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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마저 뛰어든 '브레인 타이핑'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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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영혼공작소] 뇌-기계 인터페이스

전세계 뇌공학계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의 깜짝 발표로 연일 들썩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회의 'F8'에서 페이스북은 연구그룹 '빌딩8'을 구성해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60명으로 이루어진 빌딩8팀을 이끌고 있는 레지나 두건 연구책임자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향후 그들의 야심찬 목표는 생각만으로 1분에 100단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피부를 통해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우리 귓속의 달팽이관이 공기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피부를 통해 뼈를 진동해서 직접 뇌로 소리를 전송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골전도 기술을 사용하면 앞으로는 피부를 통해 대화하는 놀라운 통신기술이 가능해진다.

앞서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으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0~15년 안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컴퓨터 플랫폼을 지배하게 될 것이며, 증강현실이 지금 가정마다 보유하고 있는 TV처럼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별도의 기계장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다 뇌와 피부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공간에서 뇌가 직접 기계와 소통하는 날이 조만간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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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날 뇌와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조롱받은 '인공해마' 연구 10년의 결실

페이스북보다 한발 앞서 지난달에는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를 결합'하는 일을 수행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의 발언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일론 머스크가 새 회사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을 설립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인간 뇌에 초소형 칩을 삽입해 뇌 활동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생각을 읽고 저장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뇌로 전송하는 제품을 구상 중이라는 게 그 내용이다. 뉴럴링크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으며, 연구 아이디어도 어느 정도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공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페이스북과 테슬라의 발표는 가슴 설레게 하는 사건이다.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전기신호를 분석해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컴퓨터나 기계를 컨트롤하겠다는 야심찬 주장을 한 지 20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주요 회사들이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과학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황당한 기술로 취급받던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 현실에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뿌듯함 때문이리라.

남캘리포니아대 신경기술설계센터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가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인공해마'를 연구하면서 온갖 비판과 조롱을 받은 지 10년 가까이 됐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 해마를 인공칩으로 대체해 치매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연구다. 미국 국방부가 30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지원하며 10년 가까이 기다려 주고 있지만, 획기적인 결과는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조금씩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칩 개발이 가능해졌다. 해마가 손상돼 장기기억을 갖지 못하는 쥐에게 인공해마를 삽입해 장기기억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일찌감치 성공했으나, 원숭이 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결과가 지지부진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뉴럴링크를 설립하게 된 데에는 버거 교수의 연구 성과가 한몫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뇌에 삽입할 칩을 생산하는 데 있어 신경보철 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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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캘리포니아대 신경기술설계센터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인공해마'를 연구해오고 있다. 이 연구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 해마를 인공칩으로 대체해 치매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위키피디아

학문의 한 분야가 후속 세대를 이끌어내며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신경과학이나 뇌공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학과가 생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뇌공학 산업이 만들어져 그 안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성장하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때 학문 분야도 함께 성장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서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연구 주제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뇌공학은 산업화가 매우 더뎠다. 이렇다 할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 머릿속에 뇌공학 하면 떠오르는 제품이 아직 없다. 알파파를 만들어내어 집중을 높인다는 학습보조기 정도가 사람들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루모시티'라는 회사의 제품들이 널리 알려져 있는 형국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두뇌훈련 게임을 제공해서 사람들의 머리를 좋게 만들어주고 심지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루모시티가 그 대표적인 회사다. 루모시티는 180개국에 6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광고까지 하고 있어, 이제 미국 사람이라면 루모시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두뇌훈련 게임이 보편화돼 있다.

루모시티 외에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해피 뉴런'(Happy Neuron)은 1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국어처럼 제2 외국어를 공부하게 해준다는 로제타스톤사의 '핏 브레인스'(Fit Brains)는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디자인된 두뇌훈련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염력 게임'은 한국 기업이 개발

이들 게임은 기억력이나 주의력, 언어 능력, 논리력 등의 다양한 두뇌 능력을 측정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교하게 디자인돼 있다. 영국의 코그메드(Cogmed)사에 따르면, 이런 게임들은 아이들의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또 이스라엘의 뉴로닉스(Neuronix)사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두뇌훈련 게임 시장의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 해 전 전세계 70여명의 신경과학자들은 이들 게임이 실제로 사람들의 지적능력을 향상시켜주고 두뇌 노화를 막는다는 주장에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들 회사가 노인들의 두려움을 악용하고 있으며, 어떤 연구도 게임이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고 성명서에서 언급했다.

