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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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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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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여기저기서 질문을 받았다. 보도 자료를 자세히 보기 전에는 내심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과거에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신산업 관련하여 거창한 비전이나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기존 계획을 재편집해서 과장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이번 발표에 마치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자하는 듯한 모호한 표현과 부풀려진 대목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및 전력 정책 상 새로운 변화와 진전이 뚜렷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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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섬' 죽도 (사진출처: 충청남도)


먼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이다. 산업부는 2020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하여 원전 13기에 해당하는 13GW 용량의 발전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인센티브 정책과 공기업을 통해 30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의 2020년 보급 용량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40% 이상 증가하게 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총 발전용량이 10.7GW이다. 2013년 신·재생에너지 신규 용량이 1.94GW를 증가하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지만 이것은 기존 화력발전소에 수입 목재펠릿을 혼소하거나 부생가스를 연소하여 발전한 양을 바이오와 폐기물의 신규 용량으로 간주한 것이 1.2GW나 차지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었다. 2015년 태양광이 1GW, 풍력이 0.2GW 늘어난 것이 각각 역대 최고치였다.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 위주로 설비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연평균 3GW 내외의 설비 용량 확대는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대규모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강화하고 해상풍력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접속을 개선하고자 한다. 또, 태양광 전력을 기업 소비자에게 직판할 수 있는 방안도 허용하여 태양광 시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입장과 태도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윤상직 장관이 재직했던 2015년까지 산업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4차 신·재생에너지계획 상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국내 여건에 비해 너무 높아서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환경단체와 국회의 압력, 세계 각국의 동향을 고려해서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차 에너지의 11%, 발전량의 13.4%로 높이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목표 달성에는 회의적이었다. 오히려 2014년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하향 조정한 적도 있다. 또, 산업부는 화력발전사들이 수입 목재펠릿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묵인하고 타 부처와 대다수 전문가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세계 최초로 화력발전 온배수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무리수를 감행하여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기업 소비자와 장기구매계약을 맺어서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한 조치는 현재의 전력 시장 여건에서는 혁명적인 것이다. 미국 100대 기업 중 60%, 500대 기업 중 43%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소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파리총회에서 두드러진 풍경 중 하나가 다양한 기업모임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약속하는 것이었고, 그중 RE100은 멀지 않은 미래에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기업들의 네트워크로 현재 68개의 회원사가 있다. 이케아, 스위스재보험, BMW,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구글, H&M, 휴렛팩커드, ING,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나이키, 스타벅스 등 누구나 알만한 세계 일류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자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렇게 자발적 기후행동 차원에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길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힌 상태였다. 한전만이 유일하게 용도별 요금제에 따라 전력을 판매하는 시장 구조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판하거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이버나 다음이 비용이 더 들겠지만 구글처럼 IDC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태양광 발전사와 구매계약을 맺어서 태양광 전기를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을 전력판매 시장의 개방을 위한 꼼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촉진하고 신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직판 허용은 기존의 전력판매시장을 쪼개어 민간 기업에 넘기는 민영화와는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오히려 이런 재생에너지 기반의 신흥 전력시장을 허용하는 것은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체제를 보완하여 전력시장의 유연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발표는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내용은 재생에너지 여건 개선과 보급 확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MW 이하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계통접속을 무제한 보장한다던가, 전기요금 상계가 가능한 태양광 설비의 용량을 1MW로 확대하는 것은 한전에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를 위해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당장에 계통접속이 어려워 추진이 가로막힌 588MW의 중소 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력망에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인프라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관련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신·재생에너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가스시장 민간참여 확대방안, LPG 및 석유시장 진입규제 완화, LNG 용량요금 개선 같은 에너지산업의 민감한 이슈를 시장개방이라는 제목 하에 같이 끼어 넣은 것은 어색해 보인다. 관련 분야의 논의를 거쳐 별도로 세밀하게 다루었어야 했다.

진일보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물론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도 OECD 회원국 최하위 수준이다. 발표 내용에는 이런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자체를 상향 조정한다거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기존 RPS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또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산업부가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력 직판 허용 계획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제도적 기반 강화 및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