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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고용해 본 입장에서 생각하는 '최저임금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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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최소한 그만큼은 줘야 한다는 것이지 딱 그 만큼만 주면 된다는 뜻은 아니어서 그것보다는 조금 더 줬다.


1.

10여 년 전 마트에서 어느 스포츠 브랜드 매장을 했었다. 마트는 아침 10시에 오픈해서 밤 12시에 마치는데 오픈 준비를 해야 하므로 9시부터 일한다. 점주와 알바 2명, 이렇게 셋이서 일주일에 하루 쉬면서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럴 여력이 없어서 돌부처 같은 친구 동생에게 부탁해서 둘이서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하다가, 조금 형편이 펴서 알바를 한두 명 더 쓸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주5일 근무제를 하기로 했다.

그 당시 알바 쓰는 마트 매장에서 주5일 근무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때였다. 그때 최저임금이 4,500원 정도 했을 것 같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최소한 그만큼은 줘야 한다는 것이지 딱 그 만큼만 주면 된다는 뜻은 아니어서 그것보다는 조금 더 줬다. 그리고 한 끼에 3,000원인가 했었던 구내식당 식권도 내가 사줬다.

안 그래도 옆의 동종 매장보다 시급도 더 주고 식대도 별도로 지급을 해서 옆 매장 사장님들이 눈치를 주곤 했었는데 주5일 근무를 한다니 아주 난리가 났다. 내가 그 시급에 주5일까지 하면 자기네 알바들은 다 그만 둘 테고 자기들은 가게 접어야 한다고 통사정을 했다. 그래도 했다.

주5일 근무를 하면 알바 한 명을 더 써야 했다. 그리고 각 알바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므로 월급도 줄어든다. 우리 알바 애들은 모두 학생들이어서 적게 받아도 주5일이 좋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6일 근무할 때와 똑같이 받아갈 수 있도록 시급을 더 올려줬다. 옆 매장에서는 시급 4,500원 주는데 우리 매장은 6.000원 가까이 됐다.

그렇게 해서 내가 가져가는 돈은 평균적으로 알바들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노점상부터 시작해서 깔세 매장, 행사 매장 등을 전전하다가 내 가게를 가지고 어느 정도 형편이 펴진 것이고, 마트 장사 해서 떼돈 벌 것도 아니라서 기본생활비에다가 중학교 다니던 아이 학원비 낼 돈 정도만 있으면 만족이었다.

이렇게 남들보다 시급도 많이 주고 나름 복지도 하고 했으면 직원들도 더 열심히 일하고 장사도 잘 되고 해서 나도 돈 좀 벌고 했으면 좋았겠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당시는 마트업계의 확장기였다. 내가 몇 년 장사를 하는 동안 버스 몇 정거장 거리에 대형 마트가 세 개가 더 생겼다. 인근에 다른 마트가 들어서면 우리 매장 매출이 많게는 25% 정도 줄어든다. 마트 장사라는 게 무슨 마케팅을 하든지 경영 개선을 하든지 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주변 마트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막판의 1년 정도 고생을 하다가 마침 다른 할 일이 생기기도 해서 가게를 접었다.


최저임금의 인상분을 오로지 일선 고용주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2.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식화했다. 이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고, 수혜 대상인 알바생들도 최저임금 1만원 되면 그나마 있던 알바 자리도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무슨 소상공인 단체에서 최저임금 1만원이 시행되면 20만 명 해고시키겠다는 망발을 해대기도 했었다.

내 경험을 얘기했지만 최저임금의 이해관계자들을 살펴보면 마트 장사는 그래도 형편이 좀 나았던 것 같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시도라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6천원선 정도인 최저임금을 2~3년 뒤에 1만원으로 올리면 나가떨어질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저임금의 인상분을 오로지 일선 고용주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마트에서 장사할 때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마트의 당기 순이익, 즉 영업 수익에서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분기당 1천5백억에서 2천억 정도 한다. 그러면서도 최저가를 강조하거나 이벤트를 할 때는 공급업자와 입주업자만 악착같이 쥐어짠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자기네들 수익을 좀 줄이고 점주 몫을 늘려주면 일용직 시급도 더 여유있게 줄 수 있을 텐데 왜 이마트는 뭘 하든 입점한 점주들만 쥐어짜면서 자기네들 수익은 한 푼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마트에 일하는 사람들 시급을 1,000원 정도 올려주려면 어느 정도 필요할까? 이마트 소속이 아닌 일용직의 숫자는 이마트 직원이 비정규직 포함해서 2016년 기준으로 3만 명 쯤 된다고 하니 대략 비슷한 숫자 쯤 될 것이다. 그러면 하루 10시간 근무라고 했을 때 하루 만원, 25일 근무로 잡으면 월 25만원이다. 그럼 3만 명 시급 1,000원 올려주는 데 들어가는 돈은 많아봐야 그래봐야 75억이다. 자기네 수익을 그 정도 줄이고 그것을 점주들 몫으로 돌리면 매장에서 일하는 알바와 일용직들의 시급을 지금 당장 1천원씩 올려줄 수 있다. 분기당 1천5백억이니 월 500억 수익에서 75억을 빼는 게 적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정도 줄어든다고 이마트 쓰러지지지 않는다.

