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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 많은 아이가 30년 뒤 연봉도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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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영혼공작소] 자기 절제력의 비밀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자동차에 주유를 할 때 저마다 독특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주유소에 들러 "가득 채워주세요"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주 주유소에 들러 1만~2만원씩 주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부족해 꽉 막힌 올림픽대로에서 '빨간 주유경고등' 때문에 불안해하면서도 번번이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주유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장거리 출장을 떠나지 않는다면 자동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굳이 무거운 휘발유를 싣고 다니느라 추가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대한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하고 다녀야 더 효율적일 테니까. 하지만 주유소를 찾아 헤매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적절하진 않다. 자주 가는 길목에 정해놓은 주유소가 없다면, 2만~5만원 정도씩 주유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기저핵과 전전두엽의 힘겨루기

주유를 하다 보면 배우자와 싸우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주유소를 발견했을 때 들러 주유를 하고 가자'는 아내와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 일단 집에 가자'고 주장하는 남편 사이에 잠깐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날 주유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주유소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데, 왜 하필 그럴 때만 줄이 길거나 급한 약속이 있어서 (늦은 밤에 여유롭게 주유를 하는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잦다.

'습관'이란 원래 유익한 결정을 빨리 내리기 위해 굳이 매번 고민하지 않고 정해진 일련의 행동을 따르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습관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절한 전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습관화되어버려 (혹은 자기 조절에 실패해) 바꾸지 못하거나 고치지 못하는 경우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테리 버넘은 '주유소 게임'을 통해 '자기 절제'를 테스트해보길 제안한다. 게임의 룰은 매우 간단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아 한 사람은 '내가 지금 주유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안하고, 상대방은 '왜 지금은 안 되는지'를 설명한다. 좀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내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억지스러운 이유를 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건 사실 게임에서만의 상황이 아니다. 종종 늦은 밤 차 안에서 부부가 나누는 실제 대화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지 않게 교환하는 데 있다. 지금 당장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고 다음에 놀 기회는 다시 올 텐데, 문제는 지금 당장 너무 놀고 싶다는 데 '인생의 비극'이 있다.

이게 바로 그 어려운, '리더십 분야의 대가'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하나다. 그가 꼽은 7가지 습관 중 가장 중요한 습관이 바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이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하라'고 주장한다. 해야 할 일들을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한 후, 급하면서 중요한 일에 가장 먼저 손을 대고, 급하진 않더라도 중요한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주문한다. 신경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시간 측면에서 '자기 절제'를 하라는 얘기다. <타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 명인 그의 주장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는 의문스럽다만 말이다.

신경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많은 경우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너무 많은 가치를 두고 '미래'에는 상대적으로 가치를 별로 두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이익에 민감한 기저핵(Basal Ganglia)의 '쾌락 중추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미래를 숙고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자신이 '자기 절제'를 잘하는 편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절제가 필요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내일 중요한 보고서 마감이 있는데 오늘 친구들과의 술자리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중요한 가족 모임 때문에 일요일 오전 '골프 모임'을 취소할 수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게 매번 힘들다면,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다.

잭팟 예고하는 슬롯머신에 속는 까닭

<우주 가족 젯슨>(The Jetsons)이라는 애니메이션에는 슬롯머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테리 버넘이 쓴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에도 인용됐던 이 에피소드에서 한 로봇 슬롯머신이 "저는 잭팟이 터질 때가 됐습니다"를 외치면서 돌아다닌다. 한동안 잭팟이 터지지 않아서 이제 몇 달러만 투자하면 곧 터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 만화의 클라이맥스는 운 좋은 한 도박꾼이 실제로 잭팟을 터뜨린 직후다. 로봇은 상금을 지급한 후, 돌아서서 곧바로 또 이렇게 외친다. "저는 잭팟이 터질 때가 됐습니다."

