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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불평등은 어떻게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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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는 재미있는 책을 한 권 출간했다. 런던 임페리얼 컬리지의 Jonathan Haskel 교수와 영국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의 Stian Westlake 수석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Capitalism without Capital' 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기존에 자본주의를 이끌어 오던 유형자산 개념으로써의 자본은 이제 퇴조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등으로 대표되는 무형자산이 새로운 자본으로써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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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무자본 자본주의의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무형자산의 특징에 대해 보통 Scalability(확장성), Sunkenness(실질가치의 잠복성), Spillovers(복제의 용이성), Synergies(시너지) 라는 4가지 개념을 활용하여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이 4가지 개념이 상호 결합되어 우리가 속해 있는 경제의 구조를 지금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불평등의 확장에 무형자산의 특성들이 알게 모르게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FT의 Martin Wolf 의 서평에 의하면,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무형자산을 주로 개발하고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 닷컴버블 이후인데, 이 시점부터 First Tier, 즉 위너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노동생산성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의 100대 First Tier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 대비 40%나 더 높았다. (상위 5% 의 경우 35%)

이는 우리에게 상당히 신선한 시사점을 가져다 준다. 자본주의가 수많은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 월드에서는 기업들 사이의 불평등이 각 개별 경제 주체 간의 불평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1위 기업인 카카오는 국내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따라올 자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심지어 이 바닥에서는 그 구글조차 실패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동일하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 독일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들은 이러한 '무형의 불평등' 이 가져오는 Headwind(역풍) 에서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유형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있다. 이 두 나라는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후줄근한 나라지만 의외로 제조업 강국이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제조업과 건설업은 늘 많은 고용을 유지하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따른 경제 구조 변동에 쿠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는 느리지만 인공지능과 기계의 성능은 날이 갈 수록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들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이 무형의 불평등이 시나브로 퍼지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제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은 기업들이 무형자산에 대거 투자하는 환경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 Martin Wolf 의 주장이다. 특히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가치는 아직까지 Valuation(평가) 하는 방법론이 그리 정교하지 않고, 이는 결국 과세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과세의 어려움은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 역시 무형자산 대세의 시대에 대비해야 할 일이 있다. 기업이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싶을 때 과연 무형자산은 담보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또 어떠한가? 많은 문제가 남아 있고 이는 우리가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