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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Headshot

당신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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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영혼공작소] 마인드 업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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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가 아서 클라크가 쓴 <도시와 별>에는 흥미로운 미래가 등장한다. 온통 사막으로 변한 지구. 인간은 '다이어스파'라는 지하도시를 만들어 생활한다. 이 도시를 운영하는 중앙컴퓨터에는 수천만명의 유전자 정보가 코드화돼 있어 이를 인공육체에 주입해 살게끔 한다. 인공육체의 수명이 다하면 죽는 게 아니다. 컴퓨터의 '기억은행'이라는 곳이 그들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모든 상태와 패턴을 저장해 두었다가 새로운 인공육체에 이를 주입해 다시 세상에 내보낸다. 작가는 물질과 정신의 근원을 모두 알아낸 인류가 불사신처럼 영생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정신이 '영혼'이라는 비물질적인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기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뇌의 모든 정보를 코드화할 경우 우리는 한 개체의 정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이를 인공육체 혹은 인공뇌에 주입한다면 그 개체는 자기 자신을 '정재승'이라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만일 그 '정재승'이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정재승과 생물학적으로 정확히 일치한다 치자. 우리는 이들이 서로 다른 개체라고 반박할 근거가 없다. 쌍둥이처럼 유전자만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를 포함해 30조에 이르는 모든 육체의 세포들이 일치한다면 '그'는 나와 동일인이 된다.

인간이 육체라는 껍데기 벗어나나

영혼이라는 가설을 부정하고 마음을 인간의 뇌라는 생물학적 기관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는 내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똑같은 노트북에 완벽히 똑같은 소프트웨어들을 업로드해 놓을 경우 우리가 두 컴퓨터를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인드 업로딩으로 우리는 영생이 가능해진다. 육체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육체에 내 정신 정보를 담을 수 있으므로 '나는 곧 그가 되고, 그가 곧 내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신경과학자 란달 쿠너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연구자다. 쿠너 박사는 인간의 두뇌 구조를 정교하게 매핑하고 뇌활동을 계산 가능한 형태로 변환한 뒤 계산된 결과를 실행하도록 코딩하면 인간의 정신은 컴퓨터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데스크톱 피시에 매킨토시 프로그램을 에뮬레이션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입니다. 일종의 플랫폼 독립형 코드라고나 할까요."

그는 인간의 정신을 운영체제(OS·윈도처럼 시스템을 관장하는 프로그램)가 다른 일종의 컴퓨터로 간주하는 것 같다. 마치 다른 운영체제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업로드하듯이 인간의 정신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마인드업로딩(www.minduploading.org)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인간이 육체라는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으로부터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 카본카피(Carboncopies)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현재 기술로 인간이 육체라는 껍데기를 벗고 더 진보된 형태로 존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쿠너 박사가 생각하는 마인드 업로딩 기법은 인간의 뇌 전체를 컴퓨터와 같은 기계장치에 '에뮬레이션'(한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처럼 똑같이 작동하기 위하여 특별한 프로그램 기술이나 기계적 방법을 사용하는 일)하는 방법이다. 뇌를 컴퓨터라 간주하고 '뇌 에뮬레이션'을 하겠다는 생각은 과학소설 속에서 종종 다루어진 바 있다.

과연 뇌 에뮬레이션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 정도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의 신경세포는 주변의 1만개 정도의 신경세포들과 시냅스 연결을 이루고 있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수상돌기를 통해 주변의 신경세포들로부터 수많은 입력을 받고, 이 입력값이 어느 정도 역치값을 넘어가면 신경세포가 축삭돌기를 통해 주변 신경세포에 출력값을 전한다. 수상돌기가 받는 입력값은 모두 아날로그 신호이며, 축삭돌기가 만들어내는 출력값은 모두 스파이크(Spike) 형태의 디지털 신호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세포체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시냅스가 복잡하게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구조이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가 적절히 변환되면서 놀라운 정신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과정은 전기신호를 통해 이루어지며, 화학적 신호들은 그저 전기신호를 돕는 일만 한다. '인간의 뇌라는 생물학적인 정보처리기관이 컴퓨터라는 인공적인 정보처리기관과 전기신호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매우 매력적인 설정이다. 둘 사이에 적절한 통역기를 놓아준다면 둘은 직접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 활동 모사하는 수학적 모델

