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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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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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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현행 헌법 제1조 제2항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국민주권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조항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 조항이 유신헌법에서는 다르게 규정되어 있었다.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고 되어 있었다.

두 조항의 차이는 주권의 행사 방법에 있다. 유신헌법에 따르면,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그 대표자인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대의원 또는 국회의원을 통하거나, 국민투표에 의하는 것뿐이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방법에 제한이 있으니,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국민주권주의는 헌법에 규정이 있다 하여도 허울 좋은 명목상의 것에 불과하게 된다. 그래서 유신헌법을 가리켜 가장 '반민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물론 현행 헌법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반민주적인 유신헌법에서도 부인하지 못한 것이 있다. 국민이 대표자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는 이상, 그러한 대표자는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대표자가 있다면, 이는 바로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하는 반헌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된다. 유신헌법에서도 이러하였을진대, 주권 행사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현행 헌법에서는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새 정부 장관 등의 임명과 관련한 야당의 저항이 거세다. 인준 반대,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거부 등등 여러 방법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새 정부의 인사 문제와 관련된 대립은 향후 있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과 맞물려 정국을 혼돈의 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려운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원칙'이다. 정치권에 있어서의 원칙이란 바로 국민의 뜻,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심지어 유신헌법조차도 인정하고 있는 원칙인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1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자체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선과 관련해 '적합하다'는 의견이 48.1%, '적합하지 않다'가 35.2%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서는 '적합' 의견이 54.6%, '부적합' 의견이 22.3%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1주차 주간집계에 의하면, 정당 지지도의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4.2%이고, 자유한국당은 14.3%, 국민의당 7.3%, 정의당 6.7%, 바른정당 5.9%라 한다.

이에 더하여 새 정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이나 인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또는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문자메시지 발송 내지 게시판 글 게재 횟수가 수만 건에 이른다는 소식도 있다. 심지어는 현재 국회의 의석 분포가 정당지지도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들어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 국회의원 총선거를 실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와 국민들의 행동을 두고 국회의원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다. 국민의 의사와 전혀 동떨어진 결정과 행동을 하는 자는 대표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런 행태야말로 현행 헌법뿐만 아니라 반민주적이라는 유신헌법에조차도 반하는 것이다. 선택의 방향은 명확하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