마트는 그나마 양반이다. 편의점은 정말 폭리를 넘어 착취 수준이다. 편의점은 엄청난 고율의 판매수수료를 빼가고, 물품 대금에서 또 빼간다. 물품의 도매가격이 마트의 소매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판매 수수료와 물품 공급 마진을 조금만 줄여줘도, 혹은 본사의 독점적인 물품 공급 관행만 조금 바꿔줘도 최저임금 인상의 최전선에 서있는 편의점 점주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알바 시급을 올려줄 수 있다.

게다가 요즘 보면 프랜차이즈는 편의점보다도 더 아사리판인 것 같다. 이들이 거래 관계에서 부당하게 빼가는 수익만 점주 몫으로 돌려도 무슨 단체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리면 20만 명 해고하겠다"는 따위의 헛소리를 할 일은 없다.


최저임금은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에 관한 문제다.



3.

내가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시급도 더 주고, 식비도 부담해주고, 주5일 근무를 했던 것은 이런 생각들이 바탕에 있었다. "시급이 그래도 한 5,000원은 돼야지 4,500원이 뭐냐", "아무리 애들이라도 그렇게 뼈빠지게 일해서 한 달에 겨우 100만원 남짓 밖에 못 가져가면 그게 뭐냐", "업주라고 해서 언제나 알바들보다 더 벌어야 되는 건 아니지" 등등이다. 거기에다가 참여정부 때 본격 시행되기 전에 미군 부대에서 노가다하면서 경험했던 주5일 근무제는 거의 나의 신앙이었다.

한 달에 몇 십억씩, 몇 백억씩 벌어가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주고 자기들은 땡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땡겨가는 것이 마냥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일까? "우리 직원이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하는데 한 달에 최소한 150만원씩은 가져가야 돼"라는 가치와 "그래도 대기업이고 본사인데 한 달에 최소한 몇십 억은 가져가야지. 물론 인건비와 각종 비용 다 빼고 순수익만. 거기에서 한 푼도 포기 못해"라는 가치가 부딪치면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까?

최저임금은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에 관한 문제다.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들의 시급이 충분하지 않은데, 어느 한 쪽은 넘치도록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면 이것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구조가 극도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업주들이 적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개인적인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적정 임금 지급의 부담을 자영업자들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서 해결하는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말단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가치와 자본주의 시장에서 인정되는 무한 탐욕의 허용과 같은 다른 가치들이 부딪친다면 전자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다른 가치들을 조정해야 한다.

본사는 인건비, 관리비, 홍보비, 장소에 따라서는 임대료까지 다 지급하고도 월 수백억의 수익을 일상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일선 업주들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는데도 시급 1만원에 휘청거리고 자빠질 정도가 된다면, 이 영업 행위의 근간이 되는 본사와의 계약은 실질적으로 무지막지한 불평등, 불공정계약이다. 그렇다면 이 불공정계약을, 최소한 최저임금 1만원은 줄 수 있는 여력은 확보할 수 있는 정도의 조금은 공정한 계약으로 견인하고 교정해야 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대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점의 부당 거래 행위를 바로잡아주기만 해도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4.

작년만 해도 이런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이 문재인이고 공정거래위원장이 김상조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세금 공제,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상한제 등으로 식당이나 미용실 같은 독립적인 자영업자들의 지급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어느 언론은 세금공제와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에 대해 "그래 봐야 월 50만 원 정도 확보되는데 알바들 월급 반도 안 된다"며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한 달에 50만원이라도 추가적인 수익이 생긴다면 시급 1만원 모두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지급해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 대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점 등의 최저임금 지급 여력 확보에 대해 깊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하도급 계약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점의 부당 거래 행위를 바로잡아주기만 해도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어쩌면 지급하고도 남을 만큼 적정한 수익이 보장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제도적 노력만으로 한계 업체의 지급 여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음식점, 이미용실 등의 서비스요금이 어느 정도 인상되는 것을 사회 전체가 수용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누구든 일을 한다면 간신히 먹고 살 정도가 아니라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급여가 지급되어야 하고, 그 지급책임을 1차적인 고용주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주체들의 수익을 공정하게 재조정하는 것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합의가 견고하게 존재한다면 별별 명목으로 점주들 수익을 뜯어가는 체인점 본사들이나, 장사가 되거 안 되거나 때만 되면 무조건 월세 올려버리는 임대주들이 최소한 눈치라도 보게 되어 100만원 뜯어갈 것을 50만 원 정도로 줄이기라도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최저임금 1만원을 가지고 이렇게 시비가 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