잘 알다시피, 슬롯머신은 확률이 누적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에 터질 확률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디자인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의 결과와는 아무 상관없이, 매번 새롭게 결과가 결정된다. 물론 잭팟 상금의 액수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누적되는 경우도 있지만, 터질 확률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걸 안다면 슬롯머신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계속 돈을 먹는 슬롯머신으로부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자제력이 없다. 잭팟을 위해 쌓여가는 돈, 다른 슬롯머신에서 들리는 동전 떨어지는 소리, 내가 넣은 동전 칩들. 이것들 앞에서 자제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가 어린이들의 학문적 성취를 측정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를 제공해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이 1970년대에 고안한 이 실험은 4살짜리 어린이를 실험실에 불러 마시멜로가 놓인 책상 앞에 앉힌다. '실험자가 15분 정도 나가 있는 동안 책상 위에 놓인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잘 참고 있으면, 돌아와서 2개를 주겠다'는 어른들의 사악한 제안을 담은 실험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끝내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입에 가져가지만, 종종 끝까지 참는 아이들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결과는 그들을 추적 조사한 후 알게 된 사실들이다.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준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했으며, 15년 뒤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에서 15분을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던 학생보다 평균 210점가량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4살 때 실시한 아이큐(IQ) 검사보다 학업 성취도에 대해 훨씬 더 정확한 예측력을 보이는 지표였다. 그들은 20년 뒤 대학 졸업 성적도 좋았고, 30년 뒤 연봉도 더 높았다. 그들은 원만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무엇보다 자신감이 충만했다.

반면, 30초도 못 참았던 4살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 술과 담배를 즐기고, 마약 중독의 가능성도 매우 높았으며, 감옥에 가는 비율도 훨씬 더 높았다.

이를 신경과학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이렇다. 아마도 아이들의 머릿속에선 기저핵에 담겨 있는 욕망의 중추가 '당장 마시멜로를 먹어치워버리자'고 충동질을 할 테고, 전전두엽은 '15분만 참으면 하나 더 먹을 수 있으니, 그게 더 이익!'이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천사와 악마 같은 이 두 영역의 꼬드김을 들으면서 하나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전전두엽은 13살부터 18살까지 사춘기 때 급속도로 발달하는 영역이라, 많은 아이들이 기저핵의 우세 속에서 마시멜로에 손을 대지만, 종종 자기 절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전전두엽이 발달한 아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나중에 사회적 성취를 이룬다는 것이다. 사회적 성취는 자기 절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해야 할 숙제를 먼저 해놓고 나간다거나, 시험 기간일수록 소설책이 읽고 싶지만 시험공부에 집중하는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더 높은 성적을 받을 테니까.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신경경제학자 앤드루 로 교수와 드미트리 레핀 교수는 주식시장에서 전문 트레이더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을 때 그들이 보이는 신체적인 반응을 추적했다. 체온 변화와 피부전도도, 심장박동 등을 잴 수 있는 바이오팩(Biopac) 장비를 전문 트레이더들에게 연결한 후, 실제로 투자 은행에서 거래를 하는 동안 신체 변화를 측정했다. 특히 그들이 주목한 상황은 '새로운 뉴스가 떴을 때 트레이더들은 어떤 신체적인 반응을 보였는지'였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새로운 뉴스에 대해 (설령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감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경험이 적은 후배들보다 상대적으로 감정적으로 덜 반응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경험이 많은 트레이더일수록, 실적이 좋은 트레이더일수록, 작은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감정적인 행동을 자제하더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마도 가장 궁금한 질문일 텐데, 그 대답은 우리의 상식과는 조금 다르다. 다시 마시멜로 테스트의 예를 들어보자.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우는 아이들은 잘 참는 아이들에 비해 어느 과정을 컨트롤해주는 것이 중요할까? 마시멜로를 지각하는 과정, 마시멜로를 먹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자신의 결정을 유지하고 실천하는 의지력 중에서 말이다.

절제력은 지각에서 시작

많은 사람들은 지각 과정이나 결정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유지하고 실천하는 의지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기 절제는 의지박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반복된 실험에 따르면, 절제를 못하는 아이들은 무엇보다 '지각'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시멜로를 하늘 그림 사이에 구름처럼 제시하면 누구나 잘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절제력이란 세상을 멀리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습관과 전략에서 시작된다. 주가 변동을 보고 있거나, 신상품에 대한 광고가 나왔을 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뉴스를 접했을 때, 누구나 자제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흥분되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생리적인 반응이 따른다.

그러나 당신의 행동마저 이런 감정에 매번 순응한다면,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합리적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원시적인 뇌를 봉인하고 자기 절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신경경제학자들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늘 그렇게 살 순 없겠지만, 중요한 순간에만 이를 실천해도 인생이 꽤 근사해진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