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짐송 Headshot

봄이 좋냐고??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벚꽃이 지고, 미세먼지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팔을 치켜들기 머뭇거려지는 땀의 계절이다. 하지만 달력상으로는 5월, 일교차를 핑계 삼아 아직은 봄이라고 우기고 싶어진다. 이 글을 쓰는 4월28일 기준, 가수 십센치(10cm)의 <봄이 좋냐??>라는 노래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음원 발매 직후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높은 음원 성적을 거두는 <봄이 좋냐??>는 "사랑 노래 일색인 봄의 음원 차트에서 솔로들의 심정을 대변"해서 "참신하다"는 평을 받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봄 사랑 벚꽃 말고>라는 제목의 노래까지 나올 정도로 봄의 음원 차트가 '분홍분홍'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노래는 결코 '솔로들의 심정을 대변'하지도 '참신'하지도 않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솔로에 대한 아주 진부하고 익숙한 도식을 반복 재생산할 뿐이다. 왜 있잖은가? 한때 유행했던 '커플지옥 솔로천국'이라는 문구나, 화기애애한 커플 사이에서 솔로 혼자 세상 짐을 다 짊어진 듯한 꼴로 우중충하게 걸어가는 일러스트 말이다. 이 노래의 주된 감정은 커플에 대한 질투와 분노, '억하심정', 연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박탈감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벚꽃과 봄, 사랑 노래와 정반대 방식으로, 똑같이 뻔하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노래는 봄을 즐기는 누군가에게, '그 좋음'을 아니꼬워하는 누군가 놓는 '일침'이다. '니 남자친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노래가 저격하는 대상은 여성이다. 커플 전체가 아니라, (내가 아닌) 누군가의 여자친구. 가사를 보면 노래 속 커플들은 남자친구의 속도 모르고 착각에 빠진 여자와, 사실은 PC방에 가고 싶지만 참고 지겨워하는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오지랖으로 남의 비연애 상태를 폄하하는 것만큼이나, 지레짐작으로 남의 연애를 비하하는 것도 무례한 일이다. 이들은 더울 땐 덥다고 붙어 있고 추울 땐 춥다고 붙어 있는 '진짜 이상한' 존재로 대상화되고, 애정 행각은 분노를 유발한다. 급기야 노래의 화자는 이들을 향해 꽃이 떨어지듯 '몽땅 망해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으로 가득 차 꽃 아래를 거니는 연인이 아니꼬운 이유? 보는 사람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솔로의 심정을 대변하기보다 솔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 자신에게 없는 관계를 '결핍'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박탈감을 '가진 자들'에게 돌리고 저주를 퍼붓는 모습은 그만큼 솔로를 철저한 패배자로 보는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1

일러스트레이션/ 조승연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라는 잡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 사용설명서에 "계간홀로는 연애인구를 존중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비웃고 연민할지라도. 결국엔 니들도 깨질걸? 풉."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비연애 상태가 변화 가능한 상태이듯, 연애 역시 언제나 지속되지 않으며 변하는 관계라는 의미에서 넣었지만, 연애인구에 대한 폭력과 조롱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 적 있다.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관계에 대한 파탄을 예고하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예정되었더라도, 현재에 충실한 이들에게 실례이다.

노래는 시작부터 묻는다. 꽃이 언제 피는지,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 왜 궁금하고 중요하냐고. 이때 꽃과 봄은 연애와 데이트의 전유물로 배치된다. 이 구도 속에서 연애하지 않는 이들은 봄을 즐길 수도 없고, 좋아할 수도 없고, 그저 분노하고 화내면서 저주를 퍼붓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애하지 않아도, 연인이 없어도, 꽃이 언제 피는지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는 궁금하고 중요할 수 있다. 봄과 꽃, 즐거움과 낭만은 연애를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연애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연애보다 더 넓은 범주, 삶 자체를 풍족하고 윤택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망해버리라니? 그런 말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세먼지와 황사에나 들려주라지.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