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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의 뇌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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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 Jesus Cerva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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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영혼공작소 | 신경종교학

종교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뇌피질이 더 두껍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신과 미나 와이스먼 교수 연구팀이 성인 남녀 103명의 뇌를 분석하고 그들의 종교활동 유무를 알아본 결과 밝혀낸 사실이다. 그것도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저널인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의 까다로운 심사를 모두 통과해 201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말이다.

더 궁금한 건 '왜 그럴까?' 하는 질문일 텐데, 연구자들도 이 질문에 속 시원히 답을 하진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뇌피질이 두꺼울수록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더 발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처리 속도도 빠를 테고, 자극에 대한 반응도 기민할 것이다.

추론해보자면 이렇다. 원래 인간의 뇌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분명하고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므로. 따라서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데, 우리가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고 타인으로부터 정보를 꾸준히 얻고 책들을 독파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종교가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추론한다. 우리 뇌는 믿음과 감정을 반영하고 조절하는 기관으로서, 종교적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확신을 갖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도 불확실한 미지의 것에 대한 상상, 믿음, 의심에 있는데, 종교는 이러한 점을 해소해준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방어기제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실제로 종교활동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결과다.

종교가 뇌에 미치는 영향 연구

21세기 들어, 권위 있는 신경과학 저널에 종교와 관련한 논문들이 심심치 않게 실리기 시작했다. 신을 영접하는 순간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명상을 하는 동안 뇌활동은 어떻게 바뀌는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어떻게 뇌구조가 다른지 등 종교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쩍 늘었다.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신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왜 우리는 항상 우리보다 더 큰 어떤 존재와 연결되기를 그토록 소망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놓고 종교학자와 철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들은 오랜 시대를 거쳐 열띤 논쟁을 벌여왔다. 이제 이 논쟁에 신경과학자들이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들이 쏟아내고 있는 논문들의 핵심 내용은 '인간의 뇌는 종교를 추구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 종교적 체험을 하는 동안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며, 종교적 체험이 우리의 뇌에 유익하기 때문에 인간이 종교활동을 영유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불경스런 연구를 하는 신경과학자들이 모두 무신론자는 아니다. 우리 몸에 종교를 추구하는 생물학적 구조물인 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신의 존재가 부정되거나 종교의 가치가 폄하되지는 않는다. 뇌의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신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고, 신이 자신을 숭배하도록 인간들의 뇌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가능하다.

만약 신이 없다면, 질문은 좀더 흥미로워진다. '신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뇌를 우리는 왜, 어떻게, 언제부터 갖게 됐을까?'라는 질문에 다시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존이나 짝짓기에 유리한 걸까?

사실 이 질문은 답하기 쉬운 게 아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무언가를 의심하는 태도가 생존에 유리할 텐데, 보이지 않는 상상의 산물을 쉽게 믿는 구조를 뇌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났다면 그 이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말한 것처럼, 상상력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던 것일까?

이 질문은 '영혼이라는 가설 없이도 생물학적인 뇌만으로 인간의 고귀한 정신작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각별히 중요한 질문이다. 종교란 본질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 삶의 부조리, 사후 세계를 통한 구원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물질적 토대 없이도 존재하는 영혼은 바로 이런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생물학적 대뇌활동에 불과하다면, 영혼이 기반을 둔 세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초월적 경험도 신경학적 관찰 가능

신은 왜 인간에게서 떠나지 않는 것일까? 20세기 말, 이 질문에 과학적인 메스를 들이댄 젊은 의사가 하나 있었다. 그는 이 영적인 질문을 신경과학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앤드루 뉴버그는 당시 펜실베이니아대학 핵의학과 조교수였다. 그는 종교적 체험을 하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해 6년간 온갖 실험을 반복했다.

뉴버그와 그의 동료는 최첨단 뇌영상 기술을 사용해 명상에 빠진 스님이나 깊은 기도에 몰두한 수녀의 뇌를 조사했다. 그들이 명상에 깊이 몰입하면 뇌활동엔 비정상적 변화가 일어났고, 초월적인 종교적 경험을 아주 생생한 현실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현실에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즉 외부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마치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한 각성을 경험했다. 그들은 영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과 사고 기능을 조절하는 하두정엽이 나란히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관계없이, 영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뇌활동 상태는 거의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불교도들이 '우주와의 일체'라고 부르는 느낌과 프란체스코회 수녀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하느님의 존재를 생생하게 느꼈다고 표현하는 경험 등이 망상이나 환각이 아니며, 객관적으로 관찰되고 기록 가능한 일련의 신경학적 사건들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뉴버그는 '신은 사람의 뇌 속에 들어 있다'는 조심스러웠지만 성급한 결론을 내게 된다. 이것이 2001년 얘기다.

