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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 | 삼성의 다섯가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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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은 고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229명의 제보자와 79명의 사망자(삼성반도체·LCD). 공장의 위험성을 밝힌 4권의 보고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한 14명의 8개 질환. 2편의 영화와 3권의 책.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논란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도 강산만큼 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해자를 대하는 가해자의 태도는 10년 전과 같다. 그러니 피해자의 처지도 그대로다. 삼성은 여전히 모든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손바닥 뒤에서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는 언론의 공이 크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는 「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코너가 있다. "국가발전을 이끌어 온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흔들리고" 있어 "진실을 밝히고자" 만들었단다. 동의한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산업의 근간은 노동자다. 그들이 너무 많이 병들고 죽는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누구의 거짓말이 반도체 산업을 흔들고 있는지 보자. 삼성이 지난 10년간 뱉어 온 대표적인 거짓말 다섯 개만 뽑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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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실제 사연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에 나오는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모습. ⓒ시네마달


1. 반도체 산업은 어떤 업종보다 안전하며, 특히 삼성반도체 공장은 세계 최고의 안정성을 갖추었다

반도체 산업은 최첨단 제조업으로 어떤 업종보다 안전하며, 특히 우리 반도체 생산라인은 그 가운데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5. 9. 16. 삼성전자 보도자료)

지금 이 말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삼성은 여전히 이렇게 말한다. 2015년 9월이면 이미 여러 사건에서 법원이 공장 내 업무환경과 질병의 연관성을 인정한 때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말만하는 삼성의 아집도 대단하다.

반도체 산업은 어떤 업종보다 안전하다?

안전보건공단이 2012년에 발표한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에서 노출 가능한 화학물질은 총 131종이고, 그 중 21종이 발암물질, 28종이 생식독성 물질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2016년 발표한 논문 「반도체 사업장의 화학물질 보유실태와 포토공정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영업비밀 구성성분 확인 및 정확성 평가」은 국내 11개 반도체 사업장에서 평균 216±125개의 화학제품이 사용되는데, 그 성분의 27.8%는 CMR (발암성, 생식독성, 생식세포변이원성) 물질이라 한다.

우리 반도체 생산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한 후, "총체적인 안전보건관리 부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단일 공장으로서는 최대치인 2,000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그 후속조치로 실시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대한 '안전보건 진단'의 결과도 충격적이다. 기흥공장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직업병 피해제보가 나온 곳인데, 진단 보고서 서두에 나오는 '화학물질 관리 부문'에 대한 총평이 이렇다. "화학물질 관리내용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상당한 문제점이 거의 전반적인 활동에 걸쳐 관찰되고 있다."

그밖에도 "안전보건상의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안전보건 담당자 조차 공정 안전관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해가스를 실외로 배출시키는 설비가 없고", "유해물질에 단기간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는 작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안전보건 문화'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점검, 안전진단을 통하여 문제점을 발굴하겠다는 자세보다는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문제점 축소를 지향하는 왜곡된 문화가 상당히 강하다".

아, 물론 삼성은 이러한 내용들이 모두 회사의 "영업비밀"이라며 진단 보고서의 전면 비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것도 비공식적으로 열람한 보고서 일부의 내용에 불과하다.) 심지어 삼성은 법원과 국회가 이 보고서의 제출을 요구하자, 내용을 상당부분 수정한 뒤 제출했다. 형법상 문서 위·변조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될 수 있는 과감한 행동이었기에, 반올림은 형사고발로 답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스스로의 안전관리 수준을 "세계 최고"라 추켜올리는 이유는 무얼까. 그 역시 기흥공장 진단 보고서의 한 대목을 통해 알 수 있다.

회사의 안전보건수준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으며, 외부지적에 대한 상당히 방어적이고 내부의 문제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문화가 강함. 근본적인 개선과 발전에 상당히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음. (2013년 삼성 기흥공장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


2.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 결과, 회사의 근무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등이 반도체 작업환경을 조사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다양한 과학적 검증 결과, 위험요소의 노출 수준이 매우 낮았고 일부 위험요소가 있다 해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회사에서 근무환경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 '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 중)


삼성이 언급한 조사들은 2008년 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 등이다. 그 보고서들 어디에도 "회사에서 근무환경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 보고서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게 된 주요 증거도 이 보고서들이었다.

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림프종 발병위험이 일반 국민보다 현저히 높다 (2008. 안전보건공단),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2009. 서울대 산학협력단)

반도체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들을 공정온도로 가열했을 때 여러 발암물질이 노출된다 (2012.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위험 요소의 노출수준이 매우 낮았다?

