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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대선의 의미를 살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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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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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대선이 한창이다. 집약된 권력투쟁의 장이라는 점에서 대선공간은 일상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광장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민심은 촛불대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너무나 아쉬운 대선이다. 누구나 선출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선거공간의 특성 탓에 촛불시민혁명이 쳐냈던 적폐와 구악이 살아나고 있다.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촛불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나아가 그 촛불에 담긴 청년과 청소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한숨과 열망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대선은 촛불대선이기보다 촛불의 실종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구악의 재현인 안보장사에 직면하면서 본질은 여전히 촛불대선임도 오히려 분명해지고 있다.

대선 국면 속 심화되는 안보 공세

이는 연속된 세개의 사건에서 확인된다. 처음에 그것은 2017년 3월 6일의 늦은 밤에 일어났다. 사드(THAAD) 발사대 2대가 미군의 C-17 수송기를 타고 느닷없이 한반도로 공수된 것이다. 4월 8일에는 미 항모 칼빈슨호가 예정된 호주와의 훈련 일정도 작파한 채 한국 방위를 위해 한반도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4월 20일에는 2007년 우리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기권할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북한에 물어보자'고 주장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의 파문이 이어졌다.

사드 발사대의 오산공군기지 비밀 이송 사실은 수송 이튿날인 3월 7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황교안 권한대행 사이의 전화통화 소식과 함께 언론에 공개되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더한 한미의 대북 강경대응의 실체로 포장되었다. 이 시도가 불과 3일 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영향도 없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둘러싼 비밀스럽고 비합리적이며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들은 대통령 탄핵으로 궁지에 몰린 보수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는 그 현상을 유승민, 홍준표 후보는 물론이고 안철수 후보조차 사드 배치 찬성을 공언하는 모습에서 보게 된다. 사드 배치 문제는 성주 주민과 원불교 교단의 완강한 저항, 찬반 여론 간 팽팽한 대치 속에서 계속된 반대운동의 확산,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등 군사시설 배치에 수반되는 국내법의 여러 요건상 미비로 주춤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오늘(26일) 새벽 0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발사대와 레이더를 성주 소성리 지역에 배치하고는 이를 안보 이슈로 재점화하고 있다.

한편, 4월 15일경에 한반도 인근에 도착 예정이었다는 미 항모 칼빈슨호는 실제로는 호주와 군사훈련 중이었음이 확인되면서 도대체 왜 허위 사실을 공표했는지 의문이 증폭되었다. 4월 8일에 그 배의 이동을 공표한 곳이 미 태평양 사령부였고 12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이를 확인하였던 것이다. 명백한 거짓말이었고 모두가 속았던 희대의 사건이었다. 미국은 칼빈슨호의 허상으로 4월 15일의 군사적 대치를 그려냈는데 한국민들의 안보위기 지수가 급격히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칼빈슨호는 한반도로 이동했지만 그 또한 4월 25일의 군사적 대치에 복무하였다.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과 북한 인민군 창건일인 4월 25일은 그 상징으로 말미암아 두번 다 북한의 도발 위협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된 셈이다. 미국은 한국민들을 전쟁의 공포 속에 가두고 야권의 대선후보들을 미국 주도 안보체계에 포획하려 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촛불대선의 국면에서 문재인 후보를 반박한 것은 이미 지난해 10월 그의 회고록 출간 당시의 재연이다. 지금에 와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에게 건넨 청와대 문건을 공개하였으니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논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래서 결론도 동일하다. 상식의 눈은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이가 '기권' 입장이었고 송민순이 이를 뒤집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읽는다. 송민순은 16일에 내려진 기권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매달렸고 끝내 대통령의 마음을 잡지 못하자 좌절한다. 그가 그토록 비난하던 국정원의 북한 의사타진의 경우도 외교통상부가 유엔대표부 라인을 통해 북한을 접촉했던 것과 유사한 정부 행위의 일환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문재인 후보의 대응이다. 처음부터 '통보성 타진'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면 논란은 잦아들었을 것이다.

촛불대선, 남은 기간 주목할 것

촛불대선에서 수구보수의 안보 공세는 촛불민심의 힘 앞에서 일단 막혔다. 촛불은 한국의 수구보수가 드러낸 부패하고 사익화된 권력, 박근혜를 심판했고 그들의 지지도를 10% 이내로 묶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수구보수의 분열도 이끌었다. 그리하여 3월 10일 박근혜 탄핵의 날에 정권교체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문재인과 안철수를 놓고 누가 더 나은가를 생각하면 되는, 야당만의 경쟁인 초유의 대선이었다. 촛불대선은 여기에서 출발했고 여전히 그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안보 공세에서 수구보수는 자신을 조금씩 더 회복해왔다. 유승민 후보가 보이는 지나친 안보 우선주의가 하나의 징표다. 이는 분단체제가 야기하는 반복되는 안보위기 속에서 합리적 보수의 성장이 다시금 지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혁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안보에 비중을 두면서 사드 배치 찬성과 전시작전지휘권의 반환 유보를 명시하는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는 촛불민심과의 이반이 심각하다. 그의 삶에 내재된 중도의 포지션은 정치인의 장점일 수 있어 뭐라 말할 일이 아니며 다만 수구보수가 아니라 개혁 쪽으로 더 나아가 문재인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민심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개혁 양강구도야말로 진정으로 바라는 바다.

촛불대선이라서 '죽 쒀서 개 주는 일' 없을 것이라 무작정 낙관할 수 없다. 야밤에 최소한의 시설공사도 없이 사드 무기를 배치하는 미국의 행패를 보라. 촛불대선이라서 더 훌륭한 대통령을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을 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촛불혁명의 과제가 순조로우리라 기대할 수도 없다.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개혁적 입장을 견결하게 유지할 후보가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우리를 보라. 광장과 정치권을 연결하는 제도개혁의 미비가 빚어낸 참사가 아닌가. 그래서 남은 기간 정책도 인물도 더 벼리는 시간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할 일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