인간의 뇌는 복잡한 방식으로 정보를 부호화하고(encoding),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며(processing),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예전 정보를 다시 읽어오고(retrieving), 다른 영역들이 이 정보를 읽어내면서(decoding)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이 복잡한 과정이 인간의 뇌 신경회로망에서 벌어지고 있다. 감각, 감정, 기억, 주의집중, 의사결정, 의식이라는 복잡한 정신작용이 모두 이 과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뇌 에뮬레이션이 가능하려면 이 모든 과정을 컴퓨터에 옮겨놓는 일이 필요하다. 1940년대 미국 일리노이대 신경생리학자 워런 매컬러 교수와 수학자 월터 피츠 교수는 신경세포 활동을 모사할 간단한 수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들은 신경세포들이 아무리 복잡한 입력값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출력값은 '활성화' 또는 '휴면', 즉 1과 0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컴퓨터과학자들은 뇌의 활성화 및 휴면 모드를 모방해, 1과 0으로만 이뤄진 이진법적 전기 스위치로 기계의 기본 논리시스템을 설계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기계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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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랜센던스> 속 마인드 업로딩 장면.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 교수는 인간의 기억이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에서의 연결강도로 저장 가능하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컴퓨터과학자들은 헵의 주장을 바탕으로 신경망의 시냅스에서의 연결강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실제로 인간의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실험적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아주 단순한 수준에서나마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컴퓨터 내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뇌 에뮬레이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쿠너 박사의 주장처럼 '개인의 정체성은 각 신경세포 및 신경세포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가설이 맞다면 뇌 에뮬레이션도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만약 내게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어본다면 부정적인 대답을 드릴 수밖에 없다. 컴퓨터와 인간의 뇌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명확히 나누어져 있다. 내가 여러분의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뜯어 본다고 해서 여러분이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는 없다.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그 안에 어떤 정보가 저장돼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은 완전히 분리된 채 존재하고 기능한다.

하지만 내가 만약 여러분의 두개골을 열고 뇌를 관찰한다면, 여러분이 주로 어느 영역을 사용하고 어떤 정보가 뇌에 저장돼 있으며,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설령 현재는 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직은 모른다고 해도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뇌는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기능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뇌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나뉘어 있지 않고 둘이 일체화돼 있기 때문이다.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뇌 구조 달라

올리버 색스가 쓴 음악에 대한 신경생리학 책 <뮤지코필리아>엔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음악 연주가의 뇌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다른 어떤 사람과도 확연히 구별된다. 심지어 연주가 중에서도 다루는 악기에 따라 뇌 구조는 확연히 다르다. 음악가의 뇌는 과학자의 뇌와 다르며, 기업인의 뇌와도 다르다. 뇌 구조는 나이에 따라 다르며, 남녀가 다르고, 인종에 따라 다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에 따라 다르며,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가에 따라 다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인지, 구조가 기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뇌는 세포 수를 늘리고 시냅스 연결을 정교하게 바꾸고, 네트워크 구조를 변형시키면서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새로운 기억을 담아낸다. 우리의 정신을 이루는 모든 기억, 감성, 성격, 자의식, 인격 등을 뇌로부터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것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바꾸는 형태로 이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컴퓨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절대적으로 구분되어 기능하는 형태로는 인간의 뇌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뇌의 네트워크 구조를 정보화해서 넣으면 그것이 곧 '나'라고 간주할 수 있냐고? 그건 마치 인간을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 곧 그 사람이라고 믿었던 고대 조상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마인드 업로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컴퓨터가 필요하다. 아마도 인간의 뇌와 구조가 유사한 바이오컴퓨터가 등장한다면 그 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뇌가 컴퓨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까? 정신은 고귀한 기능이지만 물리적 토대 없이 존재하기 힘들며, 형이상학적인 사고의 발현은 본질적으로 형이하학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영혼이 없다고? 그저 뇌의 생물학적인 기저일 뿐이라고? 죽으면 끝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간 정신은 더없이 위대하고 고귀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뇌라는 물질 또한 그만큼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물질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 정신을 만들어낼 만큼 위대한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