이 나에게 비난이나 지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시작한 본인도 갈등이나 싸움을 시작하자고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서로가 상처를 주는 대화를 하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시로 우리의 대화 패턴이나 방식에 대해서 끊임없이 확인을 해가면서 서로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내 진짜 마음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방법을 배우거나 관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계를 맺는 것도, 소통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