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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법'이 가혹하다는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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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대법원 판결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화면갈무리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노했습니다. 5월 1일 박 시장은 트위터에 '대법원의 논리가 가당한가? 50만 원의 상품권을 받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사법정의는 어디로 갔는가?'라며 '1000원 받아도 처벌 '박원순법'..대법 "너무 가혹"이라는 뉴스를 링크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사법 정의'를 운운한 이유는 서울시가 해임한 비리 공무원의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며 대법원이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송파구 A 국장은 2015년 2월 건설업체 임직원으로부터 저녁 식사와 함께 5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습니다. 2015년 5월에는 다른 업체 직원으로부터 12만 원 상당의 놀이공원 이용권도 받았습니다.

서울시는 '박원순법'을 적용해 A 국장을 해임했습니다. 그러나 A 국장은 불복해 소청을 제기했고, 소청 심사위는 '강등'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습니다. A 국장은 이마저도 가혹하다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나친 징계'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A 국장은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무원 가족 재산까지도 추적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번 대법원 판결이 주목을 받는 까닭은 박원순 시장이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비리 처벌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김영란법'보다 더 강력한 '서울시 공직자 행동강령' 일명 '박원순법'을 시행했습니다.

'김영란법'이 100만 원 미만의 금품 수수를 처벌하는 법이라면 '박원순법'은 단돈 천 원만 받아도 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가 적용됩니다. 한 마디로 공무원이 천 원짜리 한 장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바로 징계를 받는 무시무시한 처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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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는 박원순법이 연장된 시스템이 또 있습니다. '이해충돌 심사'입니다.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고위공직자의 보유재산과 직무와의 관련성을 따져보기 위해 3급 이상 시 간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쉽게 얘기해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보유재산이 서울시 공무원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비공개 개발 정보 담당 공무원이 개발 지역 건설 회사의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면 이 재산이 어떻게 취득했는지를 조사합니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공무원 직무관련 재산 추적 내용'
① 보유재산 : 부동산(토지, 건물, 임대차)에 대해 취득경위, 취득일, 거래금액, 각종 권리관계(저당권, 전세권, 지상권 등), 공유 여부, 지목, 용도지역‧지구, 개발여건 등을 확인한다.
○ 증권에 대해서는 주식발행 기업의 공시개요(업종, 소재지, 사업내용, 주주‧계열사 현황), 대량거래, 특정주식 집중투자(가족분산 포함), 주식운용수익 증감여부 등을, 출자지분과 출연재산에 대해서는 법인정관, 보유직위, 출연금액 등 제반사항을 확인한다.
② 담당직무 : 보유재산과 관련해 정책결정‧집행, 인허가, 예산편성‧집행, 공사‧물품계약, 기타 혜택제공을 위한 결재‧참여가 있었는지 여부와 실‧본부‧국 소관 위원회 참여 및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을 확인한다.
③ 직무관련성 종합판단 : 본인이 수행하는 직무가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보유재산과 관련돼 직접 또는 관련 기관, 단체, 대표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인지 판단한다.

현재 이 제도는 서울시 고위 공무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상간부 49명 전원 참여)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한 비리를 통한 재산 취득이나 뇌물 수수 등을 차단하는 제도는 공무원에게는 가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비리를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입니다.

'박원순법 시행 이후, 공무원 비리 39%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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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시 공무원 비위(금품수수‧음주운전‧성범죄‧복무위반‧폭행)가 39%가량 감소했습니다. 공무원의 비위 발생건수는 박원순법 시행 2년 전에는 75건, 시행 1년 전에는 71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행 1년 후에는 43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공무원이 부득이하게 금품을 받았다고 자진 신고하는 '클린신고센터' 접수도 51%(82건→124건) 증가했습니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원스트라이크아웃제'가 적용돼 중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금품 수수를 신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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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직접 공무원 비리를 접수하는 원순씨 핫라인의 신고건수 ⓒ서울시

서울시는 직접적인 공무원 비리를 조사하는 일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쉽고 편리하게 공직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원순씨 핫라인'을 2014년 9월 30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원순씨 핫라인'을 통한 공직자 비리신고는 72건에서 323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신설된 '갑의 부당행위' 신고는 0건에서 237건으로, '공익신고'는 38건에서 167건이나 됐습니다. '퇴직공무원의 특혜'도 8건이나 됐고, '부정청탁' 신고도 5건이나 됐습니다. (2015년 9월 30일 기준)

서울시는 접수된 740건 중 비리가 의심되는 503건은 발생 경위에 대한 실사 조사를 했고,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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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1,62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11~13) 결과 89%가 "박원순법 시행으로 서울시 공직사회 긴장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93%가 "박원순법이 공직사회 청렴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9.11~14)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51.2%)이 '박원순법을 통한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가청렴도 100점 만점에 56점'

박원순법 시행 이후 서울시 인사위원회가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한 공무원은 총 3명이었습니다. 이 중 2명은 해임, 1명은 강등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건설업체 임직원에게 저녁 식사와 50만 원 상품권, 12만 원 상당의 놀이동산 이용권을 받은 A 국장은 해임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로 복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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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임직원에게 저녁 식사와 50만 원 상품권, 12만 원 상당의 놀이동산 이용권을 받은 자치구 국장급 공무원.
위생점검 적발 사항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현금 15만 원을 받은 자치구 7급 공무원.
골프 접대를 받은 자치구 국장급 공무원.

이들을 보고 가혹하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처럼 인간적인 정이나 관대함을 주장하기에는 대한민국의 부정부패가 너무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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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집계 결과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았습니다. 168개 조사대상국 중 37위를 차지했습니다. 2014년 43위보다 올랐지만, 이는 조사대상국이 175개국에서 168개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OECD 가입 34개국 한국은 27위입니다. 체코공화국과 같은 순위입니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헝가리, 터키,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했습니다. 해외에서 본다면 한국은 부패로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한 국가처럼 취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적으로 안타깝다고 봐주고, 금액이 적다고 징계를 낮춰주고,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돈을 줬기 때문에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기 때문에 각종 비리로 국가가 엉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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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 500년 동안 청백리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21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조정에 청백리의 자손을 등용하라는 명은 있으나, 오직 뇌물을 쓰는 자들이 벼슬을 하고 청백리 자손들은 모두 초야에서 굶주려 죽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페이스북에 '공직사회에서 금품과 향응은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근절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직을 보장 받는 공직자는 공평무사해야 하고 청렴결백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천 원이라는 돈도 아이엠피터는 후하다고 봅니다. 단돈 백 원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으면 아예 영구적으로 해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의 비리를 막아내고 있다면 대법원은 부정부패에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이면 단돈 백 원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요?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