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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주민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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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미국 보건국은 앨라배마주 터스키기 지역의 흑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였다. 페니실린이라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독에 걸린 환자들에게 아스피린이나 철분제를 주면서 매독의 진행을 관찰한 것이다. 실험의 책임자였던 커틀러 박사는 매독균을 얻기 위해 뇌척수액을 뽑았고, 환자들에게는 나쁜 피를 뽑아주는 것이라 거짓말을 하였다. 실험은 최초 6개월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40년이 지나 실험의 전말이 폭로되고서야 1973년에 중단되었다. 미국 의료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경제학자 알산과 와너메이커는 터스키기 생체 매독 실험이 전체 흑인들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 보았다. 매독 생체실험이 알려진 후, 흑인 남성들은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고, 의사를 찾아가는 일을 꺼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실험 이전과 이후의 건강 변화를 관측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요인이 비슷한 시점에 사람들의 건강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심한 경제학자들이 취하는 연구 방식은 백인과 흑인들 사이의 건강 차이가 실험 이전과 이후로 달라지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45세 흑인 남성 기준으로 수명이 1.5년 감소했다. 이는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수명 차이의 35% 정도를 설명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차별과 착취가 야기하는 고통은 직접적인 피해자들에게만 남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동료 그룹이 가질 수밖에 없는 불신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스스로를 저격한다. 생체실험에 참여한 의사들은 훗날 청문회에서, "실험 대상자들은 어차피 치료도 받지 못할 만큼 가난한 이들이기 때문에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죽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죽인 것은 399명의 실험대상자만이 아니다. 미국 모든 흑인들의 1.5년을 죽였다.

"강서구를 장애인 밀집지역으로 만들 수 없다", "강서구 주민 아니면 나가"라고 외친 이들은 오롯이 자신들만이 이해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외침이 무릎 꿇은 부모들에게만 상처를 준 것이 아니다. 주민토론회에서 벌어진 소란은 모든 장애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당신의 교회에서만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는 성소수자 대한 죄인 낙인찍기도 마찬가지다. 죄가 차고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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