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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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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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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을 쓰려고 딸들의 친구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를 아세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응은 "그게 뭐예요?"였다.

2012년 유엔 결의안 1325를 대선정책에 포함시키는 논의단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한 분이 아이디어를 냈다. "대선후보 토론할 때 박근혜 후보에게 1325에 대한 대응방안을 물으면 그게 뭔지 몰라 당황하지 않을까요?" 1325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참가자들은 열심히 질문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선 토론의 질문 문항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박근혜 후보뿐만 아니라 시청자 거의 모두에게 생소한 이슈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1325라는 숫자로 불리는 것도 생소하고 국제연합(유엔) 결의안의 의미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영역도 군사, 분쟁 등과 관련되어 일상적 이슈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인지 이번 대선 후보 공약에도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325는 낯설어 멀리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여성과 평화안보'에 관한 결의(1325호)를 만장일치로 하였다. 분쟁 상황에서 성폭력 등의 젠더폭력으로부터의 여성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분쟁 예방, 평화 유지나 정착을 위한 조직, 정책, 교육에 여성의 주도적 참여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결의안이다. 기존 군사외교를 담당하던 주류의 남성은 평화를 군사적 힘의 균형으로만 이해하고 시민, 민간사회의 이익을 우선하는 인간안보의 관점이 결여되기 쉽다고 평가했다. 또한 비폭력적 갈등해결 관점이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성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결의안의 배경에는 분쟁 지역에서 엄청나게 발생하는 성폭력이 있었다. 특히 1990년대에는 국제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르완다에서 종족간 살육전쟁과 함께 수십만의 여성이 강간 혹은 성고문을 당했다. 보스니아전쟁에서 세르비아군은 인종개조를 명목으로 강간캠프를 만들었고, 이때 6만여명의 여성이 피해자가 되고, 많은 아이들도 태어났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새롭게 던져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또한 충격적인 것이었다.

유엔은 각 나라에 국가행동계획을 요구했고 2016년 기준 63개국이 액션플랜(행동계획)을 세워 유엔에 보고를 한 상태이다. 2012년 한국 국회에서도 1325 관련 국가행동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14년 정부에서 국가행동계획을 짰고 유엔에 보고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 번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관련 부처 회의가 열려 국가행동계획의 진행사항을 점검하였다.

나는 시민사회 전문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을 했다. 평가를 하자면 박 정권의 특성 때문인지 흉내만 내는 수준이었다. 전문 예산도 실행에 대한 모니터링도 설계되어 있지 않았다. 위안부 관련 용납할 수 없는 한일협정을 맺고서 모든 부처가 위안부 활동만 1325 관련 주요활동으로 보고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나태함이 허락될 수 있는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가장 들리지 않는 영역이 남북관계나 분쟁 관련 소관 부처인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이다. 2000년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각종 회의 단위에 여성은 거의 없었다. 현재도 그렇다. 관련 부처 장차관에 여성은 없고 고위급의 여성 비율도 3~4%선이다. 관련 연구기관의 여성 비율도 아주 낮다. 2017년 기준 국회의 국방위원회(17명)와 외교통일위원회(22명)에 여성 위원은 각 한 명씩이다.

1325는 이런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근거규정이다. 한 예로 남성만의 조직과 이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국방부도 '분쟁 예방, 평화활동 및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하고, 평화, 안보 분야 의사결정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 및 양성평등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게 만드는 게 1325이다. 또한 1325는 여성시민단체의 참여를 기본으로 요구하고 있어 징병제나 국방정책에 민간 여성의 관점이 반영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제 1325 국가행동계획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재설계하고, 점검·감시를 위한 모니터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이 실천이 잘 되려면 시민들이 1325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이 1325를 일상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가장 변화하기 힘든 영역인 국방, 통일, 외교의 남성중심성과 특유의 폐쇄성도 무너져 새로운 '인간안보'의 관점이 설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