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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비판자가 좋은가, 무기력한 조력자가 좋은가 | 심상정의 문재인 비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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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토론은 룰 자체의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발언 총량제 이외에는 토론의 룰이 없다 보니 각 당의 후보가 충분히 서로에게 질문하고 골고루 견해를 들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당연히 선두를 달리는 후보들에게 질문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문 후보는 18번, 안 후보는 14번 질문을 받았지만 심상정 후보는 단 한 번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그 사이에 각 당 후보 간의 설전이 펼쳐지면 심상정은 끼어들어서라도 잘못된 견해를 지적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 고전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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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는 차기 정부의 개혁성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차기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선두를 달리는 후보에게 개혁의지의 일관성을 확인코자 하는 것은 어쩌면 토론과정상 꼭 필요한 일이다. 좋은 친구는 쓴소리를 할 줄도 아는 친구다. 복지공약이나 노동공약에서 대해서 문 후보에게 지적한 내용들은 문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적사항들 아닌가.


3.

홍준표 후보를 주적으로 싸워야 하는데 문 후보를 주로 공격했다는 것도 지금의 선거구도에는 별로 맞지 않다.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1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북송금이나 여성 설거지 발언 등 홍 후보가 되지도 않는 소리할 때 적절히 대응했고 결국 스트롱맨이 사과까지 하면서 나이롱맨 소리 듣게 만든 것은 심상정의 집요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관련해서 문 후보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을 때 "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발언도 이 사안에 대해 정확한 지적을 한 것이다. 물론 홍준표 후보에게 "시대착오적인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따끔한 지적이 한 번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문 후보와 홍 후보의 설전 중에 끼어들어 한마디 하는 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긴 쉽지 않았으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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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 후보 지지자들이 가장 분개하는 대목은 노동유연성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지적했던 부분인 것 같다. 민주정부 10년의 잘못을 지금 지적함으로써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같은 취급을 당했다는 모욕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같은 동네 취급하겠나. 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라는 유고집을 가끔씩 다시 들춰보곤 한다. 그 책의 말미에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기간 동안 아쉽게 생각하는 두 가지 정책을 평가하는데 "노동유연성"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점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 노무현의 정신을 잇겠다는 쪽이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성찰이 있는지는 한번은 점검하고 가는 것이 좋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에 과거 일은 성찰을 하고 또 하는 것이 약이 되면 약이 되지 독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수십년 기업 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된 나라에서 살아온 우리로써는 노동문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된다.


5.

다음 정부에 정의당의 집권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강력한 비판자가 좋은가, 무기력한 조력자가 좋은가, 그것이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정책의 측면이라면 당연히 더 나은 정책으로 유도하기 위한 비판자가 우뚝 서 있을수록 국민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