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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금액만큼 중요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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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해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

우리나라 노동자 가운데 한 달에 2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47.4%다. 2014년 기준으로 미혼 단신 근로자의 월평균 생계비가 155만 원 수준인데, 실질임금으로 따지면 겨우 입에 풀 칠 하고 살 정도 버는 사람이 두 명 중 한 명꼴이란 얘기다. 그나마 10명 중 1명은 최저임금마저도 못 받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활동이 5월부터 시작된다. 4.13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공약을 내놓았던 민생 의제인 만큼, 이번 협상에도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 '금액이 얼마냐'일 것이다. 그러나 인상폭과는 별도로,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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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87년 출범 이래 협상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이어오고 있다. 운영규칙 제25조에 따라, 회의록은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책자를 만들어 공개한다. 매번 협상이 '밀실 합의'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순서를 개괄하자면 이렇다. 5월 1일 노동절을 즈음해 노동계가 목표치를 먼저 발표하며 여론전에 나선다. 5월부터 연구 자료 심사와 현장 실태 조사 등을 진행한 뒤, 6월부터 본격 협상이 진행된다. 합의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6월 말이다. 그러나 사용자 측 인상안은 대체로 6월 중순이 지나서야 제시되고, 겨우 몇 차례 줄다리기 끝에 기한에 쫓겨 졸속으로 결정되기 일쑤다. 그마저도 과정은 비공개다.

최저임금을 정부나 의회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노와 사의 대표 위원과 정부 추천 인사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적 갈등을 관리함으로써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다. 따라서 위원회의 협의는 거대한 공적 의견의 토론장으로서 국민적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과정이 되도록 공개되어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 장기 목표를 함께 제시하자.

최저임금 협상은 서로 가진 패를 숨기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박판의 한판 승부가 아니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가능성이다. 가계에서도 며칠에 얼마의 수입이 들어올지, 이번 달에는 고정 지출이 어느 정도 될지 염두에 두고 살림살이를 계획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기업 경영에서는 두말해 무엇할까.

노동집약형 중소 제조기업과 청년·여성의 저임금 노동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서비스업의 경우, 인건비 지출이 사업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은 선명한 대 여론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를 당장 실현가능한 절대선으로 이해한 시민들은 6030원이라는 합의 결과에 크게 낙담했고, 당장 반 년 후부터 2배 인상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범법자가 될 처지의 영세자영업자는 마음을 졸이며 협상을 지켜본 것도 사실이다.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과감히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더불어, 장기적 인상 목표를 제시하고 그 일정에 맞춰 경영자가 안정적으로 인건비 예산 확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함께 살 길을 열어주는 일 또한 필요하다.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최저임금 목표 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노동자 측에는 희망을, 사용자 측에는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셋째, 최저임금 당사자의 대표성을 더욱 강화하자.

최저임금은 여성임금이자 비정규직임금, 소수자임금, 미조직노동자임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양대 노총이 추천하는 노동자위원은 대부분 대규모 산별 노조의 대표자들이었다. 사용자위원에서도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직접 당사자인 소상공인단체가 빠져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청년과 비정규직 대표가 근로자위원에 포함됐고, 올해는 여성노동자 대표도 새롭게 위원으로 진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상공인연합회측 대표자도 사용자위원에 위촉됐다.

그러나 여전히 당사자이면서도 최저임금 논의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노동자가 존재한다. 경제계와 정부·여당에서는 외국인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을 계속 해오고 있다. 장애인은 최저임금 대상도 아니다. 현행법상 고용주가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70% 이상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계급임금, 신분임금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에 대한 보편임금이다. 일을 하기만 하면 최소한 이 금액 이상은 반드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임금 안전그물이다. 최저임금을 차별임금으로 변질시키려 하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