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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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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때문에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났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당정 TF팀을 구성해 전기요금을 전면 개편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지만, 그러나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전기요금 항목이 있습니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 체계가 합리적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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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는 요금에 따라 3.7%의 전력기금이 추가된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구 요금이 얼마인지만 봅니다. 그러나 청구 내역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전력기금'입니다.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입니다. 준조세에 해당합니다.

전기요금의 3.7%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진제 등으로 전기요금이 늘어나면 전력기금 부담액도 증가합니다.

만약 4만원의 전기요금을 냈던 가정이 누진제로 12만원을 낸다면 전력기금도 1천480원에서 4천440원으로 2천960원을 더 납부해야 합니다. 누진제 요금에 누진 전력기금까지 되는 셈입니다.

'과도한 전력기금 징수, 사용은 흥청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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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전력기금 중기 운용 전망

국민들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력기금'이라는 항목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2015년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수입을 보면 2조 1,440억원이 징수됐습니다. 사업비 지출은 1조9106억원으로 2천394억원이 남았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전력기금 수납액은 전기요금 인상과 전기사용량의 증가로 2013년 1조 8,275억원에서 2015년 2조 1,440억원으로 지난 3년간 2천865억원이나 증가했습니다.

준조세로 징수한 전력기금이 제대로 사용되어질까요? 아닙니다. 박완주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09년 1천7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 350억원을 까먹는 등 혈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연구개발비(R&D)가 무상 지원되고, 대기업인 민간발전사 민원처리비용으로 1000억원씩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박완주 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전력기금은 사업비 대비 여유 자금율이 무려 73%에 달하며, 이는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율 10∼15%(1684억∼2527억원)와 비교해 4.9∼7.3배나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력기금 1%P만 낮춰도 국민부담 5천억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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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기준 전력기금 요율을 1%P 만 낮춰도 국민부담은 5,652억이 줄어든다.

과도하게 징수되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전력기금, 조금만 줄이면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먼저 0.5%P를 내려 3.2%로 조정하면 국민부담은 1조8,086억원으로 2,826억원이 경감됩니다.

1%P를 내려 2.7%가 되면 국민부담은 1조5,260억원으로 5,652억원이 줄어듭니다. 1.7P%를 내려 2.0%로 조정하면 국민부담은 1조1,304억원으로 경감액만 8,888억원이나 됩니다.

지난 8월 11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420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마치 정부가 큰 특혜를 보이는 듯하지만, 전력기금 1%P만 낮춰도 국민 부담은 5,652억이 줄어듭니다.

'낮은 전기요금이 정전 사태의 원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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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당정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뭔가 대단한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태스크포스 공동위원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2011년에 열린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전기요금의 인상 수준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돈 반면, 고유가로 석유·석탄·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수요 전환이 물밀듯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9·15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류이근 경제부 기자는 '손 교수와 다른 토론자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낮은 전기요금→전력 수요 증가→전력 공급 기반 약화→순환 정전'이란 도미노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기사: 전기료 왜곡, 전력대란 또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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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kWh당 주택용 전기요금 자료출처:동아일보

주택용 전기요금이 낮다는 논리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실제 가정용 전기요금을 kWh로 계산하면 kWh 200원이 됩니다. 미국(116원), 프랑스(142원)보다 높고, 일본(202원)과는 비슷합니다.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7%에 불과한 주택용 소비전력보다 월등히 많은 77%의 산업용 전기 때문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 요금을 무조건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합리한 전력기금 등의 과도한 징수나 징벌적 누진제 등의 개편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도 전기 요금 때문에 벌벌 떠는 국민이 '죄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