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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어떤것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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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디자인기업으로 독립하기 위해 준비할 것들①]

1인 기업 이나 퇴사 관련 책을 보다보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회사에서 단순히 돈을 벌기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말은 쉽다.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1인 디자인 기업으로 독립하려면 어떤 분야의 디자인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데 이때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한 결정을 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과 잘하는 디자인, 둘중에 어떤걸 해야할까?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먼저다.

디자인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같은 시각디자이너라도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따라 전문 분야가 나뉜다. 어떤 디자이너는 지면광고만 디자인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패키지만 디자인한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디자이너라면 다 똑같은 디자이너 아닌가?' 싶겠지만 말이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디자이너들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디자인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디자인에 흥미를 느껴 개인작업을 진행하는 케이스가 있다. 나도 직업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었지만 워낙에 여러 방면에 흥미를 느끼는 체질상 이것저것 많이도 손대봤다. 개인 홈페이지도 회사 홈페이지 못지 않게 만들어보기도 했고, 캠코더를 대여해서 다큐멘터리도 찍어봤다. 역시 취미로 하는건 다 재밌다.

내가 잘 하는 디자인으로 독립하는게 맞을까, 흥미가 있고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독립하는게 맞을까?

어렵게 생각할것이 없다. 생업으로써의 디자인이다. 돈이 되는걸 먼저 해야한다.

1인 디자인 기업이나 프리랜서로 독립을 하면 일단 월급이 끊긴다. 당장 내일 점심값도 없는데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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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수익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가보자.

좋아하는 디자인과 잘하는 디자인이 같은 디자이너라면 굳이 고민할 필요 없겠지만, 상당수의 독립 희망자들이 독립해서는 다른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당장 돈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 했던 일들이 너무 싫어서 쳐다도 보기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도 독립하기 전에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전업에 대한 고민을 했다. 마지막 직장에서의 분야가 프레젠테이션 디자이너였는데, 디자인만 하는게 아니라 기획과 딜리버리까지 고민해야하는 점이 너무 피곤해서 다른 분야로 전업을 해볼까 한참 고민했었다. 특히 일의 특성상 중견기업 이상의 큰 기업이나, 관공서와 거래가 많았는데 독립을 하고나서 개인신분으로 그런 큰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한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소상공인이나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광고회사에서 독립한 선배도 기업상대가 아닌 개인고객을 상대로 하는 비디오제작업으로 전업해 잘 운영하는 것을 보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회사에서 경험해보지 않았던 시장은 진입 자체가 어려웠고, 포트폴리오도 없었으니 소개를 받아도 일이 메이드가 되지 않았다.

관점을 바꿔보자. 지금 당장 수익을 만들 수 있다라면 그 분야에 있어 프로페셔널인 것이다. 수익을 만들수 있는 시장을 보험이라고 생각하자. 그 보험같은 시장이 있음으로써 다른 분야(좋아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잘 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환승하는 타이밍

1인 디자인 기업에 있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하는 말로 영원한 시장은 없다고 한다. 시장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또다른 시장이 흥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자원이 무한정 생산되지 않으니 적당한 타이밍에 멀티를 꾸림으로써 자원을 계속 생산하는것처럼 말이다. 내가 잘 하는 디자인으로 돈을 계속 벌고 있으면서 좋아하는 디자인을 조금씩 늘려가며 시장을 확장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좋아하는 디자인이 비슷한 분야일 경우가 쉽게 확장(혹은 환승)이 가능한데 가령 내가 편집디자이너라면, 기존에 하고 있던 매거진이나 북디자인 등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브로슈어나 리플릿 등 광고디자인의 영역으로 늘려나갈 수도 있고, 프레젠테이션이나 제안서 등 기획서 편집쪽으로 늘려나갈 수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베이스가 될 만한 스킬을 갖고 있으면 비슷하지만 다른 영역의 디자인을 늘려가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디자인이 전혀 다른 분야라면 어떨까?

내가 대학다닐때의 꿈은 외식업체의 디자이너였다. 음식을 맛있게 보여주는 합성 테크닉(시즐링)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특히 버거킹이나 KFC의 광고, 포스터 등이 너무 좋아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본 적이 있었다. 난 외식업 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있는 대학생인데, 귀사의 광고와 제품들을 너무 좋아한다. 그 회사에 디자이너 채용계획이 있는지 알고싶다. 라고. 답변은 자체디자이너는 없고 광고업체 외주를 통해 제작하고 있다 라고 왔다. 그래서 첫 직장을 선택할때 광고디자인회사를 선택했다. 버거킹을 담당하던 광고회사는 아니었지만, 혹시나 이직을 할 수 있다면 경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1인 디자인 기업으로 독립하며 선택한 직종은 마지막 회사생활때 했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었다. 당장에 수익이 되는 분야를 선택한 것이고, 좋아하는 일이었던 외식디자인으로는 프로페셔널하게 일해본 적이 없으니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도 필드에 뛰어들 자신이 없었다.

이전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7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와이프가 메인으로 운영중이긴 하지만, 시작했을 때는 나도 커피 만드는 재미에 빠져서 꽤나 열심히 했다. 그런데 카페에도 디자인이 많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라 개인카페였기 때문에,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브랜드 디자인, 각종 포스터, POP, 명함에 쿠폰까지. 무엇하나 그냥 나오는것이 없었다. 디자인 안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카페였는데, 디자이너로 일할 때보다 더 많고 다양한 디자인을 쳐내고 있다. 1인 디자인 기업을 운영하며 진행했던 디자인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관공서에 납품되는 프레젠테이션이나 홍보영상, 브로슈어 등이 었는데 카페를 시작하고 나서는 브랜드 홍보에 필요한 여러 디자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대학때부터 꿈꿔왔던 외식 디자인을 드디어 하게 된 것이다. 메뉴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재단해 액자틀을 만들기도 하고, 내가 만든 음료와 브런치로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푸드스타일링까지 연구했다. 클라이언트에게 돈을 받고 디자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꿈꿔왔던 외식 디자인을 내 나름의 방법으로 하나 둘씩 해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2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며 만들어낸 디자인들을 토대로 다른 브랜드의 브랜드디자인을 수주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프레젠테이션, 홍보영상 등과 함께 현재 내 포트폴리오의 당당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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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빵과 주스를 파는 브레드업주스 브랜드 디자인

나는 내가 좋아하던 일이 아닌 돈이 되는 일을 먼저 시작했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던 일과 돈이 되는 일 모두를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독립의 가장 큰 장점인것 같다. 1인 디자인 기업은 경제적인 면만 빼면 아주 자유롭다. 내가 원하는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고, 사업분야를 늘려 나가거나 없애는 것도 오로지 내 선택에 달려있다. 물론 경제적인 면과 시장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반 기업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꼭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해야 행복한 것일까?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것, 매력적이지 않은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