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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이라는 인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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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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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2급 행정관 탁현민씨를 둘러싸고 2017년 5월22일부터 지금까지 2개월 동안 이어진 논란은 여러 의미에서 놀라웠다. 논란이 격화되면서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린 분들이 계실 것이므로 짧게 요약해본다. 그는 이런 말들을 했다.

"콘돔은 섹스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때로는 스릴에 몸을 맡겨라. 임신한 여교사에게 성적 판타지가 있다. 임신을 했다면 섹스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중학생 여자애랑 자봤다고 자랑하는 친구의 말을 듣고 가서 나도 달라고 했다. 내가 4등이었고, 시골에서 올라온 그 여자애는 참 쿨했다. 사업하던 시절 예쁘게 생긴 신입사원을 홍보담당자로 보냈더니 아는 기자가 고맙게 뭘 이런 거 다 보냈냐고 농담하더라. 여자는 예쁘면 어느 정도 선까지는 다 용서가 된다. 그렇다고 예쁘기만 해선 안 된다. 가슴에 볼륨도 있어야 하고, 가슴골을 적당히 과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룸살롱 아가씨들은 대화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멍청해서는 안 된다. 서울의 유흥업소 성산업 진짜 대단하다. 8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남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여자에 비해 더 누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나이트와 룸살롱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거다. 하지만 설사 나이트클럽에 가서 낯선 여자와 '원나잇'을 해도 집에는 꼭 들어간다. 아내는 엄마니까. 집에 가서 엄마가 빨아준 옷 입고 출근해야 개운하다."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무려 단행본 세 권에 걸쳐 그가 쏟아낸 말이다. 맥락이 오도되거나 침소봉대라고 오해하기에는 매우 일관성이 있다. 그가 주장하는 성적 자유는 철저하게 남자를 위한 것이다. 그의 세계에서 여자의 쓸모는 엄마처럼 밥해주고 빨래를 해주거나, 섹시해서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존재에 국한된다. 이 논란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탁현민 편을 드는 사람들은 처음엔 저 발언들이 잘못됐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가 지금은 변했으니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와 청와대의 침묵 속에 이 논란에 뛰어들 자격이 없는 사람들(자유한국당 말이다)까지 뛰어들자, 탁현민은 "자신의 말이 많은 부분 왜곡됐지만, 반성한다"고 인터뷰했고, 친구들과 '공유'한 쿨한 여중생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대놓고나쁜남자' 캐릭터를 연기한 결과라고 변명했다. "~라면 미안"이라는 전제를 붙이고, 진짜 잘못에는 오리발을 내밀며, 자신의 발언이 왜곡 전달됐으므로 억울하다는 내용까지 '나쁜 사과의 전형' 3종 세트가 다 들어간 인터뷰였다.

곧이어 청와대에선 그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적 없다는 기사가 나왔다. 탁현민이 설령 그만둔다고 해도 이 논란 때문에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이에 따라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의 내용도 변했다. '사실 남자들 다 그렇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글로 쓰지 않을 뿐 대부분의 남자는 모두 하고 있다. 그의 말이 좀 저질이긴 하지만 범죄는 아니지 않나' 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저 정도 발언은 한국 남성의 문화적 습속이므로 지나친 단죄는 희생양을 찾는 조리돌림이라는 주장,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어김없이 나왔다.

홍준표와 탁현민 같은 이들이 공적인 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전 국민이 본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지역에서 청소년과 함께 풀뿌리 마을운동을 하시는 분들, 학교에 성교육을 나가시는 분들은 최근 초·중등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외모를 놀리고 성기를 과시하며, 여자 교사에게 집단적으로 성희롱하는 사건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걱정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만든 건 과연 누구인가. 나는 촛불을 함께 든 시민이자 여자로서 "남자는 다 그래"라며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사회적 합의를 해줄 마음이 전혀 없다.

'혁명적 정직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남자가 저 정도 지경인 것은 아니다. 여자를 물건처럼 취급하고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에 꽤 많은 남성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 남성을 위한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연구·보급하는 잭슨 카츠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바로 남자들이 느끼는 수치심과 죄책감이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기회만 된다면 더 인간적으로 행동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했다는 것이다.

단, 이런 변화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는 '혁명적 정직성'(Revolutionary Honesty)이다. 잭슨 카츠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 급진적으로 주장하는 이들조차 섹스산업(포르노그래피를 보는 것부터 스트립쇼 등을 즐기고 성을 구매하는 행위까지 포괄한다)에 광범위하게 퍼진 여성혐오 문화가 여성의 지위와 남성의 정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자신이 여자를 생각하고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고백하는 것이 바로 '혁명적 정직성'의 핵심이다. 이에 비해 탁현민식 솔직함은 한국 남성 문화의 적폐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탁현민의 발언 하나하나가 왜 그토록 문제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언제나 여성 문제는 다른 문제와 비교해야 겨우 이해된다는 점에서, 무지의 특권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참담함을 느낀다.

만약 인종차별 문제였다면?

그래도 이해를 위해 덧붙인다. 만약 이게 성차별과 남성 특권의 문제가 아니라 인종차별 문제였다면 어땠을까? 그가 식민지배 당시 친일 행위를 옹호하거나 독재정권을 비호하는 발언을 단행본 3권에 거쳐 했더라도 여전히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랬다면 이 논란은 두 달은커녕 사흘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자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젠더 문제에는 그 기준이 작동되지 않았다.

사실 여성정책은 정당 간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명백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임신중단의 권리 보장과 차별금지법 제정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에선 두 문제를 모두 나중으로 미뤘다. 그렇다면 보수정당과의 비교에서 문재인 정부가 더 나은 젠더 의식을 가지고 성차별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는 정책이 아니라 '인적 요소'에 달렸다. 그래서 그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평소 어떤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왔는지, 그 말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인과의 맥주 회동을 준비한 탁현민씨의 머릿속에는 사진 속에 담긴 스무 명 중 여자가 한 명도 없음을 아마 몰랐을 것이다. 인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