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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을 위한 2017 영국 총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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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fan Wermuth / Reuters
Stefan Wermuth / Reuters
이번 영국 총선은 결국 승자 없는 게임으로 끝났다. 보수당은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으나 단독과반에 실패했고, 노동당은 궤멸의 위기를 피하였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입증하였으며, 그간 'EU내 영국' 의 모순점을 양분 삼아 성장해 오던 군소 정당들은 이제 존폐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즉 모든 정당들이 이제 혼자서는 그 어떠한 정치적인 힘도 가질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총선 결과에서 파생된 영국 국내의 다른 어려운 문제들은 일단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 주민들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우리와 관련이 있는 Brexit 와 연계된 문제들을 먼저 살펴 보도록 하자. 이제 Mrs. May와 Tories, 그리고 영국 의회 구성원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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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리사 메이와 보수당 : 흐리고 강한 비바람

선거에서 패배한 당의 우두머리가 그렇듯, 메이 총리 역시 '뒤뚱거리는 오리' 신세가 될 전망이다. 우선 메이의 수족이라 불리던 수석비서관 닉 티머시와 피오나 힐이 바로 잘려나갔으나, 대표적인 Soft Brexit 파였던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는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당장 추진이 시급한 유럽공동체법 폐지법안인 'Great Repeal Bill' 의 도입부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Great Repeal Bill은 유럽연합 내 규정이 영국에서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것을 막는 조항으로, 현재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된 이상 이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법분쟁이 발생할 요소가 있다.

게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 문제도 있다. 메이 총리의 Brexit 4대 원칙 중 하나인 '영국 국내로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 중지' 를 DUP에서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당연히 남쪽의 아일랜드 때문이다. DUP의 주요 지지층인 북아일랜드의 상공인들은 아일랜드에 상당 부분 경제 활동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EU) 역내 국가와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가 중단되는 Hard Brexit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한 DUP의 당수 Arlene Foster 는 이미 분명히 Hard Brexit 에 반대한다는 언급도 한 적이 있다. 메이 총리로서는 내각 내 순조로운 Brexit 추진 방해 세력만 더 늘어난 꼴이다.

이 문제는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보수당은 DUP가 돌아서는 그 즉시 연정이 깨지고 (더 큰 패배가 예상되는) 재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Brexit 관련 문제에서는 Tone-down 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 theGuardian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훨씬 더 적은 스윙보터의 획득만으로도 최대 34석에서 58석을 추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노동당의 의석은 296~320석으로,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와의 연정에 성공할 경우 집권에 이를 수 있다.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 구름 많으나 대체로 맑음

영국이 이렇게 헤맬수록, 장-끌로드 융커와 마르틴 젤마이어 등 유럽연합 측 대표들은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는 영국 총선 당일 언론에 'We will be ready at 9am tomorrow' 라는 워딩을 날렸다. 이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이 짜여질 것으로 보이니 협상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다시 공세적 포지션에 서게 된 EU의 입장에서는 융커의 '참수인' 젤마이어가 다시금 칼을 집어 들고 나설 전망이다. 영국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국경 통제 강화/EU 분담금 납부 중단 및 합의금 지불 거부/독립적인 영국의 통상정책/단일시장 접근권 확보' 등 4가지에 달하는 데 비해 EU측은 합의금에만 화력을 집중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르틴 젤마이어의 경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대였던 닉 티모시가 낙마한 것 또한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두 명 모두 상당한 강경파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향방은 영국은 재무장관이자 Soft Brexit 지지파인 필립 해먼드가 전면에 나서, 합의금에 대한 영국의 재정적 부담을 강조하고, 이에 맞춰 EU는 영국에 대해 얼마만큼의 단일시장 접근권을 허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본다. 아주 재미있는 협상이 될 것이다. 여태껏 국제 사회에서 없었던 협상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의 트럼프와 일본의 아베 역시 이번 영국 총선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UKIP이 총선에서 단 한 석도 획득하지 못하는 패배를 기록함으로써, 결국 유럽 내의 극우와 마지막 하나 남아 있던 선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아베의 경우 당연히 환율 때문이다. 일본 엔화는 상당한 안전자산이지만 그 때문에 다른 주요국 통화 중 하나가 얻어맞으면 바로 그 여파가 미치기 때문이다. 향후 영국 파운드화가 Brexit 협상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변동성이 강화될 전망이 있기 때문에, 이는 엔화에게는 불리한 요소이다. 다만 아베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곧 Fed 의 자산재투자 중지 프로그램이 발표될 점이라는 것과 ECB 역시 곧 Tapering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