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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20대 국회를 인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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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의 민의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해석과 향후 전망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정치인, 정치학자, 정치평론가들의 해석과 주장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극히 회의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가 야당이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니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겸손이 지나쳐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가 왜곡 또는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결과 전국적인 제1당이 되었으니 승리한 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당투표와 호남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당황했는지 20대 국회를 주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에 들떠서, "제가 어느 당이 국회의장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라며 두 당의 중간에서 "어느 쪽 편을 들어줄까?"하는 식이다.

두 야당은 4.13 총선의 진정한 민의, 즉 국민은 박근혜정권과 집권여당을 심판했고 야당에게 의회권력을 맡겼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힘을 합쳐 여당이 주도하던 기존 국회의 잘못과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총선 이후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같은 야당으로서 국회에서의 연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새누리당과의 협력, 또는 그 이상의 발언도 나오고 있다. 아마 총선의 민의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의식은 없고, 상대 야당을 대선에서의 경쟁상대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도 둘로 갈라져 심한 경우 서로 비난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상황이다.

3자대결의 대선에서 야당은 승리할 수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막장 공천을 하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을 받아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33.5%를 얻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비해 7-8%가 높았다. 의석수로는 참패한 지역구 투표에서조차 전국 총 득표수는 새누리당이 38.3%로 더불어민주당의 37.0%에 비해 1.3% 앞섰다. 야권 지지자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표를 몰아주고 대구, 영남지역의 여권지지표 상당수가 무소속으로 빠졌는데도 그렇다.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정권교체를 원해도 야당이 분열되어 있으면 대선은 이기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단일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유권자들에게 식상함을 주고 심지어는 반감까지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대선에서의 단일화 노력은 87년 대선을 비롯하여 매번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의회권력의 정권교체는 이미 이뤄졌다.

내년 대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번에 의회의 과반수를 야당이 차지한 것 역시 대단한 정치적 변화다. 설사 내년 말에 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이번 선거결과인 여소야대는 4년 동안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이 정권교체의 전부가 아니라 이미 절반의 정권교체가 된 것이다. 국민이 위탁한 의회권력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민생이나 사회정의를 위해 꼭 필요한 법률의 제정, 대테러방지법 같은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법률의 개정, 예산의 적재적소 배정 등이 모두 가능하다.

20대 국회는 지금까지의 행정부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고, 사회 각 분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정당간의 토론,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청문회, 토론회 등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국회는 1년 내내 열려야 하고, 얼마 전 필리버스터처럼 국민들에게 상시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의회권력을 제대로 사용하되 특권의식을 버리고 갑질 하지 말며, 상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정당하고 합리적 토론을 통해 상식적이며 다수의 국민이 동의하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국회가 국가 전체 소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번 총선 결과로 이 모든 것이 야당끼리만 합의가 돼도 가능하게 되었다.

야당이 의회권력을 행사하면 불가피하게 대통령과의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성이나 합리성만 지키면 두려워할 것이 없다. 국민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개정된 법률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할 경우에는 그런 것이 쌓여서 대선에서 행정권력까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설득력이 높아진다. 또한 정권이 교체되면 즉시 개혁할 국정과제들도 자동적으로 만들어 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의회권력이 바뀌어서 무엇이 바뀌는지 국민들이 보면,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고, 3당 구도에도 불구하고 야권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도 따라서 높아질 것이다.

야당은 20대 국회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라.

이미 국민이 확보해준 의회권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야당들이 같은 당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연립을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과반 미만이며 국민의당의 의석수도 불과 38석이다. 두 야당이 대선을 의식해서 서로 경쟁하느라 연립야당을 구성하지 못하면, 야당은 국민이 부여한 의회권력을 거부하는 것이고 그것은 4.13 총선 민의에 반하는 것이다. 당연히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야당이 심판을 받을 것이다. 두 야당 모두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설사 승리하고 나서라도 다른 야당의 협조 없이는 임기초반 2년 동안의 국정을 끌어갈 수 없다. 연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야당들끼리 먼저 협의해서 안을 만들고 그다음에 새누리당과 여야 협상을 하는 방식의 연립야당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야당간 협의에서는 의석수 차이를 무시하고 1대1의 입장에서 최선의 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경쟁할 것이 있으면 치열하게 토론하면 된다. 여야 교섭단체 협상에서는 물론 3당 모두 함께 하면서 1대2로 논의를 하게 되니 야당이 월등 유리할 것이다. 이런 체계라면 국민의당도 존재감이 사라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연립야당 체계에서는 단순한 캐스팅보트 역할이 아니라 전체 야권을 대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회권력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국회가 활성화되고 제 역할을 한다면 정권교체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고, 설사 행정권력의 정권교체가 되지 않더라도 나라와 국민들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현실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야당간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 같다. 협의의 효율을 높이고 20대 국회의 과제를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 가칭 '20대 국회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제 못지 않게 의회권력의 교체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변화에 따른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회가 지금까지의 정부의 시녀 역할을 벗어나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야당은 원구성이 시작되기 전 빠른 시간 안에 의회권력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을 선언하면서 의회 집권 4년을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부진하면 불가피하게 시민사회나 사회단체에서라도 나서서 '20대 국회 인수위원회' 를 제안, 촉구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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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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