삼성반도체 공장 내부에는 유해가스 노출을 알리는 '가스 검지기'가 있다.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이 검지기의 작동 내역을 검토했는데, 6개월간 한 라인에서 46회 작동했고 노출기준을 7배 이상 초과할 정도의 고농도 노출도 있었다. 그 때문일까. 삼성은 이 검지기의 작동 내역을 꽁꽁 숨기고 있다. 산재소송에서 법원이 요청할 때는 물론,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 진단을 할 때에도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3. 삼성은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했다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따르겠습니다. (2014. 5. 14. 권오현 대표 기자회견문)

반올림 측도 조정위원회에 참여해 모든 현안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논의해 좋은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동참하길 바랍니다. (2014. 10. 21. 삼성전자 보도자료)

삼성은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거의 원안대로 수용했습니다. (2015. 9. 16. 삼성전자 보도자료 등 여러 차례)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는 공개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고 "중재안이 나오면 따르겠다"고도 했다. 그 이후 진행된 교섭에서 반올림의 반대를 무시하고 '조정위원회' 도입을 강행했지만, 그 조정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놓자 이를 또 무시하며 2015년 9월 자체 보상절차를 강행했다. 교섭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서는 "사과건 보상이건 내 맘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삼성 스스로도 그게 욕먹을 짓이란 건 알았는지 "조정권고안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는 뻔뻔한 거짓말까지 동원했다. 조정권고안을 구성하는 17개 조항 중, 삼성이 수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한 개 조항(제5조의 '보상 대상' 부분)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일부만 수용하여 조정권고안에 따르면 보상대상이 되는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삼성의 보상절차에서 배제됐다. 심지어 삼성은 그렇게 배제된 피해자들에게도 "조정권고안에 따라 배제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

제5조를 제외한 나머지 16개 조항 중에는 삼성이 수용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 특히 2015년 7월 발표된 조정권고안은 '사과'에 대해서도 3개 조항(제13~15조)으로 삼성이 해야 할 사과의 내용·방식을 상세히 제안했지만, 삼성이 피해자들에게 발송한 사과문은 권오현 대표가 2014년 5월에 이미 발표한 사과문과 내용이 같았다.

그리고 조정권고안 제16, 17조는 후속 논의를 예정하고 있었다. 반올림은 당연히 그 후속 논의를 준비해 왔지만, 삼성은 독단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를 이유로 사과·보상에 관한 후속 논의를 전면 거부했다. 조정권고안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조정 절차 자체를 깨버린 것이다.

조정위원장도 삼성의 보상절차가 조정권고안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와는 별도로 보상위원회를 자체 구성·발족시켜, 이를 통해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보상기준을 수정한 보상기준을 임의로 정하고 이에 따라 정해지는 보상대상자를 상대로 직접 보상절차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함. (2016. 1. 12. 조정위원회 보도자료)

역시 그러거나 말거나 삼성은 "조정권고안을 수용했다"는 말을 반복했고, 언론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으며, 반올림의 노숙농성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 백혈병 이슈 9년 만에 해결. 조정의 3대 쟁점은 모두 해결되었다

백혈병 이슈 9년 만에 해결. 조정의 3대 쟁점은 모두 해결되었다 (2016. 1. 14. 삼성전자 보도자료)

조정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재발방지대책' 합의가 이루어진 후, 삼성전자는 이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번에도 언론은 같은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잘못 알게 되었다. 삼성의 노림수가 바로 그러했다.

조정의 3대 쟁점이 모두 해결되었다 ?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조정위원회가 비슷한 시기에 배포한 보도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정 3의제 중 하나인 '재해예방대책'에 대해서는 조정 3 주체가 모두 동의하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나머지 조정 의제인 '보상'과 '사과'에 관해서는 추가 조정 논의가 보류되어 있음. (2016. 1. 12. 조정위원회 보도자료)

돌아보면 삼성은 2014년 5월 권오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직후부터, 이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알려지길' 바라며 적극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당시 삼성은 교섭단도 교체했는데, 그 전까지는 '법무팀'이 중심이었지만 이때부터는 '커뮤니케이션팀'이 중심에 섰다. 그들은 언론사 출신 임원들이었고, '커뮤니케이션' 팀은 사실상 '언론플레이' 팀이었다.

그 언론플레이의 정점이 바로 2016년 1월 14일 보도자료다. 급기야 사태 '종료' 선언을 하고 만 것이다. 당시 반올림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100일째 노숙농성 중이었다.


5. 화학물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산재 보상에 적극 협조해 왔다.

