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제윤 Headshot

백령도의 눈물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실패한 간척으로 황무지가 된 150만평 황금갯벌과 썩어가는 천연기념물

서울보다 평양이 가까운 섬.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는 세계에 단 두 곳뿐인 모래밭 천연비행장, 사곶해변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391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항공기가 이착륙하던 천연 활주로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단단한 모래밭이 푸석해지고 모래 사이로 시커먼 뻘이 스며들어 해변은 비행장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부서인 문화재청은 2015년 10월 "문화재 관리 상태는 양호한 편" 이라는 허위 보고서나 내며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사곶해변이 썩어가는 것은 논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백령도 간척사업 때문입니다. 간척사업으로 제방이 생기면서 대청도쪽에서 밀려오던 강한 조류의 흐름이 끊기자 오염물들이 사곶해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 사이로 스며들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800억 원이 투입된 이 간척 사업은 담수호가 돼야 할 백령호가 소금호수가 되면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농사지을 담수가 없으니 간척지는 논을 만들지 못하고 황무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백령호는 숭어, 망둥어 등 바닷물고기의 서식지가 돼버렸습니다. 오폐수가 유입되고 해수유통이 안 되는 백령호의 오염 또한 심각합니다. 오염된 백령호에서 스며 나오는 오염물질 역시 사곶해변을 썩게 만들고 있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실패한 간척 사업은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150만평의 황금 갯벌을 없애버렸고, 이제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까지 죽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도 인천시도 옹진군도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이 없습니다. 실패한 간척사업의 책임자인 한국농어촌공사는 황무지가 된 간척지를 옹진군에 떠넘기고 슬그머니 발을 빼버렸습니다.

죽어가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해 두어야 할까요. 대안은 역간척입니다. 실패한 간척사업으로 황무지가 된 땅과 백령호는 제방을 터서 해수유통을 시키고 갯벌로 환원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 길 만인 죽어가는 사곶해변을 살리고 백령도의 황금 갯벌을 되살리는 길입니다. 백령도 주민들도 이를 간절히 원합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에서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살리기 캠페인 영상 '백령도의 눈물'을 만들었습니다. 이 영상은 미국의 댐 해체 운동을 후원하고 있는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지구를 위한 1% 기금'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이 영상이 천연기념물 사곶해변을 되살리는 한 톨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