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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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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 아이가 중국 중학교에 다니게 된 지 1년이 좀 안 된다. 아이의 학교는 집에서 버스로 네 정거장 되는 "보통 중학"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보통 중학"은 우수한 인재를 모아 놓은 학교인 "중점 중학"과 구분되는 보통 수준의 학교라는 의미로 보면 되겠다. 우리나라의 자사고, 특목고와 대비되는 일반고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보통 학교에 아이를 보내놓고 보니 내가 알던 중국이 좀 더 넓어진 느낌이다. 그간 몰랐던 다양한 일들과 다양한 사람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니 말이다. 아이의 학교 생활을 통해 들은 이야기, 궁금해서 더 찾아보게 된 이야기들을 통해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중국의 교육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모두가 나처럼 중국에 대한 앎이 하나씩 늘어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낯선 중국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하던 딸 아이가 요새는 꽤 자주 조잘조잘 친구들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학기말을 앞둔 요새 좀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물었더니 친한 친구 두 명이 전학을 간단다. 한 친구는 푸지엔성(福建省) 이 고향인 아이이고 또 다른 아이는 산동성(山东省)이 고향인 아이인데 엄마 아빠는 여기서 일하지만 나중에 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해 고향으로 가게 되었단다. 내년에 돌아갈 계획이 있는 친구까지 포함하면 여학생 수가 9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다 하니 정말 많은 수의 친구들이 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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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잡은 오늘의 키워드는 "후코우(户口)"이다.

후코우의 사전적인 의미는 "호구, 호적"이다. 우리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이기도 한 후코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호적의 의미보다 훨씬 크다. 많은 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곤 한다. 교육에도 예외가 아니다. 왜 아이들은 후코우가 베이징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곳을 떠나게 되었을까. 외지 출신 부모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여기서 잠깐!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어 중 하나가 외지인인데 이는 어느 지역의 상황을 이야기할 때 현지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일하거나 공부하며 생활하는 곳을 기준으로 호적지가 다른 곳일 때 '외지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다시 교육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중국의 의무교육은 9년으로 소학교와 초급중학, 즉 우리의 초등학교와 중등과정을 포함한다. 의무 교육의 경우 외지 출신도 현지의 해당 조건을 갖추면 아이의 의무교육을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중등을 졸업하기 전 선택이 필요해진다.

베이징의 경우 외지 후코우인 경우 일정 조건을 갖춘 후 보통 고등학교에는 진학할 수 없고 직업고등학교나 기술학교에는 한정적으로 진학을 할 수 있다. 혹은 일부 정해진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받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입학 시험인 까오카오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대학 입학을 생각하는 경우 늦어도 고3때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16개 성(省)별로 대학입시 내용이 다르고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고향지역의 대학입시를 보기 위해서 아이들은 고3이 아닌 그보다 먼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대학에 대한 목표가 있는 친구들의 경우 빨리 정리하고 고향으로 가서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게 된다. 반면, 성적이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않거나 대학을 가지 않기로 한 친구들은 가족과 떨어지는 문제점들을 피해 직업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후 베이징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기로 한다.

학부모 회의를 가보면 선생님과 많은 학부모에게 있어서 후코우로 인한 진학 문제는 중요한 화두가 되는 걸 볼 수 있었다. 딸 아이 담임의 경우, 지금 성적이 대학에 갈 성적이 아니라면 굳이 아이들과 떨어져 사는 모험을 하지 말아달라 부모들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이 곳이 그들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고 부모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라는 것이 담임의 의견이었다.

사실 땅덩어리가 큰 중국에서 자신의 후코우로 돌아간다는 것은 한국 사람의 기준으로는 외국에 가는 것만큼 멀리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에게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향에 남아있는 아이들(留守儿童)이 현재 중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교육개혁정책 중 异地高考(후코우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보는 대입 시험)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전면 시행되기는 쉬울 것 같지 않다. 우선 중국은 16개의 성(省)별로 시험 내용이 다르고 국가에서 출제하는 문제까지 총 17개의 대입 시험지가 존재한다. 특히 북경, 상해, 광주는 전면적 개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경우 인구 줄이기 정책으로 봤을 때 당분간 외지인들의 이러한 불만을 해결할 정책이 새로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대세이다.

또한 이러한 보완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일치하지는 않는다. 실제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방문했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의 외지인은 "돈도, 명예도 다 있지만 자신의 아이는 이 곳에서 대입시험을 준비할 수 없어 기분이 나쁘다"라고 불만을 표했고, 베이징 후코우가 있는 사람은 댓글에서 "그렇게 돈이 많으면 국제학교에 보내서 외국으로 보내라. 우리도 외지인이 많아져서 물가만 오르고 좋은 것도 없다"라며 반박을 했다.

후코우제도는 역사적으로 민중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고 중국 건국 초기부터 어느 시기까지는 국가 발전과 사회질서 유지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취업, 사회 보장 등에 있어 차별을 주는 제도가 되었다. 이에 후코우제도에 대한 개혁은 중국의 당면 과제라는 것이 대중의 인식이다. 그 목적은 모든 국민들의 거주 조건을 없애고 등록을 할 수 있게 하며 등록된 거주지에서 공공의 권리를 누리고 현지 정부의 관리를 받으며 의무를 시행하게 함에 있다. 물론 개혁에는 인구집중이나 역차별 등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진학문제에 있어서도 발빠른 진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공부하는 것" , 우리에게 이토록 간단한 일이 바로 옆 나라에서는 힘들고 복잡한 일이라는 것을 보니 내가 다른 체제의 국가에 살고 있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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