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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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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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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대한민국에 사드 발사대가 두 기만 들어와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국방부로부터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네 기가 더 있었기에,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했다고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이 발표했다. 5월 30일의 가장 큰 뉴스였고, 5월 31일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 이것은 언론플레이다. 그것도 아주 수준이 낮고 질이 나쁜 언론플레이다. 외교 안보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로 이런 불장난을 하는 문재인 정권을 나는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이렇게 대놓고 집권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언론플레이부터 하는 청와대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국방부(와 한통속이 된 미국)'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고 여론몰이 하려는 의도는 알겠다. 그렇게 난리를 피우면 서서히 불리하게 돌아가는 청문회 정국에서 여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과 그의 주변 인사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 유포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그것만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백번 양보해서 사드 발사대가 총 6기 들어왔었다는 것을 청와대가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쳐보자. 그걸 홍보수석을 통해 언론에 대고 발표하는 것은 과연 '대통령'으로서, '청와대'로서, 합당한 행동인가?

일단 사실관계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발사대가 총 6기 들어와 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알려져 있었던 사실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2017년 4월 26일, YTN은 "우리나라에 추가로 들어온 사드 발사대 4기가 성주 쪽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보도했다(링크). 성주에 이미 배치된 2기의 발사대 외에, 나머지 발사대 4기가 어디로 향하는가는, 대선과 맞물린 사드 배치에 있어서 논점 중 하나였다. "지난 25일 저녁 경남 김해시 중앙고속도로에서는 사드 발사대 4기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는데, 4월 25일까지만 해도 "발사대 4기가 성주골프장으로 들어갔는지,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 등으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링크).

문제의 발사대 4기, 청와대를 '속인' 발사대 4기의 행방은 4월 28일이 되자 명확해졌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28일 군관계자는 "현재 사드의 발사대 4기는 경북 칠곡 왜관의 캠프 캐럴에 보관중이며 성주골프장의 시설공사를 마치는 하반기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링크). 그러므로 사드 배치에 대한 뉴스만 충분히 추적하고 있었더라도, 대한민국 영토 내에 사드 발사대 여섯 기가 모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결코 '충격'을 받을 일이 아니다. 적어도 외교, 안보,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야 마땅하다.

여기서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도 있다. 사드는 레이더와 발사대로 구성되는 포격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사드 발사대가 총 6기라는 것은 적어도 국방 분야 관계자들에게는 상식이고, 상식이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4월 26일자 뉴스에서도 그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동식 발사대는 요격미사일을 쏘는 발사대로 지난달 6일 사드 장비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했고, 보통 사드 1개 포대는 6기의 발사대를 갖춥니다."(링크)

정리해보자. 첫째, 사드 발사대가 한반도에 총 여섯 기 들어와 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둘째, 설령 그 보도를 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드라는 것이 어떤 시스템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1개 포대가 배치된 이상 6기의 발사대가 뒤따라왔을 것을 예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서로 알 것이라고 예상된 사실을 생략한 보고서가 올라온 것을 (의도적) '보고누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초등학생 국방이가 학교에 다녀왔다. '아빠, 저 학교 다녀왔어요'라고 한다. 그러자 푸른 기와집에 사는 아빠는 '그냥 갔다가 오기만 하고 공부는 안 했다는 소리냐?'라고 역정을 낸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학생이 '학교에 다녀왔다'고 하면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수업시간에 졸기도 하고 깨어있기도 하고 급식도 먹고 친구들과 잡담도 했다는 뜻이다. 그 세부 내역을 일일이 고하지 않으면 '학교에 갔다가 오기만 했지 공부는 안 했다'는 뜻이 되는가? 초등학생 국방이는 무슨 생각이 들까? 이게 웬 생트집이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문재인의 청와대는 바로 이런 차원에서 트집을 잡고 있는 셈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통해 자세히 짚어보자.

청와대는 전날인 30일,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들을 불러 보고 누락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 윤 수석은 "조사 결과 실무자가 (26일 국방부 정책실장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보고를 위해)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미군)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국방부가 26일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사드 발사대 6기 보관 캠프명', '4기 추가 배치' 등의 문구가 모두 삭제됐고 두루뭉술하게 한국에 전개됐다는 취지만 기재됐다고 윤 수석은 말했다.

- 이승준, "청와대 "국방부, 사드 추가 반입 보고 의도적으로 누락"", 한겨레, 2017년 5월 31일. (링크)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국방부가 신임 안보수석을 '속이려고', 사드 발사대의 숫자 등을 누락시켰다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나? 이미 언론에 다 보도된 사실을 일부러 '누락'시킨다고? 군인이 군복을 벗고자 할 때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을 테지만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지 않는가. 보고서가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간단명료해지는 과정에서 주지의 사실들은 생략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욱 합리적이지 않나?

보고가 누락되었다 한들 '아니 어떻게 발사대 네 기가 몰래 들어와 있을 수가?'라고 역정을 낸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무능과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직과 인력들이라면 설령 저런 착오가 있었다 한들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혼동한 사람이 쪽팔리는 일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화를 낸다면 이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드 발사대 네 기가 한반도에 몰래 들어와 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가짜뉴스'다. 몰래 들어온 적도 없고, 들어온 후에도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까지 다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그 '가짜뉴스'의 출처가 청와대라는 것이다.

사드는 현재 외교 국방에 있어서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그것을 두고 청와대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한다? 그것도 한낱 국내 정치에서 팻감으로 쓰기 위해? 국방부 길들이기 하려고? 국방부를 길들이려면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을 활용할 일이지, 이렇게 동맹국과의 신의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수를 써야만 하는 것일까? 문재인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외교란 무엇이고, 동맹이란 무엇이며, 안보란 무엇이고, 국방이란 또 대체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영찬 홍보수석은 계속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중이다. 그가 5월 3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놓은 언론 브리핑을 살펴보자.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가 국민도 모른 채 진행이 됐고, 새 정부가 들어서 한-미 정상회담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국방부가 이같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고 표현한 것이다"고 밝혔다"고 한다(링크).

이 브리핑은 왜 '가짜뉴스'인가? 첫째, "사드 배치가 국민도 모른 채 진행이 됐"다는 말부터가 사실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놀랍게도 청와대에 들어가서 근무 중인 몇몇 사람들은 몰랐던 것 같지만 말이다. 둘째, "국방부가 이같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나? 사드 시스템 하나가 배치되기 시작했으니, 여섯 기의 발사대가 국내에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므로 생략되었다고 이해할 사안 아닌가?

나는 문재인에게 한 표를 던지지 않은 60%의 국민의 일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문재인을 대통령으로서 존중한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청와대 역시 국민들을 존중해야 한다.

심각한 외교 안보 이슈를 국내 정치용, 청문회 국면 돌파용, 국방부 길들이기용 카드로 휘두르지 않는 것은 그러한 국민 존중의 첫 걸음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권은 안보 불장난을 멈추고 수권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