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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더는 소길댁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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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 이효리 씨가 소길리를 떠났습니다. '소길댁'이라는 애칭을 더는 부를 수 없게 됐습니다. 이효리 씨는 왜 소길리를 떠났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조용한 삶을 원해 택했던 소길리에서는 더는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소길리 이효리 씨 집에 가주세요'하면 데려다 줄 정도로 명소가 됐던 이효리 씨의 자택은 늘 관광객들로 붐비었습니다. 오죽하면 이효리씨가 블로그에 "친애하는 제주도 관광객 여러분 죄송하지만, 저희 집은 관광코스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썼을까요.

'연예인이라도 너무 가혹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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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씨의 블로그. 예전에는 제주의 삶을 사진과 함께 올렸지만, 이제는 블로그의 글을 모두 비공개로 했다. ⓒ이효리블로그화면갈무리

이효리 씨는 현재 소길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을 피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갔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했던 블로그도 글도 모두 비공개로 돌려놓은 상태입니다. '사진을 많이 올릴테니 서운해 마세요'라고 했던 말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감추는 연예인으로 다시 돌아간 셈입니다.

아마 이효리 씨도 이런 삶을 예상치 못했을 것입니다. 남편, 반려견과 함께 조용히 제주에서 자연을 즐기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기 원했고 처음에는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유명인이 제주에 있다는 이유로 관광 명소(?)가 되고 주변 땅값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면서 견디기 힘들었고 결국 소길리를 떠났습니다.

연예인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녀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이고 서울 시내에 집이 있어 팬들이 왔다면 이해가 됐겠죠. 그러나 제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늘어난 방문객은 도저히 개인의 삶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가 됐습니다. 관광객들이 오며 가며 들리는 구경거리가 됐다는 점은 아무리 그녀가 연예인이라고 해도 감당해야 할 몫으로는 너무 가혹했습니다.

'관광객 천만 시대에 맞춰 훼손되는 제주'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천3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연휴나 주말이면 제주 전역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렌터카와 관광버스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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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던 녹산로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교통 체증과 함께 훼손되고 있다. ⓒ제주블로거파르르

4월이면 아름다운 유채꽃이 피어 있는 녹산로는 몇 년 전부터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제 유채꽃이 아름답게 피는 녹산로는 렌터카와 관광객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제주 블로거 파르르는 '짓밟히고 버려지고, 인기 명소 녹산로에 가보니'라는 글을 통해 훼손되고 있는 제주 자연을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도로 양옆에 유채꽃을 짓밟고 주차하는 차량이나 사진을 찍기 위해 꺾이고 쓰러지는 유채꽃도 많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산로에는 정석항공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차장이 꽤 넓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기에 주차를 하지 않고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대로 차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뒤에 오는 차들과 엉켜 교통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녹산로에 오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인구 천 명의 우도, 방문객은 하루 8천 명'

비단 녹산로뿐만 아닙니다. 제주 전역의 오름이나 해안가를 가보면 쓰레기와 오물 등으로 곳곳이 난리가 나고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인구 1,700여 명이 사는 우도는 주말 방문객은 8천 명이나 됩니다. 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상당량이 관광객들이 버리거나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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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주민들이 해안가에 있는 쓰레기를 줍고 있다. ⓒ우도면사무소

우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성수기에만 하루 5~6톤입니다. 우도 내 소각장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은 1.23톤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재활용을 분리 배출한다고 해도 배를 이용해 다시 제주도로 싣고 와야 하는데, 날씨가 나쁘면 이마저도 힘듭니다.

소각도 못 하고, 제주로 옮기지도 못하는 쓰레기는 결국 매립을 해야 합니다. 2026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매립장은 조만간 포화상태가 됩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관광객을 오라고 하는 만큼 준비도 제대로 했어야 합니다. 관광객이나 제주도가 무책임해질수록 아름다운 우도가 쓰레기로 뒤덮이는 시간은 더 빨라질 듯합니다.

'땅값 상승률 1위, 쓰레기 배출량 1위, 교통량 증가 1위 제주'

제주를 가리켜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아 '삼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삼다가 아닌 '삼고'로 바뀌고 있습니다. 땅값 상승률 1위, 쓰레기 배출량 1위, 교통량 증가 1위가 제주입니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많아져서 이 모든 요인이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요?

제주도의 기본 정책은 개발과 관광에만 치우쳐 있습니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증가해도 충분한 대책이 세워져 있다면 이 정도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늘 관광객만 많이 오면 된다. 외부 자본이 유입돼 개발만 되면 잘살 수 있다는 수준으로만 생각하고 행정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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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발표한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계획' ⓒ제주특별자치도

'양적 성장 관광'이 아닌 '질적 성장 관광' 대책을 지금에서야 내놓는 원희룡 도정에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제주가 내놓은 질적 성장 관광 대책이라는 것도 그저 행정 편의적이거나 원론적인 수준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천만이 넘는 시대가 되고, 인구가 65만 명이 넘었다면 서로가 연결된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제주는 관광 따로, 도민의 삶 따로 생각합니다. 관광객이 없으면 타격을 받는 제주도라면 자연과 도민의 삶을 훼손하지 않고 관광객과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러나 늘 단기적인 정책, 미래가 없는 죽은 정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원희룡 도정이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개발과 성장에 치우친 정책만 펼친다면 그 누가 됐듯 제주에서의 삶이 과연 행복한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