We have fully cooperated with the court and the Korea Workers' Compensation & Welfare Service by transparently disclosing all chemical information required and we will continue to do so. (2016. 8. 10. 삼성전자 보도자료)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Associated Press)가 2016년 8월 산재소송에서 벌어지는 삼성의 정보 은폐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자(2 words keep sick Samsung workers from data: trade secrets),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영문 홈페이지에 이러한 반박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10건의 관련 소송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법원이 재해자의 업무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삼성 측에 자료제출이나 답변을 요청하였을 때 삼성이 제대로 답변한 경우는 17%에 그쳤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10건의 소송을 직접 대리해 왔다. 모든 소송이 삼성이 벌이는 '자료 은폐'와의 싸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원이 삼성 측에 재해자의 업무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면, 삼성의 답변은 대게 셋 중 하나다.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제출할 수 없다", "이 사건과 관련이 없으므로 제출하지 않겠다". 앞서 밝혔듯, 삼성은 조작된 내용의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급기야 법원도 판결문에 이러한 문제를 적시하기 시작했다. 산재소송은 재해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 간의 소송이고, 사업주는 제3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원이 판결문에 사업주의 잘못을 적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법원이 보기에도 삼성이 너무한다 싶었던 거다.

망인의 발암물질 노출 여부 및 그 정도를 규명할 수 없게 된 것은 망인의 근무 당시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보존하지 않았고 또한 일부 자료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은 삼성전자에게도 일부 그 원인이 있다. -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이 사건 작업장에서의 유해물질 노출여부나 그 노출량에 대하여 알 수 없게 된 것은 사업주 측이 작업환경측정을 하지 아니하거나 그와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소송에서 자료 제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아니한 탓도 크다. - 삼성LCD 다발성경화증 피해자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피해자들의 산재보상과 관련하여, 삼성은 이렇게 자료를 '은폐' 하였을 뿐 아니라 '거짓' 진술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하면 공단은 삼성 측에 신청인의 업무에 관한 질의서를 보내는데, 거기에 삼성은 "근무기간 동안 가스누출 사고 없었음", "작업 수행 중 직접적으로 사용한 화학물질 없음", "설비 내부에서 사용되어 지는 케미컬은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가 아님", "근무 장소 자체가 클린룸이며, 쾌적한 상태로 운영됨"과 같은 답변들을 기계적으로 적어 보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은 재해자와 그 동료들의 진술은 물론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결과와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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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8번 출구(삼성 본관 앞) 반올림 농성장의 황상기씨. ⓒ한겨레

다시 시작된 삼성의 언론플레이

삼성전자는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겨레신문이 4일 보도한 황상기 아버님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거짓이라 했고, 역시나 많은 언론들이 그 내용을 복제하듯 받아 적었다. 이에 대한 재반박의 근거들도 차고 넘치지만, 여기서는 눈길을 끄는 신선한 거짓말 하나만 짚자.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대부분 공개돼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공개한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에 공정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2017. 3. 4. 삼성전자 보도자료)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삼성이 법정에서 벌인 은폐 활극은 대체 무엇인가. 그 「길잡이」 책자의 맨 앞에 기재된 한 문장과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성명을 여기에 옮긴다.

이 자료에서 현재 반도체 업종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다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각 사업장에 따라서는 사용하는 물질이 다를 수 있음.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 5쪽, 84쪽)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에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검출된 극히 일부 물질 또는 반도체 공정에서 많은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물질 정보만이 포함되어 있음.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답변서)

사실 삼성이 직접 이 「길잡이」를 언급했다는 사실 부터가 놀랍다. 이 또한 엄청난 변화라면 변화다. 이제껏 삼성은 「길잡이」의 주요 내용을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가령 「길잡이」에는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ㆍ포름알데히드 등 20여종의 발암물질이 노출될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삼성은 자신의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러한 노출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2일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10개월째 막후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략)...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 3. 2. 연합뉴스 <삼성ㆍ반올림 10개월째 막후협상...'백혈병 피해' 실마리 찾나> 등)

괴이한 일이다. 그렇다면 반올림은 왜 지난 500여일 동안 삼성에게 교섭 재개를 요구하며 강남 거리 한복판에서 노숙농성을 한 걸까.

조정위원장의 중재로 삼성·반올림 간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마저도 삼성이 2016년 9월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따라서 팩트는 "10개월 째 협상을 벌이고 있다"가 아니라 "어렵게 재개된 협상마저 삼성에 의해 중단된지 오래다"이지만, 반올림 측에 사실확인을 한 기자는 없었다.

지난 10년간 직업병 피해가족들을 대해온 삼성의 태도는 '기만'과 '은폐'로 요약된다. 비슷한 경험이 없다면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고통을 겪어온 그들에게, 삼성은 뻔뻔한 거짓말을 계속했고 소소한 것 까지 숨겼다.

피해가족들과 반올림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지도 516일이 되었다. 유미 씨 10주기인 3월 6일에는 농성장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연다. 반올림이 온/오프라인으로 모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1만인 서명'도 성공적이었다(현재까지 총 11,299명 참여). 늘 그래왔듯, 함께 해야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