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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바보되는 노동법①] 회사에서 징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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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바보되는 직장인 노동법①]

최근 한 회사의 사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 중 회사의 징계권이 제대로 행사되었는지도 주의를 끌고 있다. 일반적인 근로자에게는, 회사가 징계를 개시하는 것이 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이례적인 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아닌 회사가 근로자에게 부가하는 상벌은 모두 기업 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특히 근로자에 대한 일방적 불이익 조치인 징계는 다툼의 소지가 많아 실제로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가 수행한 업적에 대한 회사의 보상은 보통 승진이나 인센티브와 같이 숫자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제는 상장과 같은 명예형 보상은 거의 사라지고 있고 근무평정이 대신 행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회사가 관습처럼 주는 '상장'이 있는데, 10년, 20년 동안 같은 회사에 몸을 담고 있으면 수여하는 근속기념패 류가 그것이다. 회사는 근로자의 노고를 한껏 치하하는 문구가 적힌 감사패를 건네주곤 청춘을 보낸 후 이제 장년에 접어든 그들에게 돈이 들지 않는 값싼 위로를 건넬 뿐이다(가끔 순금으로 만든 열쇠를 주기도 하고 상품권을 줄 때도 있는데 서글픔만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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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한 회사 생활을 하는 근로자라면, 회사로부터 상을 받는 것만큼이나 벌을 받는 것도 어색하다. 그것이 매우 희귀한 사례이므로 회사가 근로자를 징계한다는 것은 사실 '회사를 나가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개인에게 받아들여질 정도여서, 징계위원회 혹은 인사위원회의 개최 통보를 받은 근로자는 조용히 사직서를 내는 것이 보통이다. 징계가 남용되면 조직의 기강을 오히려 해치고 업무 효율성을 저해시킬 수 있으므로, 징계권 행사는 인사 조치의 최후 단계에 행해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회사의 징계 절차 돌입 통보는 사실상 권고사직의 다른 말이 되는 것이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언제 칼을 빼들며 징계하는가? 그것은 조직 입장에서 크게 두 가지 경로를보인다. 먼저 근로자가 명백하게 현행법이나 취업규칙을 어겨 위법한 행위를 했을 경우다. 이번 사례와 같이 직장 내 성폭력이나 회사 밖에서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다른 경우는,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전 단계로 징계권을 행사하는 경우다.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하는데, 보통 근로자의 행위가 회사에 해를 끼친다고 '회사가 판단'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를테면, 내부고발자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경우인 근로자 개인의 불법 행위 보다 회사는 내부고발자가 회사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것이 현재 시점 한국에서 회사 조직의 생리다.

문제된 회사도 피해자를 잠재적인 내부 고발자로 보고 성폭력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회사 평판이 나빠질 것을 더 두려워했다. 회사 인사 담당 임원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우리 회사가 여성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일로 소문이 나면 타격이 클 것 같다. 조심해 달라'고 한 것에서 회사의 명백한 입장이 확인된다. 회사의 징계권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는 개인인 근로자를 위해 행사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근로자 개인 입장에서는 어떤가. 회사가 나에게 징계를 가한다는 것만큼이나 근로자가 조직 생활에서의 위협을 현실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또 존재할까? 우리는 회사를 다니면서 실제로는 회사라는 실체를 느끼지도 못한다. 회사라는 실체를 근로자가 감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오직 상사를 통해서다. 상사 뒤의 회사는 근로자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 몸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야 징계권을 행사한다.

그 최후의 순간, 회사의 징계권 행사는 일방적 조치로서 근로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징계권 남용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회사의 징계권 행사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양정이 적정해야만 한다. 현실은 어떤가? 이론과 달리 우리가 사는 일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게 얽힌 사실 관계가 존재하고, 이에 못지않은 회사의 고민도 있다. 다음 글부터 차례대로 징계 처분과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자. 생각해보면, 근로자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징계권-인사규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 이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