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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 임대업자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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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노동착취적인 면들을 고발하는 내용의 컨텐츠들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듣다 보면 일리 있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나, 문제는 이 같은 주장들은 항상 한 가지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바로 모든 악업을 임대업자에게 돌리는 결론이다.

이러한 주장들의 공통점은 항상 "한국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며, 그 과실은 대부분 임대업자의 불로소득으로 되돌아간다"이다. 굳이 엄밀히 따질 것도 없이 이 명제는 거짓이다. 왜냐하면 법제화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는가는 법률에서 정한 '기업'의 법률 준수 문제인 것이고, 임대업자의 임대소득은 부동산 시장과 주택 거주자/자영업자 간의 수요/공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착취적 현실에 대해 임대업자와 건물주에게 귀책사유를 묻는 것은 서로 다른 경제의 영역을 하나로 묶으면서 오류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번 아니 천번 양보해서 임대업자와 건물주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의 결과를 빼앗아 간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들은 과연 우리의 과실을 얼마나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일까?

경실련의 2014년 연구결과를 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총 임대소득을 약 44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대한민국 GDP가 약 1,400조원 규모이니 주택과 상가를 모두 포함한 임대소득은 GDP의 3.15% 수준이다. 그렇다면 노동의 대가라고 볼 수 있는 '피용자보수' 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 GDP에서 피용자보수는 역시 2015년 기준 약 45% 수준이다. 절대적인 수치만 봐도, 피용자보수의 10% 남짓에 불과한 임대소득이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모조리 털어간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GDP의 3.15% 수준을 차지하는 임대소득이 지나치게 소수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부동산 임대시장이 비제도권 하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아야 한다. 이 경우 부동산 임대시장을 기업이 주 플레이어가 되는 시장으로 바꾸면 임대소득이 개인의 부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피용자보수로 자동적으로 재분배되는 효과를 가진다. 시장화를 시켜서 경제적 지대를 소멸시켜야 하는 문제이지, 임대업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돌려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는 단순히 경제적 지대를 향유하는 계층을 정부가 단속하고 계도하는 차원으로 이룩하기는 이제 쉽지 않은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게다가 그 특정 집단을 '적' 으로 규정하는 시도는 더더욱 위험하다. 금융위기 이후 피폐해진 경제를 이민자의 탓으로 돌렸던 미국이 지금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나도 경제를 잘 알지 못하지만, 감히 이러한 의견을 개진하는 이유는 통계와 경제적 원리에 기반하지 않은, 비전문가들의 감정 섞인 의견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생각 외로 우리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