물론 두뇌 게임이 사람들의 사고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발견된 이 효과가 실제 현실에서도 확인됐는지는 미지수이며, 이것이 향후 지속적인 효과를 유지하는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의 대부분은 이런 두뇌훈련 게임의 효과가 백신이나 예방주사처럼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일시적이라는 결과들이다.

뇌파를 측정해 게임기를 만들거나 실생활에 응용하는 회사들도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만든 뉴로스카이(NeuroSky) 같은 회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간단한 장치로 뇌파를 측정해 분석한 후 이를 통해 마음을 읽어 컴퓨터 게임이나 장난감 등에 접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바로 뒤편에서 뇌파를 측정해 세타파의 크기를 분석한다. 세타파는 4~8㎐ 사이의 뇌파로서, 인간이 집중을 할 때 나오는 뇌파 밴드다. 세타파의 크기가 커질수록 게임기 내의 팬을 더 세게 돌게 하면 그 위에 올려져 있는 공이 떠오르게 된다. 그럼 마치 스타워즈의 한 장면처럼 내가 뭔가 집중을 하면 염력으로 물체를 띄우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 공이 저절로 떠오르는 '포스 트레이너', 마음을 집중하면 불이 들어오는 '광선검'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일본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뇌가 평안한 휴식 상태가 되면 귀가 처지고, 집중 상태가 되면 일어서는 네코미미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뇌파로 조종하는 게임기, 뇌파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통해 집중력 훈련을 한다거나 치매, 뇌줄중 등의 치료에도 활용한다는 것이 이런 뇌파 게임기 회사들의 야심찬 목표이리라. 그러나 뇌파로 조종하는 게임은 오래 흥미를 끌기 어렵다. 우리가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이면 충분히 게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집중을 하거나 머리를 써서 뇌파로 무언가를 조종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이런 게임기가 잘 팔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킬러 아이템이 필요한 형국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산업 선점해야

뇌공학의 빠른 상용화 분야 중 하나는 아마도 뉴로마케팅 쪽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뉴로포커스(NeuroFocus)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뉴로포커스는 런던, 도쿄, 뉴욕에 지사를 두고 활발히 활동했던 회사다. 뇌파를 측정해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이전보다 더 정확히 읽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피앤지(P&G), 구글, 디즈니 같은 기업을 포함하여,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 중 많은 곳이 이들의 마케팅 분석 기법을 이용하였다. 필자도 이 회사의 자문 과학자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으며,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이나 하버드대의 여러 교수가 뉴로포커스의 자문교수 역할을 함께 해왔다.

수많은 예측과 분석 방법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케팅의 영역에서 신생 기업 뉴로포커스가 짧은 시간 내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조사의 한계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의 '소비'라는 결정은 일련의 통계 수치로 변환되기 이전에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마케팅이 제품과 관련된 주관적인 설문조사나 인터뷰에 의존했다면 뉴로포커스 같은 뉴로마케팅 회사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뇌 활동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전략을 택했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 이유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며 말로 표현하는 데도 서툴다. 따라서 뇌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모니터링해 소비자로부터 좀더 정확한 경험 포착을 한다면 회사는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런 기술 덕분에 뉴로포커스는 몇 해 전 세계적인 시장조사 회사인 닐슨에 거액에 팔리는 '대박'이 나기도 했다.

두뇌훈련 게임 정도가 뇌공학의 최전선으로 이해되고 있는 현실에서 페이스북이나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투자하게 됐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이 기술들이 실제로 상용화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에는 족히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데이터가 곧 생명이며, 데이터를 분석해본 연구자들이 자산이다. 빨리 데이터를 선점하고 연구자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뇌-기계 인터페이스 산업에 뛰어들어 선점효과를 노리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