이 연구는 <뉴스위크>의 표지를 장식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언론이 그의 연구결과를 확대해석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신화를 만들어내게끔 프로그램되어 있다거나, 종교적 무아지경과 성행위의 오르가슴 사이에는 어떤 진화론적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추측들이 쏟아졌다. 죽음에 다다르는 체험은 영적 현상의 본질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종교의식은 나름의 신경학적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와 같은 질문들도 신경과학 분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뉴버그와 공동연구자들은 종교적 믿음이 생존이나 짝짓기에 큰 이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연선택 혹은 성선택이 종교적 행위가 쉽게 일어나도록 하는 신경학적 기구를 강화해왔다고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종교가 단순히 생물 진화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지, 아니면 사람의 뇌는 신에 가까이 다가가고 신을 인식하는 독특한 구조와 기능을 신비롭게 부여받았는지는 그가 했던 연구만으로 답을 할 순 없었다.

뒤이어, 위스콘신대학 리처드 데이비드슨 교수는 명상에 들어가면 이마 바로 뒷부분인 전전두엽피질에서 오른쪽은 활동이 떨어지고 왼쪽은 활동이 늘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오른쪽 전전두엽피질은 스트레스와 싸우는 작용을 하고 왼쪽은 만족감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다시 말해, 부정적 사고의 소유자는 오른쪽 전전두엽피질이 발달해 있지만, 낙관적 사고의 소유자는 왼쪽이 더 활성화되어 있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더 열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데이비드슨의 연구는 명상을 통해 뇌를 훈련할 경우 왼쪽 전전두엽피질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인위적으로 영적 체험 반복할 수도

하지만 여전히 종교적 체험을 하는 동안 특별한 뇌활동이 발생한다는 것은 뇌활동이 종교적 체험의 원인인지 부수적 현상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미국 캔자스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뱃슨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두뇌가 종교를 만든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피아노가 음악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오히려 주목할 만한 연구는 지난해 영국 요크대학 이즈마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한 실험이다. 그들은 강력한 자기장을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했더니, 종교적 믿음이 줄어드는 현상을 관찰했다. '후방 내측 전두엽 피질'(posterior medial frontal cortex)에 자기장을 받는 39명의 피험자들은 실험 후 신이나 천사, 천국과 같은 것들에 대한 믿음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죽음 후에 대한 불안으로 그것을 믿었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뇌활동에 영향을 가했더니 종교적 체험에 변화가 생긴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종교적 체험은 단지 두뇌의 산물이며 두뇌 이외의 것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던 캐나다 로렌시안대학 마이클 퍼싱어 신경과학 교수의 주장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1885년,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 시대의 합리주의자들은 신이 비과학적인 과거의 잔재이며 종교적 믿음은 미신과 자기기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리주의자들은 인간의 이성으로 비합리적인 미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러한 자신감이 니체의 선언으로 표출됐다.

그런데 니체의 말처럼 신은 죽었는데, 왜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신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버젓이 살아남아 위세를 떨치고 있는가? 종교의 질긴 생명력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가?

앤드루 뉴버그는 자신의 책에서 그 생명력의 뿌리가 신비 체험에서 온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논리와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 체험은 시대와 문화와 종교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리고 신비 체험이 존재하는 한, 신과 종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왜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신비 체험을 해왔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러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의 뇌 자체에 그러한 능력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앤드루 뉴버그와 동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아직은 신경종교학이 어떻게 뇌가 신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대답해주진 못하지만 대뇌 자극을 통해 신비 체험을 재현하거나 영적 체험을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면, 신의 신비는 한꺼풀 벗겨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종교가 사라지진 않을 테고, 우리는 다른 편리한 변명을 찾아내 여전히 종교를 추구할 이유를 만들어내겠지만 말이다.

아직 답은 모른다. 신의 존재를 뇌활동만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없을지. 하지만 종교라는 성역에 과감하게 과학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신경과학자들의 용기에 경배를!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