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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새끼 하프물범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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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면 캐나다에서는 하프물범 사냥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젊고 진보적인 총리가 취임도 했겠다, '올해는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무색하게 지난 4월 10일 어김없이 캐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냥 시즌의 시작을 선포했다. 사냥 기간은 2주에서 4주 정도. 지금 이 순간에도 밀가루를 묻힌 찹쌀떡처럼 동글동글한 모습의 아기 물범들을 향해 몽둥이가 사정없이 내리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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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De 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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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생후 3개월의 하프물범

캐나다 북동부의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 세인트로렌스 만(灣) 지역에는 봄이 되면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기 위해 내려온다. 캐나다 정부는 매년 모피 채취를 위해 사냥할 수 있는 물범의 쿼터를 공시한다.

사냥의 표적이 되는 것은 모피 상태가 최상급인 어린 물범들이다.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사냥된 하프물범의 98퍼센트 이상이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어미젖을 떼고 음식을 씹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물에 들어가 첫 수영을 해 보지도 않은 나이다.

하프물범을 죽일 때는 모피의 손상을 막기 위해 몽둥이나 '하카픽(Hakapik)'이라는 사냥 도구로 두개골을 가격한다. 하카픽은 한 쪽 끝은 머리를 내리치기 위한 쇠망치, 다른 한 끝은 죽은 사체를 배로 끌고 오기 위한 쇠갈고리가 달린 곤봉이다. 캐나다 정부는 총이나 몽둥이로 즉사시킨 후 모피를 벗겨야 한다는 규정을 정해놓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극한의 날씨에 불안정한 얼음 위에서 움직이는 물범을 명중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머리를 얻어맞은 하프물범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껍데기가 벗겨진다. 눈과 코에서 피를 뿜으며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피가 기도로 넘어가 죽기도 한다. 갈고리 끝에 찍혀 흰 눈 위에 붉은 선을 남기며 낚싯배로 끌려간다.

2001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이 수의사들에게 의뢰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사냥되는 물범의 40퍼센트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껍데기가 벗겨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피를 벗기기 전 물범이 의식을 잃었는지 확인하지 않는 경우는 67퍼센트에 달했다. 한 번에 즉사시키지 못하는 경우는 82퍼센트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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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도구인 '하카픽'. 한 쪽은 망치, 다른 한 쪽은 갈고리가 붙어있다.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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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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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벗겨진 사체를 바라보는 하프물범 ©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캐나다 정부는 하프물범 사냥이 지역 어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약 5만 명의 어민들 중 하프물범 사냥을 하는 어민의 숫자는 6천명도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 6천명에게도 사냥은 소득의 5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는, 일 년 중에 고작 2-3주 동안 하는 '부업'일 뿐이다. 동물·환경단체들은 캐나다 정부가 사업을 한 번에 매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프물범의 숫자가 늘어 대구 어족자원을 훼손하기 때문에 솎아내야 한다는 캐나다 정부의 주장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어족의 감소는 캐나다 해양수산부의 미비한 어장관리로 인한 남획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오히려,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섯 살이 되어야 새끼를 낳는 하프물범의 습성을 고려했을 때 어린 개체를 지속적으로 사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하프물범의 개체군 분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야생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하프물범도 '지구 온난화'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얼음 위로 올라와 새끼를 낳고, 새끼가 수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수유해서 기르는 하프물범에게 빙하 면적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35개국 무역 금지, 우리나라는 '하프물범 수입왕'

그런데 고집스럽게 잡은 하프물범도 이제는 팔 시장이 없다. 유럽연합 소속 28개국을 포함해 35개의 국가가 '사냥의 잔인함'을 이유로 하프물범 부산물의 무역을 금지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1972년에 하프물범 거래를 금지했다. 2009년 유럽연합은 모든 물범의 수입을 금지한데 이어, 하프물범 모피의 90퍼센트를 수입하던 러시아도 2011년 푸틴의 지시로 수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2013년에는 대만이 아시아 국가 처음으로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자연히 사냥의 규모도 감소했다. 2015년에는 정부가 설정한 쿼터는 40만 마리였지만, 사냥된 물범은 3만 5천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10년 전의 십 분의 일 수준이다. 모피 가격도 떨어져서, 2006년에는 백 달러에 거래되던 것이 이제는 27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도살된 하프물범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와 중국이 유일하게 남은 무역 상대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프물범 고기와 지방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물범유는 건강보조제 오메가3의 원료로 쓰인다. 그러나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하프물범 원료가 어류 등 다른 원료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성능 면에서는 차이가 없어 다른 원료로 대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오메가3는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와 들기름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에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중금속 위험이 없고 식물성 오메가3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아마씨오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서도 거의 소비하지 않는 하프물범 고기는 1킬로그램에 50센트 정도의 헐값에 우리나라로 덤핑하듯 수입된다. 수입된 고기는 강남 학원가의 건강원에서 '물범탕', '오력탕'의 재료로 쓰인다.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준다는 광고에 한 재에 5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물범의 성기와 고환은 '해구신'이라며 정력제로 팔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상위 포식자인 물범은 중금속이 농축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와 비뚤어진 교육열이 결국 전 세계가 지탄하는 잔인한 사냥을 유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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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De Jong

얼마 전 세계적인 가수 '프린스(Prince)'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가죽옷도 입지 않을 정도로 동물보호에 열정적이었던 그에게 이유를 묻자, "연민은 경계선이 없는 행동의 단어다(Compassion is an action word with no boundaries.)"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캐나다 정부는 물범 사냥이 일부 어민들에게는 중요한 문화적, 전통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세계는 이미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적과 인종,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떠나 인류가 지켜야 하는 보편적 가치, 그것은 바로 '생명 존엄성'이다.

* www.brianskerry.com에서 더 많은 하프물범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