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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Headshot

지름신은 '대뇌 측좌핵'에 납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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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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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뜻하는 영어 'advertisement'는 라틴어 'advertere'에서 기원한 단어다. 이는 '마음을 어디로 향하게 하다' 혹은 '돌아보게 하다'라는 뜻이다. 즉 광고란 '타인의 마음을 내게 기울도록' 하는 것이 그 본질인 셈이다. 광고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소비를 촉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조종하고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최대의 광고회사 샌프란시스코사의 사장이었던 제리 맨더는 텔레비전 광고를 만들면서 텔레비전이 인간에게 미치는 폐해를 절감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쓴 책 <텔레비전을 버려라>(2002)에서 "광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양식을 간섭함으로써 정신작용을 설득하고 지배하는 제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 후 그는 미국 최초의 비영리 광고회사 '공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광고주들은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양한 전략으로 고객을 조종하고 현혹해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들이 최근 신경광고학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고 있는 전략은 소비자들의 두뇌 속 선택과정을 파악해 그들의 뇌에 있는 구매 버튼을 누르겠다는 것이다.

자기공명영상으로 구매 예측 가능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브라이언 크넛슨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의 구매 행위를 결정하는 뇌 활동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2006년 '뉴런' 1월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그 후 뉴로마케팅을 포함해 의사결정 신경과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그들이 붙인 제목은 '뇌활동을 통한 구매 예측'(Neural predictors of purchas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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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학병원의 자기공명영상 쵤영 모습.

그들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피험자들을 들어가게 한 후 다양한 제품 사진을 보여준다. 물론 이때 가격정보도 제공된다. 그리고 이 제품들을 살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다. 실제로 구매하겠다고 버튼을 누르면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실험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측정하고 분석한 연구였다.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연구결과는 구매를 할지 안 할지를 그들의 뇌활동만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말이다.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대답한 피험자들은 상품을 보자마자 대뇌가 보인 반응 자체가 달랐다. 상품을 본 직후 그들은 쾌락을 느끼는 '대뇌 측좌핵'(Nucleus Accumbens)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피험자들은 가격을 봤을 때 뇌 반응이 구매자들과 매우 달랐다. 그들은 가격을 보자 금전적인 손해를 느끼고 모험을 회피하려는 성질을 관장하는 '뇌섬엽'(Insula) 부위가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피험자들은 고등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상품을 샀을 때의 쾌감과 '지출의 고통'을 저울질해 제품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대뇌 측좌핵이 활발히 활동했던 피험자들은 여지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즉 지름신은 우리 뇌 깊숙한 곳 '대뇌 측좌핵'에 납시어 우리를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상품을 보는 순간 이미 구매할지 안 할지를 거의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구매 활동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광고란 무엇일까? 결국 이 실험에서 밝혀낸 지름신의 안식처인 대뇌 측좌핵을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그 주된 역할이다. 이 영역은 성적인 자극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가 당대 최고의 섹시 미남미녀들을 광고에서 보게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사람들은 뇌섬엽이 두려워하는 '지출의 고통'을 잊고 쾌락의 중추 대뇌 측좌핵의 욕구에 따라 크게 한번 지르고 싶은 걸까? 브라이언 크넛슨 연구팀은 반복적인 자극이 대뇌 측좌핵의 활동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상품의 이미지를 반복해서 볼 경우, 처음에는 제품을 사지 않으려던 피험자의 87%가 제품을 살 용의가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광고나 홈쇼핑의 주된 전략이며, 누구나 같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될 경우 충동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신용카드처럼 돈이 나중에 빠져나가거나 직접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충동구매를 하거나 낭비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지불하면 뇌섬엽이 느끼는 '지출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무뎌지기 때문이다. 소비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대뇌측좌핵의 욕구가 뇌섬엽의 활동을 이겨 결국 구매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거울뉴런 있는 측두엽을 자극하라

광고주들이 주로 공략하는 뇌 영역 중 하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들이 모여 있는 측두엽이다. 거울뉴런은 원숭이의 대뇌에서 처음 발견됐다. 1993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삽입한 후 다양한 물건을 집을 때의 뇌 반응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학원생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실험실에 들어왔을 때 이를 지켜보던 원숭이의 뇌가 활발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분석 결과, 그 반응은 원숭이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을 때의 뇌 반응과 일치했다. 다시 말해 우리 뇌에는 실제로 행동하지 않고 그저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자신이 직접 겪는 것처럼 활동하는 신경세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이런 세포들을 거울뉴런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거울뉴런들이 인간의 감정이입(empathy)에 관여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고도 그 사람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거울뉴런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멋진 배우들이 밤 11시만 되면 광고에 등장해 맥주를 들이켠다면 내 머릿속 거울뉴런들은 광분할 것이며, 나도 그 짜릿함과 시원함을 맛보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 것이다. 광고에서 멋진 여배우가 근사한 아파트에서 편하게 누워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시청자들의 거울뉴런은 그를 잠시나마 아파트 거실로 데리고 갈 것이다. 이것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아파트를 사고 싶은 구매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듯 광고의 전략은 뇌의 인지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인간 심리를 파악하면 돈을 벌 묘안이 보인다"고 했던 미국의 심리학자 존 왓슨의 말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면 광고의 전략이 보인다"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반복된 광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브랜드를 잠재적 고객의 뇌 속에 각인시켜 매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매년 세계적으로 수천만개의 브랜드가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매력적인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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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의 벅스 버니 캐릭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브랜드를 제대로 각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실험이 하나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연구팀은 회색의 장난꾸러기 토끼 '벅스 버니'가 출연하는 디즈니랜드 광고를 제작해 피험자들에게 보여준 뒤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대부분은 디즈니랜드에서 버니를 보거나 만난 경험이 있었다고 대답했으며, 미키마우스와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거나 악수를 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답변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벅스 버니는 워너브러더스사가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디즈니랜드에서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간단히 제작된 광고 한 편이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 실험 속 광고는 처음부터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제작된 것이지만, 굳이 속이려 하지 않아도 우리의 뇌가 매일 수백편씩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 제대로 된 브랜드 기억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숫자 넣어 성공한 '여명808'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 근사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다양한 효과가 등장하게 되었다. 한 예로 심리학자들은 의미 있는 숫자 나열이 긍정적인 브랜드 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숫자를 집어넣어 브랜드 광고를 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숙취음료 '여명808'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808번의 실험 끝에 만들어진 일화를 제품명에 이용해 브랜드 각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앨릭스 위퍼퍼스는 지난해 '브랜드 납치'(Brand Hijack)라는 개념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기업들은 스스로 고객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출시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장에는 유사 상표가 많다. 고객들이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고 경험한 후에 최종 결정하는 형태를 '브랜드 납치' 됐다고 표현하면서, 기업이 제품 판매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의 판단으로 상품을 '채간다'는 뜻이다.

2005년 <포천>이 신경광고학과 뉴로마케팅을 10대 기술 트렌드로 선정하기도 했듯이, 이제 미국의 대기업들은 뉴로마케팅적인 접근을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보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맞물려 광고를 쏟아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건 아니다. 광고에 대한 평가는 이제 좀더 섬세해야 한다. 다시 말해 광고를 보고 제품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는지, 그리고 광고가 구매욕구를 상승시켰는지 확인하면서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출 그 자체로만 광고를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뇌 활동까지 측정하면서 광고를 만드는 신경광고학은 한편에선 인간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행동을 조작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미국의 광고 감시 소비자 모임은 미국 의회와 미국심리학회에 뉴로마케팅 업체를 제재하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의 뇌를 제대로 이해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잠재적 고객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식으로' 뉴로마케팅이 잘 활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