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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왜 책임을 떠넘기는가 | 부정적 외부효과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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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크리스마스의 늦은 밤, 한 여인이 네 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1979년 말리부 차량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빨간불 앞에서 잠시 정지하고 있던 중, 갑자기 뒤에서 차량이 충돌하였고, 곧 그녀와 아이들이 탄 차량은 불길에 사로잡혔습니다. 세 명의 아이는 60% 이상의 화상을 입었고, 그녀는 한 손을 절단해야 했습니다. 이후 지루한 법정 공방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GM 경영진은 사고시에 큰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GM은 다음과 같은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예상 사망자 500명, 사망자당 평균 보상비용 $200,000, 예상 판매 대수 41,000,000입니다. 결국 차량 한 대당, 사고에 따른 기대비용은 약 $2.40로 계산되었습니다. 반면 사고시 연료탱크 화재 방지를 위한 차량 설계는 대당 $8.59을 필요로 했습니다. 대당 $6.19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연료탱크를 차량축 바깥에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업의 본질, 비용의 외부화

기업이 지닌 본질적 속성 하나는 비용의 외부화입니다.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위해 마땅히 스스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3자가 지불토록 만드는 것입니다. GM은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데 따르는 추가적 비용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비용을 지불토록 하였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는 이를 두고 외부효과라고 부르고,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낳는 시장실패라고 가르칩니다.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주체의 행동이 제 3자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에 대한 대가나 보상 같은 금전적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부정적 외부효과의 교과서적인 예들은 농장의 폐수, 간접흡연, 운전 중 문자 등입니다. 이들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비용을 모두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효과가 발생합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은 GE가 생산하는 Mark 1 비등수용 원자로(Boiling water reactor)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경쟁 상품보다 위험했지만 값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연료봉이 과열되고 녹는 사고 발생시, 90% 이상의 확률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시 발생할 비용을 무시하고, 구매비용만을 고려해 값싼 원자로를 산 것입니다.

딥워터 호라이즌이라 불리는 기름 유출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 4월 미국 멕시코만에서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하고 5개월 동안 대량의 원유가 유출되었습니다. 영국의 석유회사인 BP 는 콘크리트 작업을 핼리버튼(Halliburton) 이라는 회사에 하청을 주었는데, 이 기업은 비슷한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역시 BP는 사고가 가져올 환경오염 비용보다는 당장의 사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핼리버튼에 하청을 주고, 작업을 적절하게 감독하지도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보호장비 없이도 유해 물질을 다루도록 한 것,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사전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코레일의 잦은 열차고장과 사상사고, 세월호의 증개축, 화물 과적, 평형수 부족 등, 이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바로 비용의 외부화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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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옥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면 때마다 언론이 즐겨 쓰는 수식어는 도덕 불감증, 윤리의식의 부재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식의 진단은 소수 특정 기업들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착한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초현실적이고 몽롱한 대안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오히려 드러나지 않습니다.

정신분열증을 앓을 수 밖에 없는 사람, 기업

쉽게 증명하기 어려울 뿐이지, 기업의 거의 모든 의사 결정에서 비용의 외부화는 벌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대규모의 주식회사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자가 책임을 모두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을 소유한 주인도 책임을 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은 유한책임의 보호를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백만원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는 원자로가 폭발하고 원유가 유출되어도 딱 그 만큼만 책임을 가질 뿐입니다. 게다가 수천, 수만명의 주주들은 다들 무명의 주인 역할 노릇을 할 뿐이고, 무임승차의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조직은 복잡한 주인-대리인 관계의 거미줄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임은 분산되어 있습니다. 비록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코 사람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당사자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을 지우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흥미롭게도 기업 그 자체는 권리능력이 부여된 법적인 사람, 법인으로 존재합니다. 더욱 흥미롭게도 기업은 스스로를 인격적 존재처럼 사랑을 갈구합니다. 20세기 초반 최대 규모의 기업이었던 AT&T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기 위하여, 스스로를 "친구이자 이웃"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다른 기업들도 스스로를 사람처럼 행세며 사랑 쟁취의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GM은 스스로를 "가족"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또 하나의 가족"이라 겸손하게 부른 것일까요.

사람들로 구성되었지만 책임을 질 수 없기에 사람이 아니고, 권리를 누리는 법적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더니, 이제 사람인 척하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행복과 생명에 비용을 전가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법대 교수인 조엘 바칸은 그의 책 <기업의 경제학>에서 기업을 정신병을 지닌 존재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경제학 교과서가 낳는 부정적 외부효과

요술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제안하면,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 존재하는 "외부효과"라는 단원을 고쳐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 농장 폐수와 같은 예들을 간단하게만 소개하고, 그래프와 수식에 대한 설명이 책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 단원의 절반은 기업이 가진 본질적 한계가 어떻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가능한 많은 사례들을 담아 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 외부효과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교과서라면, 그것이야 말로 경제학 교과서가 야기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