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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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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U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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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이 발사되는 과정은 머리의 명령으로 결국은 손가락이 실행한다. 우리는 그동안 어느 정도 관습적으로 머리의 잘못만을 크게 질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항상 구조를, 거악을, 시스템을 비판하였으니.

하지만 한 가지 꼭 지적하고 싶다. 백선생님에게 물대포를 쏜 손가락은 심장과 머리가 있는 손가락이다. 동영상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었지만 백선생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뒤에도 계속된 조준사격이 이루어졌다. 백선생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까지 물대포를 발사하였으니 살수차 조작요원의 고의는 차고 넘치게 입증된다.

백번 양보하여 과격시위를 초동 제압해야 할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이미 바닥에 쓰러져 항거불능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물대포를 지속적으로 쏘아대는 것은 명백히 필요최소한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공권력 작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백선생의 죽음에 뺀질뺀질한 강신명의 죄가 더 클까 아니면 살수차 조작요원(사진이 돌아다니는 젊은 경장이라고 한다)의 죄가 더 클까. 난 단언컨대 박근혜, 강신명의 죄보다 그 젊은 경찰의 죄가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책임은 책임이고 이 구체적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은 현장의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의 죄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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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농민 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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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영상을 보면 물대포를 쏜 한 개인의 악의가 적나라하다. 설마 강신명이나 서울청장 또는 경비국장이 "이보게 OOO경장. 살수차로 사람을 쏠 때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가 되더라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계속 조준사격하여 응전 의지를 꺾어버리게나"라고 지휘를 했을까?

아니다. 아마도 그 경찰은 자신에게 조금의 위해도 가할 수 없는, 초라하게 나뒹구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마음에서 쏘았을 것이다 "아 XX 빨갱이 속 시원타" 뭐 그런 마음이었겠지.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은 공포에 질린 무력한 피해자들을 보며 그 순간만큼 자신을 신과 동급으로 여기는 쾌감을 맛본다고 한다. 당시 그 경찰이 '재미'를 느꼈다면 그러한 쾌감이 아닐까? '내가 물대포를 쏘는 순간만큼은 난 말단 경찰관이 아니야!'

물론 이 사안에 있어 정권의 반민주적 통치와 집회·시위에 대한 지극히 적대적인 공안기관의 반인권적 태도가 그 배경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정치적 책임만큼이나 반드시 손가락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 필요하다. 만일 한두번의 가격으로 백선생님이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한다면 난 그 경찰관에게 정상참작의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상으로 본 그 장면은 '지나치게 강경했던 문제 있는 공권력'이기도 했지만 '잔인하고 무도한 개인의 폭력'이기도 하였다.

지휘선상에 있는 모든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당시 물대포를 조작한 경찰관 개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응징이 필요하다. 이들의 혐의는 과실치사가 아니라 명백한 상해의 고의를 갖고 있으므로 상해치사이다(격분한 사람들이야 살인이다 뭐다 하지만 차마 그런 선동적인 표현은 못하겠고 어떻게 보아도 살인은 아니다. 물론 그 정서적 반응은 충분히 공감한다).

손가락을 봐주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손가락들이 날뛰게 되어있다. 엄중한 형사처벌과 함께 국가배상청구와 별개로 '살수차 요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고의 또는 중과실에 대해서는 공무원 개인에게 대외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법리상 문제는 없다. 그리고 판결 이후 강제집행도 공무원 개인 재산에 먼저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런게 일벌백계지.

과거 독일은 나치를 청산하면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말단 초병에게까지 '인간의 양심에 반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은 바 있다고 들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