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현우 Headshot

'칵테일' 꼬리를 자른 정당은 어떻게 될까?

게시됨: 업데이트됨:
COCKTAIL HORSE
Icon Sportswire via Getty Images
인쇄

"이유미 단독범행이라는 주장은 꼬리 자르기다."

올해 5월 공개한 문준용 취업 특혜의혹 증언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며, 국민의당이 당원 이유미의 단독범행이며 당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고 밝히자 언론사가 보인 반응이다. 꼬리 자르기.

꼬리 자르기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대상이 도마뱀이라고 암묵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자르면 기계적으로 다시 꼬리를 만들어 낼 거라 생각한다. 정당은 정말 도마뱀처럼 새로운 꼬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 꼬리는 생각 없는 세포가 아니라 지성을 가진 인간이다. 만약 도마뱀과 달리 꼬리가 새로 생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2017년 7월 15일 제주도에서 열린 경마 경주에 희한한 모습의 말이 출전했다. 모두 우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말의 꼬리가 없다. 경마는 누구나 우승할 것으로 예상한 말에 돈을 걸면, 그 말이 우승해도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아무도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말에 돈을 걸고 그 말이 우승하면 큰돈을 번다. 경주를 지켜보기만 할 뿐 돈을 걸지 않지만 이 기회는 놓칠 수 없다. 모두 우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꼬리 잘린 말을 빼고 나머지 말에 돈을 걸었다. 내기 건 돈의 106.09배가 수중에 들어왔다.

2017-07-26-1501038036-5968067-jy71.wmv_000080847.jpg

꼬리 자른 말, 칵테일. 지난 7월 22일 제주도 경마에 출전한 모습을 갈무리했다.

고급 호텔이나 파티에서는 대부분 바텐더가 다양한 술을 진열하고 어떤 술을 마실지 묻는다. 여러 종류의 술을 현란한 몸짓으로 섞어서 맛있고 보기 좋게 만들어 낸다. 칵테일이다. 영화 '내부자'의 유명한 대사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해야지?' 할 때의 모히토는 헤밍웨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유명한 작가라면,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겨 마시는 칵테일이 하나쯤 있다. 반가운 사람 만나면 누구나 처음 한 잔은 입가심으로 마시는 소맥은 국민 칵테일이다.

칵테일. 꼬리 자른 말(馬)이라는 뜻이다. 17세기 유럽의 명화에는 꼬리 자른 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꼬리 자른 말이 왜 두 종류 이상 섞은 술이 됐을까?

영화 '천일의 앤'에서는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헨리 8세는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위해 자신이 수장인 성공회를 세우고 로마 교황청과 결별한다. 당시만 해도 교황의 파문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살아서뿐 아니라 죽어서도 영원히 구제받지 못하는 형벌이다. 중세인에게는 가장 가혹한 정신적 형벌이었지만 헨리 8세는 이런 속박을 가볍게 던진 인물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헨리 8세의 교황청 결별이 앤과의 결혼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시 유럽은 신대륙 개척을 두고 나라마다 다투어 바다로 나갔고, 해양 국가인 영국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 바다로 진출하려면 배가 필요했고, 배를 만들려면 목재가 있어야 했다. 석유 시대 이전의 세계는 어느 나라나 목재가 귀했다. 모든 도구는 목재로 만들어야 했고, 겨울철 땔감으로도 필요했다. 헨리 8세 당시 영국의 영지는 대부분 가톨릭 주교들이 소유했는데 이들은 헨리8세의 목재 생산에 협조하지 않았다. 바다로 나갈 선박이 절박한 헨리 8세는 이들 주교를 제거하지 않고는 목재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 문제로 교황청과 대립하자, 헨리 8세는 이를 기회 삼아 로마 교황청과 결별하고 성공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주교들을 모두 숙청하고 그들의 토지를 몰수해서 귀족에게 나누어주며 그 조건으로 가장 빨리, 가장 좋은 목재를 생산해서 국가에 헌납할 것을 요구했다.

귀족들은 다투어 나무를 심었고 더 빨리 자라는 종을 찾기 위해 혈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종류가 다른 나무를 교배하는 초유의 실험이 이루어진 것이다. 신이 창조한 세상과 생명을 실험하고 바꾼다는 건 로마교회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로마 교회를 부정하고 새로운 교회를 만들었으며, 주교들을 숙청하고 땅을 차지한 그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종류가 다른 나무를 교배시켜 새로운 나무를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흥미를 느낀 그들은 나무뿐 아니라 화초에도 시도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꽃을 창조했다. 다음 관심은 동물이었다. 귀족의 상징인 말이 최우선 순위였다. 이종교배를 통한 종의 개량은 소와 돼지, 양과 토끼, 개로 확산되었고,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이들 종은 모두 영국에서 개량된 품종이다.

말의 개량과정에서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말을 구했고 이 말들을 영국 말과 교배했다. 잡종 말을 또 잡종 말과 교배시켰다. 더 빠른 말, 더 유순한 말, 더 건강한 말, 더 특이한 말을 만들어 나갔다. 이렇게 실험 중인 말은 순종과 쉽게 구분하기 위해 말의 꼬리를 잘랐고 칵테일(cock-tail)이라 불렀다. 칵테일한 말은 부와 실험정신을 자랑하는 귀족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꼬리 자른 말을 보며 영국인들은 여러 가지 종류를 섞은 술을 칵테일이라 불렀다.

칵테일, 꼬리 자른 말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꼬리는 해충을 쫓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피부가 얇은 말에게 해충은 매우 성가신 존재이기 때문에 해충을 쫓기 위한 갖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목에는 갈기가 있고 이마에는 머리털이 있다. 나머지 신체에 달려드는 해충은 꼬리로 쫓아야 한다. 꼬리가 없는 말은 끊임없이 해충에 시달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살이 빠진다. 기운 차리기가 쉽지 않다.

꼬리의 또 다른 기능은 중심잡기다. 두 발로 달리는 사람에 비해 네 다리로 달리는 말은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체중의 30퍼센트에 달하는 머리를 흔들며 달려야 한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팔을 뻗어 양손으로 가방을 들고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꼬리는 이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바로 잡는 기능을 한다. 승마경기나 경마 경주에서 말이 꼬리를 좌우로 쉼 없이 흔들거나, 힘 있게 뻗으며 달리는 모습이 그것이다. 꼬리가 없는 말은 균형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꼬리 있는 말과 달리기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말의 꼬리를 자르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흔히 운송의 편리를 위해 말의 꼬리를 묶는데 실수로 이 사실을 이틀만 잊고 있으면 말의 꼬리 세포가 괴사하고 꼬리는 다시 나지 않는다. 제주도 경마에서 나왔던 칵테일도 이런 실수로 꼬리가 잘린 것으로 추정한다.

정당은 금세 꼬리가 새로 자라는 도마뱀에 가까운 존재일까? 또는 한번 잘리면 다시 나지 않는 말에 가까운 존재일까? 만약 꼬리가 다시 나지 않는 말에 가까운 존재라면, 그리고 경쟁 정당보다 더 빨리 민심을 파악하고 더 좋은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경주해야 한다면, 꼬리 자른 정당은 칵테일 경주마처럼 가치 없는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