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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평판이 당신의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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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바보되는 노동법④]

회사원의 수명

회사 생활의 끝은 무엇인가. 열심히 회사에 다니던 우리 모두가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인정하기 어려운 그 마지막은 당연히 '퇴사'다. 그렇게 원하던 회사에 들어갔지만, 그 끝은 당연하게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는 것이다. 회사에서 충분히 일한 후에 그만 두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다를 뿐이다. 다시 말해, 내가 먼저 원해서 퇴사하느냐(의원 면직) 회사가 요구해서 그만두느냐(징계 해고)의 문제다.

대기업 화이트칼라가 회사원으로서 '현실적인 천수'를 누리는 것은, 정년 60세를 다 채운다는 판타지가 절대 아니다. 회사에서의 수명은 입사 동기들보다 승진을 더 많이 하는 것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보통 이사나 상무와 같은 임원 보직을 맡은 후(운이 좋다면, 전무나 부사장) 약 2~3년의 보이지 않는 임기를 마치고 나서 퇴사하는 것이, 근로자로서의 생을 명예롭게 마무리하는 경력의 사례다.

그러나, 우리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생을 달리할 수 있듯이 회사원으로서의 삶 역시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징계로 마무리되어 퇴사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가 징계를 할 때 언제나 공정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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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관리, 회사 생활의 처음과 끝

사실 임원에 이르지 못하고 중간관리자인 팀장 내지 파트장 직에서 회사 인생을 그만두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사례에 해당하고 현실적인 경우이다(취업준비생들은 잘해야 20년짜리 기간제 근로자로 취업하는 것이다). 심지어 부장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과장 직급에서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만 성적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더 촘촘한 근무평정과 그보다 더 무서운 평판조회가 입사 3년 정도면 꼬리표처럼 근로자를 평생 따라다닌다.

이른바 'RRM'(reputation risk management, 소위 '평판 관리')는 조직 내 생명 연장을 위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평판은 그 자체로 근로자의 지울 수 없는 낙인이며 회사 생활의 처음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싸가지가 없으면' 조직 생활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 싸가지가 있으면서 일을 적당히 하는 게 RRM 측면에서 더 낫다.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의 관료 시스템이 만연한 기업에서의 근로자 평판은 한 번 형성되면 바뀌기 어려운 문신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주의하고 또 주의하면서 회사 내 일상을 관리해야 한다.

회사의 인사위원회(또는 징계위원회)는 재판관이 운용하는 중립적인 기관이 아니다. 회사는 어떤 근로자의 불법 행위를 알고도 그간 조직에 기여한 공로나 근무 평정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아예 회부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작은 비위 사실을 이유로 징계 절차로 바로 돌입할 수도 있다. 그 관문에서 가장 중요한 재량 판단의 요소가 바로 해당 근로자의 평판이다. 그가 동료들과 불화하지는 않았는지, 상사들에게 평소 고분고분하게 지시에 순응했는지는 곧바로 '그 친구 (안)괜찮아'라는 한 마디로 요약되고 회자되며 보고된다.

그 지점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회사인간 유형이 존재한다. 바로 조직 내 공익제보자다. 이들이 받는 인사상 불이익은 실로 막대한 것이어서 '가중처벌'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차별과 냉대를 받는다. '가장 싸가지 없는 자'로 찍힌 그들의 경우, 아주 작은 실수로도 회사는 바로 징계 절차에 회부한다(계속).

[모르면 바보되는 노동법①] 회사에서 징계란?

[모르면 바보되는 노동법②] 사내연애 이유로 권고사직 시킬 수 있을까

[모르면 바보되는 노동법③] 사내연애 신고자인 부장은 징계 위원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