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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1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또 하나의 약속'은 지켜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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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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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첫 환자의 확진과 언론발표로 메르스 사태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토론회와 언론의 특집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메르스 사태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천억을 투자해서 병원 환경을 개선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병원시설을 공개했다, 출입카드 인증시스템, 음압시설 등의 설치와 백신 개발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뉴스들이 있었다.

좋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느낌과 약간은 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핵심적인 것이 빠졌기 때문이다. 짚어야 하는 것은 제대로 짚어야 한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삼성의 약속은 지켜졌는지, 언론은 제대로 물어야 하고 삼성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부분의 병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내부 감염을 최소화하면서 사태 확산을 조기에 막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리고 첫 메르스 환자를 확진하는 개가를 올렸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90명이 발생했고, 이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 메르스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었다.

작년 6월 23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과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책임인정, 철저한 조사, 재발방지 등 핵심적 요소가 제대로 포함된 모범적인 사과이고, 그룹의 총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대국민 약속을 발표했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이 일으킨 물의가 무척 컸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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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7월에 들어서도 삼성서울병원에서만 계속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했고, 결국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삼성그룹의 총수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위상을 고려할 때, 그가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밝힌 첫 번째 약속을 삼성서울병원이 지키지 못한 것은 병원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다. 신종 해외감염병 유입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자체의 문제가 메르스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당연히 그 문제가 무엇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의 '또 하나의 약속'이었던 철저한 조사가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한 조사는 삼성서울병원이 책임질 것이 무엇이며, 어떤 합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의 핵심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유난히 메르스 환자가 다수 발생한 이유, 그리고 다른 병원과 달리 마지막까지 병원 내부 감염의 고리를 끊지 못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작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내부에서의 메르스 환자의 대규모 확산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 병원과 매우 달라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 바 있다. (허핑턴포스트: 메르스 사태, 삼성이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질문들)

작년 6월 7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날까지 삼성서울병원 내부에서 14번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수백 명을 완벽하게 격리 조치하고 있으며 그 중 환자가 17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그날 시점을 기준으로 삼성서울병원 내부에 메르스 환자가 무려 65명이나 발병해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 확인하지 못했던 48명의 환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누구에게 감염된 것인지, 또 누구를 감염시켰는지 알 수가 없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대규모 감염이 14번 환자 단 한 사람 때문이라고 했지만, 송원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엉뚱한 사람 한 명을 속죄양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들 중 일부가 14번 환자가 아니라, 메르스에 감염되었으나 그런 줄도 모르고 있는 의료진이나 직원에 의해 감염된 것이라면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은 그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다른 병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가 방문하여 접촉 감염이 발생해도 상당한 잠복기가 지나서 메르스 환자가 발병하고, 주로 고령층이나 환자에게 발병하며, 메르스 환자 유입 사실 자체를 몰랐던 사태의 초기 말고는 높은 접촉 위험에 비해 의료진 감염은 많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내원한 직후부터 감염자가 발병하고, 젊은 정상인들이 먼저 발병하며, 사태의 마지막까지 의료진이 다수 감염되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의문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과 공무원들 사이에 벌어진 사실 은폐와 관련된 논란도 삼성서울병원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 이런 의문과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말처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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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에서의 메르스 환자의 날짜별 발생과 확산. <그림 장재연>

(그림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노란색은 입원환자, 갈색은 가족, 하늘색은 의료진, 초기의 메르스 감염 환자들이 다른 병원과 달리 입원환자보다는 주로 의료진, 가족, 직원 등 건강한 사람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철저한 조사는 재발방지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재발방지책이 마련됐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언론에 공개한 병원환경개선과 음압시설 설치 등은 이미 작년에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문에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과 별도로 언급했던 내용들이다. 비용을 많이 들여 시설을 설치했다는 점에서 성의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어느 병원에나 해당하는 일반론적인 대책이다.

작년 메르스 사태 당시 다른 병원과 유독 다른 패턴을 보였던 삼성서울병원의 내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몇 가지 시설설치로 삼성서울병원이 제 2의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응급실이나 방문객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한 감염병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언론에 공개한 시설 개선은 철저한 조사에 근거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책이 제시되지 않음으로 인해 투자한 비용에 비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것은 삼성 스스로 자초한 문제다.

만에 하나 삼성이 조사는 했지만, 삼성 특유의 보안의식으로 인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삼성서울병원의 문제는 자기들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고 전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사회와의 공유 없이 그냥 묻어버리고 넘어갈 수는 없다. 공개적으로 조사를 약속했는데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사실상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태안((허베이 스피리트호)기름유출사건, 불산사고, 반도체 직업병논란, 메르스 사태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삼성의 리스크 대처 방식을 보면 내부에 뭔가 심각한 위기 요소가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날로부터 1년이 되는 6월 23일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았다. 그때까지는 메르스 환자가 왜 삼성서울병원에서만 대규모로 발생하고 확산되었는지, 그 진실과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삼성은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는 첫 번째 약속을 못 지켰다. 대신 다른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철저한 조사는 1년 전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통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힌 '또 하나의 약속'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의 명예에 걸맞게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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