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재경 Headshot

나눔을 검증하는 청문회

게시됨: 업데이트됨:
MAGNIFYING MONEY
HAKINMHAN via Getty Images
인쇄

새 정부 들어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 계획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국회에서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들이 재산문제로 번번이 홍역을 겪었습니다. 이제는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일찌감치 재산에 관해서는 욕심을 버리든가 아니면 지금과는 달리 수완을 발휘해서 뒤탈 없이 재산을 관리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후보의 능력을 검증하는 작업입니다. 혹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범죄나 과도한 투기로 재산을 형성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청문회의 제일 중요한 기능은 그가 그 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질문자가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청문회의 두 번째 기능인 도덕성과 관련하여 재산 상태를 묻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러나 재산에 관해서도 어떻게 벌어서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많이, 나누고 베풀며 살아 왔는지를 검증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산이 많다고 모두 악인이 아니듯이 재산이 적다고 해서 모두 선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재산가 중에는 남다른 부지런함과 노력으로 돈을 번 사람도 있고 더러는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이 뒤따라서 부자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은 사회정의와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위공직에 나서는 사람들이 자기 소유에서 얼마를 나누며 봉사하고 살아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미래의 한국사회를 위해 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부자가 존경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나누는 일에 인색하기 때문이며 고위 공직자들도 이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에 전 재산을 바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못 배우고 어렵게 살아온 서민들이지 부자나 고위 공직자 출신이 아닙니다. 혹간 가다가 대기업 총수가 학교에 건물을 지어서 기증했다고 발표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경우도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기증한 게 아니라 회사에 비용을 떠넘기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금에서 회장이 생색을 내고 기증한 꼴이 됩니다.

대통령을 지내고 나면 죽을 때까지 밥걱정은 면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퇴임하는 날 자기의 전 재산을 어려운 국민을 위해 쾌척하는 멋진 대통령을 국민들은 기다린 지 오래 되었습니다. 국무위원을 지낸 사람들이 시신을 기증하는 모범을 보인다면 이기적이라고 비판받는 젊은 의과 대학생들의 모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면 그들이 강조하는 애국애족은 부도수표로 치부되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의 개혁은 제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