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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근육 단련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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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로서 보는 세상①]

신기하게도, 누가 내 인생의 각본을 짜 놓은 것처럼 힘든 일은 한꺼번에 몰려와서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럴 때 우리는 상담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위로를 받거나 해결책을 찾고 싶어서 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단지 위로만 받는 것을 넘어서 좀 더 마음이 건강해지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찾아오기도 한다. 각자의 이유가 있고 동기가 있겠지만 대부분 힘들 때 상담실을 찾아온다.

나는 처음 만나는 내담자들(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에게 꼭 설명해주는 것이 있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손쉽게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힘들어 질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 반복해서 좌절이 올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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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위의 그림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거나 문제 행동이 사라지는 것이다.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승승장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 특히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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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는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다.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 좋아지기도 하지만(진짜 변화 아님) 다시 안 좋아지기도 하고, 또다시 좋아지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다.

그렇게 미리 얘기해두지 않으면 내담자가 다시 과거의 문제 행동을 반복해서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정서를 다시 또 느끼게 되고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절망스러울 때, 상담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해 실망하거나 회의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 좋아졌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또 힘든 상황을 마주하게 된 내담자가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노력을 해야 해요.. 언제 좋아질 수 있어요? 이렇게 고쳐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뭐 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때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다소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네가 지금 지쳐있고 힘든 것은 다 안다고,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고 어떤 부분이 변화가 되었는지 우리 서로 알고 있지 않냐고. 그런데 네가 힘든 것처럼 나도 그렇다고. 나도 지금 내 스스로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고, 내가 상담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나의 아쉬운 부분들 때문에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고. 그럴 때마다 좌절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더 빠르게 좌절감에서 벗어나고 더 힘차게 다시 노력해보려는 한다고.

그럴 때는 내가 생각하기에 나도 내 문제(문제라고 표현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담자가 직접 사용한 단어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을 했다)를 계속 안고 간다고.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그 문제로 인해 실망하거나 속상해하는 마음의 강도가 줄어들었고, 속상해 하는 시기가 자주/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나타난다고.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점차 부정적인 감정은 줄어들고, 빈도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밤과 낮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고, 힘든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고, 행‧불행은 항상 같이 공존한다. 이것이 진부한 얘기이고 너무 뻔한 얘기인 것 같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그 말이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스스로가 노력하는 상황에서 분명히 지칠 때가 오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노력을 해왔나 회의감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뒤를 돌아봐라. 우리가 어제보다, 한 달 전보다, 노력하기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부분이 있다. 어떤 면에서? 그건 우리가 힘든 상황을 겪더라고 다시 일어날 마음의 힘이 강해졌다는 면에서 말이다.

우리에게 불행이나 안 좋은/힘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다. 그 상황에서 누가 얼마나 건강하게 잘 극복해 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우리는 그 힘을 기르기 위해 상담을 받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관계에서 좀 더 친밀하고 진실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부디, 지금 노력하다가 힘이 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라면 다시 한 번 뒤돌아 생각해봐도 좋을 듯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컸는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