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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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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의 아들, 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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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던 그가 맨손으로 트랙터 회사를 찾아가 후원을 받아낸 사연. 트랙터로 전국일주와 세계일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무모함'이 아닌 '명분' 덕분이라는데! 모든 여행엔 '명분'이 필요하다는 political-traveler 강기태!

그가 세계일주 여행가들과 함께 설립한 '여행대학'
늘 여행을 꿈꾸지만, 늘 고민하다 끝나는 이들에게 '뽐뿌질'을 해주는 곳
열심히 갈등만 한 당신, 이제는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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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터 여행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나는 경남 하동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쌀농사를 지으시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원하셨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교원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녀보니 교사가 되는 것은 내가 갈 길이 아니더라. 그럼 20대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해봤다. 그때까지 경남 하동 촌놈으로 살다보니 세상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20대에는 세상을 여행하는 여행가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그때부터 그 누구보다도 창의적이고 특별한 여행을 꿈꿨다. 선배 여행가들이 자전거, 도보 여행들을 도전했으니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농부의 아들이니 농부의 상징인 트랙터로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왜 하필 트랙터였나? 경운기가 구하기 더 쉽지 않나?
= 사실 경운기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운기는 시속이 최대 10km로 너무 느리다. 반면에 트랙터는 최대 30km까지 달릴 수 있다. 또한 경운기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좌회전하기가 너무 힘들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려면 언젠가는 시내 도로로 진입하게 되어 있는데 시속 10km로 좌회전하려면 다른 차들에게 너무 피해를 주게 된다. 그래서 결국 트랙터를 선택했다.

- 트랙터는 아버님에게 빌린 것인가? 트랙터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아버님을 찾아가 트랙터 여행을 떠나야 하니 트랙터를 빌려달라고 말씀드렸다. 아버님은 내가 트랙터를 갖고 가면 당신은 농사를 뭐로 짓냐며 단번에 거절하셨다. 그래서 내가 트랙터로 산티아고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를 PPT 13장짜리로 만들어서 국내 트랙터 1위 업체를 무작정 찾아갔다. 안내 데스크에 계신 아저씨에게 내가 찾아 간 이유를 설명을 드리고 30분간 실랑이를 벌였더니 홍보부서 직원 한 명을 불러주시더라. 내 설명을 들은 직원은 2주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국회로 찾아갔다. 하동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가 그 업체에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바로 전화를 해줬고 또 바로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 되는 이유는 첫 째, 트랙터를 산티아고로 운반하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고장이 나면 수리할 방법이 없고, 세 번째 기름을 중간 중간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했나?
= 일단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군대를 가야해서 입대했다.(웃음) 군대에서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하고 다듬어서 제대를 앞두고 다시 트랙터 업체의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여행계획서와 편지를 써서 우리나라 트랙터 업체 4곳의 회장 이하 실무진 10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딱 2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중 한 분이 우리나라 3위 트랙터 업체의 이사님이었다. 이사님이 업체에 와서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를 주셨고 열심히 준비해서 업체를 찾아갔다.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자 한 직원이 트랙터가 고장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 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언제든지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겠다'고 답변을 하겠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나는 질문을 한 그 직원에게 '농민들도 트랙터를 사용하면 언젠가는 한 번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이 여행 중 고장이 나면 이 업체는 언제든지 한 시간 안에 달려와서 고쳐줄 수 있다는 AS체계를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 결과로 AS가 오기 전까지의 응급처치 기술을 배우기로 하고 결국 트랙터 후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 직함이 '여행대학 총장'이다. 총장이란 이름은 스스로 붙인 건가?
= 그렇다. 여행대학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학이면 총장이란 타이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명칭이다. 하지만 교육부 인가 총장은 아니니 쉽게 편하게 친구로서 대하면 될 것 같다.

- 여행대학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사회적 기업으로 보면 되나?
= 사회적 기업은 아니고 주식회사다. 13명의 여행가들이 함께 여행에 대한 A to Z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각자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준다는 생각이었다. 다들 돈은 없었지만 우리의 재능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여행대학 강연자가 57명까지 늘어났다.

- 여행대학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
= 60~70%가 직장인들이다. 직장인들은 1년에 길어봐야 2주 정도의 휴가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여행대학에 오면 이런 분들을 위한 주말 1박 2일 여행 프로그램이 많다. 그리고 평상시에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실행에 못 옮기는 소극적인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하고 계획을 함께 짜주기도 하고 유명한 여행가들과의 친분도 쌓을 수 있다. '여행가서 사진 잘 찍는 법' 같은 것도 배울 수 있다.

- 여행을 꿈 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인생은 불행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요소를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만끽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가슴 속에 자신만의 여행 로망을 갖고 있을 것다. 그 여행 로망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고 그 길에 여행대학이 함께 하겠다.

강기태 팟캐스트 전체 듣기
# 청년 is 뭔들 1-1 Poli-traverler 강기태의 트랙터 세계일주 이야기
# 청년 is 뭔들 1-2 '여행, 넘나 좋은 것' 늘 고민만 하다 끝나는 이들을 뽐뿌질 할 여행이야기!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