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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자들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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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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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90만개의 촛불이 광장에 타올랐다. 촛불의 요구는 명백하다. 헌법을,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파괴한 자들의 단죄와 척결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다. 주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은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이 틈을 타서 개헌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번 사건의 원인이 제왕적인 대통령제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분권형 제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광장에서 분출된 요구도 전혀 아닐 뿐만 아니라, 문제 발생의 원인 분석도 틀렸다. 이번 문제가 헌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인가? 오히려 헌법을 어긴 자들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헌법 자체를 바꾸자고 하니 황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개헌론자들이 그 주장을 쉽게 거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에 개헌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개헌의 방향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쪽이어야 한다. 대저 헌법이 무엇인가? 국민에게 천부인권이 있음을 확인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며, 국가권력의 남용과 자의적 행사를 막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개헌은 현재의 헌법으로써는 국민에 대한 인권 보장이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때에 해야 하고, 인권 보장의 확장은 당연한 귀결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본권이 더 보장되어야 할까? 우선, 허가제처럼 운용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더 강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공무원·교원을 포함한 노동자의 노동 3권이 최소한 국제기구에서 정한 수준은 되어야 한다. 제헌헌법에 있다가 사라진, 근로자가 기업의 이익에 균점할 수 있는 근로자의 이익균점권도 부활시켜야 한다. 복지국가 정신에 부합하도록 국민이 국가에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도 규정되어야 한다.

국민이 권력의 형성과 작용, 소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확장해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는 사법 관련 조직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여 민주성을 부여해야 한다. 적어도 최고법을 다루는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국민의 주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은 선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도를 마련해서 권력기관의 소멸에도 국민의 의사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로 일컬어지는 사법작용에도 국민 관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수사 대상 결정, 기소 여부 판단, 재판제도를 국민으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각각의 절차에 일반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배심제도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현재 권력의 탄생·유지에 가담하여 헌법을 파괴한 자들을 청소하기 위한 헌법적 근거도 담아야 한다. 이런 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선거권·피선거권 등의 제한을 위한 특별법 제정, 특별검찰관·특별재판소 설치를 위한 근거를 뜻한다. 이것은 친일파 척결의지를 담았던 제헌헌법과 반민주세력 엄벌을 의도했던 제2공화국 헌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그래야 이 땅에 이런 자들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개헌론자들이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신다는 분들이시니 이 정도 생각은 이미 하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 만약 이 정도 복안도 가지고 있지 못하면서 개헌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들 또한 헌법유린세력일 뿐이다. 개헌은 꿈조차 꾸지 마시라 이 말씀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