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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허정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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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27일. 이승만이 권좌에서 물러났다. 당시의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통령이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부통령은 야당 소속의 장면이었지만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고, 새 부통령이 선출되어 있어 권한대행이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이 부통령에 당선된 이기붕은 3·15 부정선거로 뽑힌 자였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의 하야 다음날에 사망 사실이 확인되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없었다.

혁명 직후의 혼란을 수습하고 혁명에서 분출된 국민적 여망을 이루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 이때 등장한 인물이 허정씨이다. 허정씨는 당시 외무부 장관직에 있었는데, 그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선순위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대권을 손에 쥐게 된 허정 권한대행. 그로서는 욕심을 부려 이승만이 가지고 있던 절대 권력을 행사해봄 직도 했건만,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의원내각제 개헌, 자유당 해체라는 시대의 과업을 충실하게 수행해 내었다.

허정 대행이 누구인가? 그는 상하이(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출신일 뿐만 아니라, 비록 자유당 정부에서 교통부 장관, 서울특별시장 등을 역임하였음에도 자유당 소속의 다른 사람들처럼 부패하지 않은 분이었다. 허정 대행은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완수하고 정권을 새 정부에 이양하였을 뿐만 아니라, 새 정부 수립 과정에서 권력을 남용하지도 않았고, 그 이후에도 별다른 권력을 가지지 않았다.

지난 29일. 서울 청계광장 일원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국정을 농단하고, 무능·부패한 권력은 물러가라는 지엄한 요구를 하였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력을 위임하였던 자로부터 권력을 거두는 모습이었다. 1960년 4월 혁명의 모습이 아마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로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선열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세우고 지켜온 이 나라를 이렇게 무너지도록 방치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를 수습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엄중한 국민의 염원을 수행할 '제2의 허정'이 필요한 때다.

'제2의 허정'으로 어떤 분이 적당할까? 허정 대행의 삶을 살펴보면 기준을 마련할 수 있어 보인다. 허정 대행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이니, '제2의 허정'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력을 가진 분이면 좋을 듯하다. 그렇게 국민을 위해 살아오신 분이면 더 좋겠지만, 적어도 친일·독재세력에 부역했던 사람은 안 된다.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자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최근에 국민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요구, 민주정부 수립과 반민주·무능·부패세력 척결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받들어 이에 매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권력욕이 없어야 한다. 민주정부가 수립되더라도 그 과정 또는 이후에 권력을 탐하는 사람은 부적격자다. 그래야 사심 없이 주권자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총리제니 거국중립내각이니 하며 몇몇 사람이 위기관리자의 물망에 오르는가 보다. 그중에 '제2의 허정'이 있을까? 그러한 분은 어디 계실까? 환한 대낮이라도 불을 밝혀 나가 찾아보아야 할 때다. 물론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우리 국민의 몫이자 책임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니만큼 반드시 찾아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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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