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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무슨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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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 정유라를 신고하고 보도한 것에 대해 시비가 일고 있다. 그중 메디아티의 박상현 이사는 JTBC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매우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

박상현 이사는 그의 글에서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키려면 기자는 취재원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가공해서 보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큐멘터리의 예를 든 것을 보면 개입이라는 행위가 취재 대상의 실체와 현상을 변화시키므로 취재와 보도 행위는 "변화되지 않는 원래의 상태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관찰"만 해야 하며, 일단 본질을 변화시키면 보도 가치가 사라진다는 취지로 보인다. 자연야생물의 경우는 그렇다.


사람이 관련된 보도는 취재 행위 자체가 '개입'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취재원의 '변화'를 유발한다.


그러나 사람이 관련된 보도는 취재 행위 자체가 "개입"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취재원의 "변화"를 유발한다. 개입하지 않고 어떻게 취재를 하나? JTBC 보도를 놓고 보자. 정유라 가족은 취재진이 밖에 와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이불로 창을 막았다. 이 자체가 개입이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문을 두드리는 것은 어떤가? 그때부터 이미 정유라 가족은 이전의 자연적인 관찰 대상에서 벗어난다.

자연 다큐멘터리식의 원형 그대로의 관찰은 사람이 개입된 그 어떤 취재에도 불가능하다. 마이크를 들이대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질문하는 순간 관찰 대상의 원형은 변화된다. 취재원은 위축되기도 하며, 더 의연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때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하고, 철저하게 위장을 하기도 한다. 취재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취재원의 변화를 가져오며, 그 변화된 사실 자체가 취재 대상이 된다. 변화되지 않은, 혹은 상황에 맞추어 변질시키지 않은 원형질로서의 취재원을 취재하는 노력은 별도의 차원이다.

입증을 위해 제시한 CNN의 정치부 에디터인 레이첼 스몰킨의 일화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최소한 나는 그가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의 원칙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소말리아에서 구호활동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구호요원이 물을 나눠주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빨리 나눠주지 못하면 폭동이 날 것 같다는 거다. 기자는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가?"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고, 매정하게 취재만 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별도의 문제다. 취재하다가 취재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보도를 위해서는 절대로 도와주지 말아야 하며, 일단 도와줬다면 그때부터는 보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존재할 수도 없는 원칙이다. 당연하게 이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신고해야 한다는 시민의 입장과 취재해야 한다는 기자의 입장이 상충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는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자연인, 직업인, 시민 등 인간이 가지는 모든 정체성을 함께 가진다. 다만 때로 상황에 따라서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다른 정체성이 부딪치기도 하며,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뿐이다. 이 경우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범죄 정보를 입수하고 이것을 신고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이다. 이때 신고해야 한다는 시민의 입장과 취재해야 한다는 기자의 입장이 상충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취재에 있어서 기자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는 하다. 이것은 기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본질과 현상을 변화시키는 경우다. 이름하여 연출과 조작이다. 그러나 이 건은 그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혹은 기자가 깊이 개입하여 없는 사건을 만들어낸다거나 작은 사건을 크게 키운다거나 하면 개입이 문제가 되겠지만 이것은 그런 경우도 아니다.

보도윤리를 따지는 데 적용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두 가지다. "진실"과 "알 권리"이다. 이번 취재에서 지켜져야 할 진실은 결코 그녀가 취재진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채 아이와 보모와 일행들과 함께 하는 평온한 일상이 아니다. 그녀는 체포되어 수사받아야 할 피의자이며 여차하면 도피할 수도 있는 도망자라는 것이 이 취재 행위에서 지켜야 할 유일한 진실이다. 정유라를 신고한 행위는 그와 관련된 어떠한 진실도 변화시키거나 왜곡시키지 않는다.


현장에 기자가 있는데 그가 신고인이라는 사실이 국민의 알 권리를 포기하게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신고를 했다면 그 이후는 보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누가 신고를 했건 국민들은 그녀가 체포되는 현장에 대한 "알 권리"가 있다. 현장에 기자가 있었다. 기자가 잠시 한 눈을 팔고 딴청을 피우지 않는 한 체포 현장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충분히 충족될 수 있고, 충족되어야 한다. 이런 국민의 권리를 단지 기자가 신고인이라고 해서 포기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더 나아가 JTBC가 그러했듯이 신고하기까지의 과정, 경위, 신고 이후의 조치,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취재대상이다.

더 황당한 것은 시청률 상승으로 이해의 충돌이 발생한다는 대목이다. 직업인으로서의 방송 기자는 어떤 취재건 그로 인한 시청률 상승을 기대하고 의도하고 예상한다. 시청률 상승이라는 것은 취재 보도 행위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다. 시청률 상승이라는 이해의 충돌이 관공서에 신고하는 행위에서만 발생하고 다른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는가? 혹은 다른 경우에는 무관하지만 오로지 관공서에 신고하는 행위에서만 문제가 생기는가? .

JTBC는 최순실의 테블릿 PC를 입수하여 보도하기 전에 검찰에 넘겼다. 신고한 것이다. 그러면 JTBC는 신고 이전에 취재한 것만 보도하고, 테블릿 PC와 관련된 검찰발 기사는 보도하지 말아야 하나? 무슨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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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대상에 대한 인위적 개입.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긴 하다. 이름하여 연출이라는 거다.


취재 대상에 대한 인위적 개입.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긴 하다. 이름하여 연출이라는 거다. 이런 거 하면 안 된다. 사실과 다르게 변형시키는 것은 당연히 안 되고, 설사 그것이 사실과 얼추 부합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허구를 인위적으로 연출하여 사실인 양 보도하면 안 된다. 박상현 이사의 글 중 다큐멘터리 취재와 관련된 부분이 바로 이 내용이다.

87년의 중앙일보는 박종철 사건으로 먹고 살던 신문이다. 어느 날 선배로부터 취재 지시가 내려왔다. "요즘 초딩들이 물고문 놀이를 한다던데 그거 함 알아 봐." 동네 가서 애들한테 물어봤더니 정말이었다. 그래서 바로 보고했다. "정말인데요?" 선배 "그럼 사진도 찍어와 봐."

그래서 애들 다시 불러다 모아놓고 한 번 해보라고 시켰다. 그런데 영 그림이 안 나오는 거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좌우지간 애들이 하는 물고문 놀이랑 남영동 분실에서 있었던 물고문이랑은 그림이 완전 달랐다. 그래서 대략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시켜서 사진 찍고 들어왔다.

그때의 사건 데스크는 이름도 유명한 오홍근 (당시) 차장.

"어이, 고일석이 이리 좀 와봐."

그냥 차장도 아니고 오홍근 차장 앞에 서있는 수습기자는, 손석희 사장한테 맨날 혼나는 JTBC 기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평소에는 그 분 얼굴 볼 일도 없다. 오홍근 차장은 사진부에서 넘어온 사진을 들고 묻기 시작했다.

"이 사진 니가 찍었대매."
"네."
"애들이 정말 이러고 놀아?"
"......."
"이러고 놀지 않지?"
"네, 사실은..."
"니가 시켰지?"
".......네."

하여간 내 평생 누구한테 혼 난 거 몽땅 다 모은 것보다 더 혼났다.

"그림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찍고, 도저히 그림이 안 되면 사진을 찍지를 말아야지, 어디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수습기자 새끼가 나중에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이 따위 조작질이나 해대고, 블라블라~~~"

취재 대상에 인위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건 이런 거를 말하는 것이다. 범죄 정보가 있어서 신고를 하고, 그 결과로 벌어지는 상황을 상세하게 취재해서 보도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