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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살인이다" 구호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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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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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살인이다"는 민주노총의 구호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며칠 전 민주노총 계열 공기업에 다니면서 노동운동을 하는 지인을 만났다. 왜 이 구호가 불편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물었다.

"왜 해고가 살인입니까?"

그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랬다.

쌍용자동차나 다른 대기업에 다니다가 해고된 사람들이 막상 밖에 나가서 일자리를 구해보니 먹고 살기 너무 힘들더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가든 비정규직으로 가든, 장사를 하든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해고되어 밖으로 내몰리면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도 해고 자체가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층 정규직들의 내부 시장(임건순 선생님의 표현으로는 성 안)은 그런대로 살 만한데, 그 밖으로 나가면 (성 밖의 삶) 죽음이라 할 만큼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 아닌가?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의 뜻은 그래서 다시 정확하게 재해석되어야 한다. 해고가 살인이 아니고, "성밖의 삶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성안에서 성밖으로 내몰리는 해고는 죽음"이 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이 여기 즉, "성밖은 죽음"에 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는 성안의 사람들을 성밖으로 내몰면 안된다는 성안 사람들만의 주장인 것이다. (물론 본인은 막상 성밖의 사람이면서도 감정이입 내공을 통해 안팎불이 신공을 펼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해결책? "성밖은 죽음"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성밖도 그럭저럭이라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궁극적 해법 아닌가? 해고는 살인이다만 외쳐댈 게 아니고. 그건 그 사람들 입장인 거고.

문제는 돈이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재벌들이 쌓아 놓은 돈을 빼앗아 오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그 일을 하면 된다.

나는 성의 안과 밖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안 사람들의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래도 안팎이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성밖도 그럭저럭 먹고살 만해진다면 해고가 살인인 상황은 달라지겠지.

정리하자면, 해고가 살인인 게 아니다. 죽음과도 같은 성밖으로 내몰리는 게 죽음인 것이다. 즉 이 구호는 성밖의 삶은 죽음과도 같다는 상층정규직들의 솔직한 고백인 것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 마당이라면 이제 우리들의 과제는 성밖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고, 이렇게 고백한 사람들도 동참할 것은 동참해야 되는 거다. 그게 자기들의 양보와 고통분담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중언부언에 중언부언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